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스터 마스터 에너미 빌로
블래스터 마스터 에너미 빌로 (Blaster Master Enemy Below USA) · 2000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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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것이 나오는 액션 게임은 많지만, 탈것에서 내리는 순간이 게임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 시리즈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튼튼한 전차를 몰고 지하를 누비다가, 전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구멍 앞에 서면 주인공이 차에서 내립니다. 그 순간 게임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됩니다. 방금까지 든든하던 장갑과 화력이 사라지고, 권총 한 자루를 든 사람 하나만 남습니다.
블래스터 마스터 에너미 빌로(Blaster Master: Enemy Below)는 지하를 무대로 한 액션 게임입니다. 옆에서 본 화면에서 전차를 조종해 넓은 통로를 탐험하고, 전차로 갈 수 없는 곳에서는 내려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으로 바뀌어 좁은 굴 안을 헤집습니다. 이 두 가지 진행 방식이 번갈아 나오면서 한 편의 게임 안에 서로 다른 긴장이 공존합니다.
전차 안과 밖
전차를 타고 있을 때는 마음이 놓입니다. 어지간한 적은 밟고 지나가도 되고, 높은 곳도 뛰어오를 수 있으며, 맞아도 잘 버팁니다. 탐험의 대부분은 이 상태로 이루어집니다.
반면 내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은 약합니다. 몇 대만 맞아도 위험하고, 점프도 변변치 않으며, 화력도 보잘것없습니다. 그래서 차에서 내리는 구간은 자연히 조심스러워집니다. 넓은 곳을 시원하게 달리다가 좁은 굴에서 숨을 죽이는 이 낙차가 이 게임의 리듬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전차를 어디에 세워 두느냐입니다. 내린 자리로 돌아와야 다시 탈 수 있으니, 아무 데나 두고 멀리 가면 곤란해집니다. 위험한 구간 바로 앞에 세워 두고 들어갔다가 상처 입은 채로 돌아오는 길이 막막해지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길을 넓혀 가는 구조
이 게임은 정해진 순서대로 한 줄로 나아가는 유형이 아닙니다. 지하는 서로 이어져 있고, 처음에는 갈 수 없던 곳이 나중에 갈 수 있게 됩니다. 전차에 새로운 기능이 붙으면서 통과하지 못하던 지형을 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막혔다는 느낌이 들 때 해야 할 일은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것입니다. 지나쳤던 갈림길, 올라가지 못했던 벽, 건너지 못했던 물을 기억해 두었다가 새 기능을 얻은 뒤 다시 찾아가면 길이 열립니다. 어디서 막혔는지를 기억해 두는 습관이 이 게임에서는 곧 실력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
가장 흔한 어려움은 내려서 들어간 굴 안에서 헤매는 것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은 전차를 몰 때와 감각이 전혀 달라,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입구 위치를 눈에 익혀 두면 나올 때 훨씬 수월합니다.
다른 하나는 체력 관리입니다. 사람 상태에서 무리하게 싸우다 보면 남은 체력이 얼마 없는 채로 어려운 구간에 도달하는 일이 생깁니다. 굳이 잡지 않아도 되는 적은 지나쳐도 됩니다. 이 게임은 모든 적을 처치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보는 통로에 전속력으로 뛰어들면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부딪치게 됩니다. 한 화면씩 천천히 밀어 보며 지형을 확인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훨씬 빠릅니다.
휴대용으로 옮긴 명작의 골격
이 시리즈의 원형은 가정용 기기에서 나왔고,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넓은 지하 세계와 두 가지 시점을 한 게임에 담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휴대용 기기판인 이 작품은 그 골격을 작은 화면에 맞게 다시 짠 물건입니다.
규모는 줄었지만 핵심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전차와 사람을 오가는 구조, 새 기능을 얻어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진행, 지하라는 답답하고 어두운 무대의 분위기가 모두 살아 있습니다.
작은 화면에 맞추느라 한 구역의 크기를 줄인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된 면도 있습니다. 길을 잃고 오래 헤매는 답답함이 덜하고, 짧은 시간에 한 구역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분명합니다.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차를 타고 내리는 그 한 가지 발상만으로도 지금 해 볼 만한 값을 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