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대 킹핀
스파이더맨 대 킹핀 (Spider Man vs the Kingpin USA Europe) · 1991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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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안에 도시를 구하라
시작하자마자 화면 한구석에서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킹핀이 뉴욕 시내에 폭탄을 심어 놓고 스파이더맨에게 누명을 씌운 상황이고, 남은 시간 안에 부품을 모아 폭탄을 멈추지 못하면 그대로 끝납니다. 시간이 줄어드는 걸 눈으로 보면서 거미줄을 타고 빌딩 사이를 넘어 다니다 보면, 단순한 액션 게임인데도 이상하게 조급해집니다. 화면 아래쪽에 웹 카트리지 잔량이 같이 표시돼서, 거미줄이 바닥나는 순간의 막막함까지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스파이더맨 대 킹핀(Spider-Man vs the Kingpin)은 마스터시스템으로 나온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여섯 명의 악당이 각자 자기 구역을 지키고 있고, 그들을 쓰러뜨려 얻은 열쇠 조각으로 마지막에 킹핀에게 도달하는 구성입니다.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밀고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 지도에서 갈 곳을 고르고 그 구역 안을 돌아다니며 목표물을 찾는 쪽에 가깝습니다.
거미줄이 곧 자원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거미줄을 아끼는 법입니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쏘아 매달리고, 거미줄로 적을 묶고, 거미줄을 던져 공격합니다. 그런데 그 거미줄에 잔량이 있습니다. 다 쓰면 주먹과 발차기만 남는데, 이 상태로는 웬만한 적을 상대하기가 몹시 버겁습니다.
그래서 잡몹은 되도록 때려서 처리하고 거미줄은 이동과 보스전에 쓰는 게 기본입니다. 스테이지 곳곳에 웹 보충 아이템이 떨어져 있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지나간 구역이라도 위쪽 발판을 훑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거미줄로 매달려 이동하는 조작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천장이 있어야 걸리고, 걸린 뒤에는 진자처럼 흔들리기 때문에 뛰어내릴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아래 함정으로 그대로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무리하게 매달리기보다 발판을 밟고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섯 명의 악당
상대하는 악당들은 각자 성격이 뚜렷합니다. 어떤 상대는 화면을 넓게 쓰며 돌진해 오고, 어떤 상대는 원거리 공격을 계속 뿌려 접근 자체를 막습니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체력이 두껍고, 아무 생각 없이 붙으면 이쪽이 먼저 녹는다는 것입니다.
보스전의 요령은 대체로 같습니다. 상대 공격 패턴을 한두 바퀴 지켜보며 안전한 위치를 찾고, 빈틈이 생겼을 때만 거미줄을 붙입니다. 체력이 아깝다고 회피만 하면 시계가 줄어들어 결국 폭탄 해제 시간이 모자라니, 어느 정도는 손해를 감수하고 밀어붙여야 하는 균형이 있습니다.
악당을 쓰러뜨리면 열쇠를 얻고, 그 열쇠로 다음 구역이 열립니다. 어느 악당부터 잡을지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서, 자기가 편한 순서를 찾아내는 것도 이 게임을 파고드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지도를 보지 않고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구역이 꽤 넓고 같은 배경이 반복돼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으면 시간만 흘러갑니다. 지도 화면에서 갈 곳을 정한 다음 그쪽만 노려 들어가는 게 시간을 아끼는 길입니다.
두 번째는 체력 관리입니다. 잡몹 하나하나가 주는 피해가 작아 보여도, 좁은 통로에서 연속으로 맞으면 순식간에 반이 날아갑니다. 지나가도 되는 적은 그냥 지나치는 판단이 중요하고, 이 점에서 무조건 다 잡고 가는 습관이 붙은 사람일수록 고생합니다.
시간이 아주 모자란 상황이라면 아이템 수집을 포기하고 폭탄 쪽으로 직행하는 선택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완벽하게 도는 것보다 시계를 이기는 게 목표라는 걸 기억하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그 시절의 마스터시스템 판
이 게임은 세가가 마스터시스템에 맞춰 만든 판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기기에서도 스파이더맨 게임이 여럿 나왔지만, 이쪽은 제한 시간과 거미줄 잔량이라는 두 개의 자원을 동시에 관리하게 만든 점이 특히 눈에 띕니다. 캐릭터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어 스파이더맨 특유의 자세도 알아보기 쉽습니다.
국내에서는 마스터시스템 자체가 흔한 기기는 아니었지만, 미국 만화 주인공이 나오는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화면 가득 거미줄을 쏘며 빌딩 사이를 넘어 다니는 장면은 그 시절 기준으로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시계와 거미줄 잔량을 동시에 지켜보던 그 조바심을 지금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