불새 MSX
불새 봉황편 (Hinotori) · 1987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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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게임이 되던 시절
불상을 조각하는 사내가 주인공입니다. 총도 검도 아닌 끌을 들고, 불교 설화의 세계를 헤매며 흩어진 조각을 찾아다닙니다. 게임에서 흔히 보던 영웅이 아니라 만화 속 인물이 그대로 걸어 들어온 셈이라, 화면 분위기부터 다른 게임과 확연히 다릅니다.
불새 봉황편(Hinotori: Houou Hen)은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불새 가운데 봉황편을 소재로 만든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아구니는 옆으로 스크롤되는 무대를 나아가며 적을 처리하고, 각 판에 숨은 목표물을 찾아냅니다. 원작 만화의 인물과 상황을 게임 규칙으로 바꿔 놓은 구성이 특징입니다.
찾아야 넘어가는 구조
이 게임은 끝까지 달려가면 판이 끝나는 형태가 아닙니다. 무대 곳곳에 숨겨진 것을 찾아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 지형을 살피고 수상한 자리를 건드려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냥 앞으로만 가면 아무리 오래 버텨도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덕분에 첫 판부터 헤매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신 한 번 규칙을 이해하면 이후 판에서는 어디를 봐야 하는지 감이 잡히고, 탐색과 액션이 번갈아 오는 리듬이 손에 붙습니다. 이 구조 때문에 반사신경보다 관찰력이 더 중요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원작의 무게를 옮기다
불새는 삶과 죽음, 윤회를 다룬 무거운 작품입니다. 게임이 그 주제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등장하는 인물과 장면을 통해 원작의 분위기를 상당 부분 끌어왔습니다.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화면에 나오는 요소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코나미는 이 시기 MSX에서 여러 실험적인 작품을 내놓았는데, 유명 만화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단순한 캐릭터 게임에 머물지 않으려 한 흔적이 이 작품에도 보입니다. 화면 연출과 음악에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조작 자체는 이동과 점프, 공격으로 단순합니다. 어려운 것은 조작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러 번 죽어 가며 지형을 익히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이 게임을 하는 방식이 됩니다.
국내에서는 MSX 호환 기기 시절에 접한 사람이 많았고, 원작 만화를 모르고 잡았다가 분위기가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른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결을 가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