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플레이스테이션)
스파이더맨 (Spider Man) · 2000 · Act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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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한 장이 그대로 움직이던 순간
게임을 켜면 만화책 표지 같은 화면이 뜨고, 스탠 리의 목소리가 직접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블 만화를 만든 장본인이 내레이션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에는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컷신은 만화 칸을 넘기듯 이어지고, 대사창은 말풍선처럼 떠오릅니다. 슈퍼히어로 게임이 원작의 분위기를 이만큼 옮겨 온 사례가 그 전에는 드물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사로잡은 건 이동 자체였습니다. 버튼 하나로 거미줄을 쏘아 붙이고, 그 줄에 매달려 진자처럼 크게 흔들리며 건물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그냥 도시를 돌아다니는 게 더 재미있어서, 임무를 잊고 한참을 매달려 다닌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파이더맨 (플레이스테이션)(Spider-Man)은 뉴욕을 무대로 한 3인칭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플레이어는 피터 파커가 되어 누명을 벗고 도시를 노리는 음모를 파헤칩니다. 벽을 기어오르고, 천장에 붙어 이동하고, 거미줄로 적을 묶고, 주먹과 발차기로 싸우는 스파이더맨다운 동작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구성은 스테이지 방식입니다. 각 임무에는 목표가 정해져 있고, 제한 시간이 붙은 구간도 있습니다. 은행 강도를 막거나, 폭탄을 해체하거나, 인질을 구하거나, 보스와 맞붙습니다. 코믹스 팬이라면 반가운 얼굴들이 줄줄이 등장해 스토리를 끌고 갑니다.
거미줄 하나로 만들어 낸 조작감
거미줄은 이동 수단이면서 동시에 무기입니다. 적을 통째로 감아 묶어 무력화할 수도 있고, 거미줄 뭉치를 던져 견제할 수도 있으며, 방패처럼 펼쳐 총격을 막아 낼 수도 있습니다. 거미줄 게이지가 소모되므로 무한정 쓸 수는 없고, 스테이지 곳곳에 놓인 보충 아이템을 챙겨야 합니다.
스파이더 센스도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위험이 다가오면 머리 위에 표시가 뜨고, 그 순간 회피 입력을 넣으면 총알을 피합니다. 벽에 붙은 채로 적을 내려다보다가 급강하해 덮치는 식의 히어로다운 전투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숨은 재미와 수집 요소
스테이지마다 감춰진 코믹스 표지가 놓여 있습니다. 이걸 모으면 갤러리에서 실제 만화 표지를 볼 수 있고, 일정 수를 넘기면 다른 코스튬이 열립니다. 심비오트 슈트, 스파이더맨 2099, 스칼렛 스파이더 같은 의상은 겉모습만 바뀌는 게 아니라 능력에도 차이를 줍니다.
한 번 깬 뒤에도 난이도를 올려 다시 도전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표지를 전부 모으고, 최고 난이도를 뚫고, 숨은 모드를 열어 보는 재미가 본편 못지않게 길게 이어집니다.
히어로 게임의 기준을 바꾼 작품
이 게임 이전에도 슈퍼히어로 게임은 많았지만, 대부분은 원작 이름만 빌린 평범한 액션물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캐릭터의 능력을 게임 규칙으로 제대로 번역해 냈다는 점에서 달랐습니다. 거미줄로 이동하는 감각이 곧 스파이더맨이 된 느낌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후 나온 수많은 스파이더맨 게임과 오픈월드 히어로 액션의 출발점으로 자주 꼽힙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그래픽은 세월을 느끼게 하지만, 빌딩 사이로 몸을 던지는 그 순간의 쾌감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