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전설 슈퍼패미컴판
아랑전설 숙명의 싸움 (Garou Densetsu Shukumei no Tatakai Japan) · 1992 · Ta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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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형제만 고를 수 있던 시절
지금은 아랑전설 하면 캐릭터가 스무 명씩 나오는 게 당연하지만, 첫 작품은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캐릭터가 딱 셋이었습니다. 테리 보가드, 앤디 보가드, 그리고 죠 히가시. 나머지는 전부 쓰러뜨려야 할 상대였습니다.
그래서 오락실에서든 집에서든, 친구랑 붙으면 결국 셋 중에서 골라야 했습니다. 파워 웨이브를 깔고 들어오는 테리, 참영권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앤디, 하리케인 어퍼로 대공을 잡는 죠. 이 좁은 선택지 안에서도 취향이 갈렸고, 누가 어떤 캐릭터를 쓰는지가 그 사람의 성격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아랑전설 숙명의 싸움(Garou Densetsu: Shukumei no Tatakai)은 사우스타운이라는 가상 도시를 지배하는 기스 하워드에게 아버지를 잃은 보가드 형제가 복수를 위해 격투 대회에 뛰어드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원래 오락실용으로 나온 작품을 슈퍼패미컴으로 옮긴 판본이 이것입니다.
한 판씩 상대를 꺾어 나가다 마지막에 기스와 마주하는 구성입니다. 각 상대는 저마다 무대와 배경 음악을 갖고 있고, 이기고 지는 사이사이에 짧은 대사가 오갑니다. 격투 게임에 이야기를 붙인 초기 사례 중 하나입니다.
두 줄로 나뉜 무대
이 시리즈를 다른 격투 게임과 구별 짓는 건 바닥이 앞뒤 두 줄로 나뉘어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버튼 조합으로 뒷줄로 넘어가면 상대의 공격이 아예 닿지 않습니다. 반대로 뒷줄에서 앞줄로 뛰어들며 때리는 공격도 따로 있습니다.
이 라인 이동 덕분에 몰렸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고, 대신 상대가 넘어오는 순간을 노려 되받아치는 수읽기가 붙습니다. 다른 격투 게임에서는 구석에 몰리면 그걸로 끝인데, 여기서는 한 번 더 도망칠 여지가 있는 셈입니다. 처음 하는 분은 이 이동을 아예 안 쓰고 넘어가기 쉬운데, 익혀 두면 체감 난이도가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
기스 하워드라는 벽
최종 보스 기스 하워드는 시리즈를 대표하는 악역으로 남았습니다. 다가가면 붙잡아 던지고, 뛰어들면 대공기로 맞받고, 멀리서 얼쩡거리면 기탄을 날립니다. 어느 거리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게 이 보스의 무서운 점입니다.
공략의 핵심은 무리한 접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가 먼저 기술을 내밀게 만들고, 그 뒤에 생기는 짧은 빈틈에만 손을 대야 합니다. 욕심내서 연속으로 때리려다 잡히면 그대로 체력의 절반이 날아갑니다.
슈퍼패미컴판은 오락실판에 비해 화면이 단순해지고 캐릭터 크기도 작아졌지만, 기술과 흐름은 잘 옮겨져 있습니다. 시리즈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확인해 보기에 좋은 판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