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컵 파이널스
슈퍼 컵 파이널스 (Super Cup Finals Ver 2 2o 1994 01 13) · 1993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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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데 태클이 무기인 게임
오락실 축구 게임을 떠올리면 대개 공을 몰고 슛을 넣는 그림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타이토 축구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의 기억은 조금 다릅니다. 공보다 사람을 먼저 때려눕히던 장면이 남습니다. 뒤에서 달려들어 상대를 걷어차고, 넘어진 사이에 공을 가로채는 것이 정상적인 전술로 통했습니다. 심판이 보고 있으면 카드가 나오지만, 안 보고 있으면 그만입니다.
이 거친 맛 때문에 타이토의 축구 게임은 정통 스포츠 게임이라기보다 대전 격투에 가깝게 굴러갔습니다. 실제 축구를 재현하려는 게임들이 패스와 포지션을 따질 때, 이쪽은 몸을 부딪쳐 상대를 무너뜨리는 재미를 앞세웠습니다. 오락실에서 여럿이 붙었을 때 가장 시끄러워지는 축구 게임이 이 계열이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슈퍼 컵 파이널스(Super Cup Finals)는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의 아케이드 축구 게임입니다. 한 경기는 전후반으로 짧게 끊기고,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골을 넣은 쪽이 이깁니다. 이기면 다음 상대로 넘어가고, 지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동전을 더 넣어야 다음 판이 이어지는 전형적인 오락실 토너먼트 구조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공을 가지고 있으면 패스와 슛, 공이 없으면 태클과 선수 전환에 버튼이 배정됩니다. 조작할 선수는 공에 가까운 쪽으로 자동으로 바뀌므로, 플레이어는 한 명만 신경 쓰면 됩니다. 실제 축구의 오프사이드나 세밀한 전술 지시 같은 것은 거의 다루지 않고, 공을 빼앗고 앞으로 밀고 때려 넣는 흐름에 집중합니다.
네 명이 붙는 자리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네 명까지 동시에 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2대 2로 편을 짜면 축구 게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혼자 할 때는 팀 전체를 컴퓨터가 알아서 움직여 주지만, 둘이 한 팀이면 누가 앞에 서고 누가 뒤를 볼지 사람끼리 정해야 합니다. 서로 같은 공만 쫓아다니다 뒤가 텅 비는 일이 수시로 벌어집니다.
이 구조 덕분에 오락실에서는 이 기계 앞이 늘 떠들썩했습니다. 같은 편끼리 서로 공을 뺏고, 태클이 아군에게 들어가고, 골 넣은 사람이 자기 실력이라고 우기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혼자 조용히 파고드는 게임이라기보다 사람이 모여야 값이 나오는 게임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초보자가 가장 많이 겪는 문제는 공을 오래 갖고 있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려다 뒤에서 들어오는 태클에 계속 끊깁니다. 요령은 공을 오래 잡지 않는 것입니다. 받자마자 앞으로 빼거나 옆으로 넘기는 식으로, 태클 사거리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이 게임에서 화려한 개인기는 대체로 손해입니다.
반대로 수비할 때는 무작정 태클 버튼을 연타하는 것이 함정입니다. 헛치면 자세가 무너져서 그 틈에 상대가 그대로 지나갑니다. 상대가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나 공이 발에서 살짝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한 번만 정확히 넣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받아 퇴장당하면 남은 시간을 수적 열세로 버텨야 하므로, 심판이 가까이 있을 때는 참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슛을 넣는 감각
골은 아무 데서나 때린다고 들어가지 않습니다. 골키퍼가 정면에 서 있으면 대부분 막히므로, 각을 벌려 놓고 때리거나 골키퍼가 한쪽으로 움직인 뒤 반대편을 노려야 합니다. 측면에서 올려 준 공을 중앙에서 바로 밀어 넣는 형태가 가장 확실한 득점 경로입니다. 이 흐름을 만들려면 혼자 끌고 들어가는 대신 옆 사람에게 한 번 넘겨야 하는데, 그래서 2인 팀플레이에서 골 장면이 훨씬 시원하게 나옵니다.
시간이 짧아서 한두 골 차이로 승부가 갈립니다. 앞서고 있다면 무리하게 공격하지 말고 공을 돌리며 시간을 흘리는 것도 유효한 전략입니다. 반대로 지고 있으면 수비를 포기하고 인원을 앞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 순간 역습을 맞고 점수 차가 더 벌어지는 일이 흔합니다.
그 시절 오락실 축구 게임들 사이에서
1990년대 초 오락실에는 축구 게임이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어떤 것은 실제 대회 분위기를 살리는 데 힘을 줬고, 어떤 것은 속도감과 화려한 슛 연출로 승부했습니다. 타이토의 이 계열은 그중에서 몸싸움과 반칙을 전면에 내세운 쪽이었습니다. 축구 규칙에 충실하기보다 여럿이 붙어 시끄럽게 노는 데 맞춘 설계입니다.
그래서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앉자마자 무언가 하게 됩니다. 전술을 몰라도 상대를 걷어차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진지한 축구 시뮬레이션을 기대하면 실망하겠지만, 옆자리에 아는 사람을 앉히고 한 경기만 해 보면 왜 이 기계 앞이 늘 붐볐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