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테니스 월드 서킷
슈퍼 테니스 (Super Tennis World Circuit Japan) · 1991 · Tonkin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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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게임의 기준을 세운 작품
슈퍼패미컴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등장한 작품입니다. 당시 스포츠 게임은 대개 화면만 화려하고 실제 경기의 맛은 얕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게임은 정반대였습니다. 화면은 소박하지만 공을 치는 감각과 랠리의 흐름이 놀랄 만큼 진짜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오랫동안 가정용 테니스 게임의 기준으로 불렸습니다. 이후에 나온 여러 테니스 게임들이 이 게임과 비교당했고, 지금도 그 시절 스포츠 게임 중 잘 만든 것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이름이 나옵니다.
어떤 게임인가
슈퍼 테니스(Super Tennis)는 코트를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의 테니스 게임입니다. 내 선수는 화면 아래쪽 코트에 서고, 상대는 위쪽에 섭니다. 좌우로 움직이며 날아오는 공을 받아 치고, 상대가 못 받게 만들면 점수를 얻습니다.
조작은 이동과 두 개의 타격 버튼입니다. 하나는 강하게 밀어 치는 공이고, 다른 하나는 회전을 걸어 짧게 떨어뜨리는 공입니다. 버튼을 누르는 길이와 그때 넣는 방향에 따라 공이 어디로 갈지가 정해집니다. 여기에 발리, 로브, 스매시가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나뉘어 나갑니다.
한 판은 실제 테니스 규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포티, 듀스, 게임, 세트가 전부 있고 서브권도 번갈아 갑니다. 세트 수를 조절해 짧게 끝낼 수도, 길게 갈 수도 있습니다.
랠리를 만드는 재미
이 게임의 핵심은 공이 어디로 갈지 미리 준비하는 데 있습니다. 공이 오는 자리에 서 있기만 해서는 좋은 공이 나가지 않습니다. 미리 그 자리에 도착해 자세를 잡고, 공이 몸 앞에 왔을 때 쳐야 강한 공이 나갑니다. 급하게 뛰어가며 치면 힘없이 넘어가 상대에게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랠리가 길어지면 서로 상대를 좌우로 흔드는 싸움이 됩니다. 왼쪽으로 한 번 보내고 오른쪽으로 한 번 보내며 상대의 발을 벌려 놓은 뒤, 빈 곳으로 강하게 밀어 넣는 겁니다. 실제 테니스에서 하는 그 전개가 화면 안에서 그대로 재현됩니다.
네트 앞으로 나가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앞으로 붙으면 짧은 공을 잡아 넣기 좋지만, 머리 위로 넘기는 로브에 당하기 쉽습니다. 언제 붙고 언제 물러날지 판단하는 것이 실력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선수와 코트
고를 수 있는 선수가 여럿 있고, 남녀 선수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선수마다 이동 속도, 서브의 위력, 정확도가 다르게 매겨져 있어서 경기 스타일이 갈립니다. 서브가 강한 선수는 첫 공에서 점수를 따기 쉽고, 발이 빠른 선수는 아무리 흔들어도 다 받아 냅니다.
코트 종류도 나뉘어 있습니다. 잔디, 흙, 하드 코트에 따라 공이 튀는 높이와 속도가 달라집니다. 흙 코트에서는 공이 느려져 랠리가 길어지고, 잔디에서는 공이 낮게 빠르게 지나가 서브가 강한 쪽이 유리합니다. 이 차이가 말로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체감으로 느껴집니다.
둘이 할 때와 대회 모드
대회 모드에서는 여러 상대를 차례로 꺾으며 올라갑니다. 뒤로 갈수록 상대의 반응이 빨라지고 빈 곳을 정확히 노리기 때문에, 어설픈 공을 보내면 곧바로 반격당합니다.
둘이 하는 대전이 이 게임의 진짜 재미입니다. 컴퓨터 상대는 정해진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속임수를 씁니다. 강하게 칠 것처럼 하다 짧게 떨어뜨리고, 계속 왼쪽만 노리다 갑자기 오른쪽으로 보냅니다. 이런 심리 싸움이 붙으면 한 세트가 훌쩍 지나갑니다.
화면이 아래위로 갈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코트를 두 사람이 나눠 쓰는 방식이라, 옆에 앉은 사람의 손동작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쪽으로 칠지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는 걸 보고 미리 뛰는 사람도 나옵니다.
복식도 지원합니다. 네 명이 붙으면 코트 분담과 위치 조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겨서, 단식과는 또 다른 게임이 됩니다. 지금 기준으로 화면은 단출하지만, 공 하나를 주고받는 그 리듬만큼은 여전히 잘 굴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