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스네이크
슈퍼 스네이크 (Super Snake) · 1983 · HAL Laboratory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먹으면 강해지는 게 보통인데, 이 게임은 먹을수록 자기 몸이 짐이 됩니다. 화면 위의 물건을 하나 먹을 때마다 뱀의 꼬리가 한 칸씩 길어지고, 그 꼬리에 스스로 부딪히면 그대로 끝입니다. 잘하면 잘할수록 스스로 만든 벽에 갇히는 구조인데, 이 얄궂은 규칙이 40년이 지나도록 살아남았습니다.
슈퍼 스네이크(Super Snake)는 화면 안을 돌아다니는 뱀을 조종해 놓인 물건을 모두 먹어 치우는 액션 게임입니다. 뱀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방향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화면에 놓인 것을 다 먹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자기 꼬리나 장애물, 돌아다니는 적에게 부딪히면 끝납니다.
규칙과 조작
조작은 방향 네 개가 전부입니다. 대신 그 방향을 언제 바꾸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뱀이 짧을 때는 아무렇게나 돌아다녀도 되지만, 열 칸 스무 칸으로 길어지면 화면의 상당 부분이 자기 몸으로 채워져 지나갈 수 있는 곳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화면 가장자리는 늘 벽인 것이 아니라 가끔 열려서 반대편으로 통하는 통로가 됩니다. 이 통로가 열려 있을 때는 궁지에서 빠져나오는 비상구가 되고, 닫혀 있을 때 그쪽으로 향하면 그대로 부딪힙니다. 가장자리를 이용하려면 지금 열려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화면에 물음표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것을 먹으면 보너스를 얻습니다. 다만 물음표는 잠깐만 있다 사라지므로 가지러 갈지 말지 판단해야 하고, 무리해서 가려다 꼬리에 걸리는 일이 흔합니다.
오래 살아남는 요령
가장 기본은 화면 바깥쪽부터 채워 나가는 것입니다. 가운데를 먼저 헤집으면 몸이 화면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놓이고, 그러면 위아래가 갈라져서 한쪽에 갇히기 쉽습니다. 반대로 가장자리를 따라 크게 돌면서 안쪽으로 조금씩 좁혀 오면 몸이 한 덩어리로 정리되어 지나갈 길이 늘 남습니다.
두 번째는 방향을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뱀이 목표에 닿기 직전에 다음에 어디로 꺾을지 결정해 두면 손이 늦지 않습니다. 목표를 먹은 뒤에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미 몇 칸을 지나가 버린 뒤라 대개 늦습니다.
세 번째는 자기 몸의 길이를 세는 것입니다. 지금 몸이 몇 칸인지 대충 알고 있으면 어느 폭의 통로로 들어가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몸보다 좁은 공간에 들어가면 나올 방법이 없습니다.
적이 함께 돌아다니는 판에서는 피할 자리가 더 줄어듭니다. 이때는 물건을 먹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므로, 안전한 큰 원을 그리며 적의 움직임을 몇 바퀴 지켜본 뒤 빈틈이 생겼을 때만 파고드는 편이 낫습니다.
HAL 연구소의 초기작
이 게임을 만든 HAL 연구소는 나중에 여러 유명한 시리즈를 만들며 잘 알려진 곳이 되었지만, 시작은 MSX와 같은 8비트 기계에 게임을 공급하던 작은 회사였습니다. 이 시기에 이 회사가 낸 것들은 대체로 규칙이 명확하고 조작이 적으며, 한 판이 짧게 끝나는 게임들이었습니다. 화려한 것보다 단정한 것을 만드는 성향이 이때부터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뱀 게임 자체는 이 게임이 처음 만든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여러 기계에 있던 형식입니다. 이 판본은 거기에 적과 보너스, 열리고 닫히는 가장자리 같은 요소를 얹어 판마다 성격이 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원래 형식이 워낙 튼튼해서 조금만 얹어도 새로워지는 갈래이기도 합니다.
이런 게임이 오래가는 이유
뱀 게임은 나중에 휴대전화에 기본으로 들어가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게임 중 하나가 됐습니다. 규칙을 설명하는 데 한 문장이면 충분하고, 조작이 네 방향뿐이며, 실패했을 때 누구를 탓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죽는 순간마다 "그때 저쪽으로 꺾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곧바로 다음 판을 시작하게 만듭니다.
지금 이 게임을 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몇 판은 십 초 만에 끝나지만, 손이 익으면 화면 절반을 몸으로 채우고도 살아 다니게 됩니다.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의 긴장감이 이 단순한 게임이 가진 전부이자 충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