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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전설 슈퍼패미컴 해외판

아랑전설 숙명의 싸움 (Fatal Fury Europe) · 1992 · Ta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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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웨이브를 처음 본 날

빨간 모자를 뒤로 쓰고 청바지에 조끼를 걸친 남자가 주먹으로 땅을 치면, 기운이 바닥을 타고 달려가 상대를 때립니다. 테리 보가드의 파워 웨이브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파동권이 공중을 날아갔다면, 이쪽은 지면을 기어갔습니다. 그 차이 하나만으로도 오락실 아이들은 이 게임을 다르게 봤습니다.

아랑전설은 SNK가 네오지오와 함께 내놓은 첫 대전격투이자, 이후 킹 오브 파이터즈로 이어지는 계보의 출발점입니다. 사우스타운이라는 도시와 기스 하워드라는 악당은 이 한 편에서 시작해 십수 년간 시리즈를 지탱했습니다.

아랑전설 슈퍼패미컴 해외판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2)

어떤 게임인가

아랑전설 슈퍼패미컴판(Fatal Fury)은 1대1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아버지 제프 보가드를 죽인 기스 하워드에게 복수하러 사우스타운으로 돌아온 테리와 앤디 보가드 형제, 그리고 무에타이 선수 죠 히가시 중 하나를 골라 대회를 헤쳐 나갑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두 줄로 나뉜 무대입니다. 앞줄과 뒷줄을 오갈 수 있어서, 상대의 공격을 줄을 바꿔 피하거나 뒷줄에서 뛰어들며 기습할 수 있습니다. 평면 위에서만 싸우던 당시 격투 게임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요소였습니다.

아랑전설 슈퍼패미컴 해외판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2)

세 형제와 상대들

테리는 파워 웨이브와 버닝 너클, 그리고 위로 솟구치는 라이징 태클을 씁니다. 앤디는 참영권과 비상슬공탄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죠는 하리켄 어퍼와 폭렬권으로 밀어붙입니다. 셋의 성격이 뚜렷하게 달라 어느 쪽을 잡느냐로 게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대로는 던클, 라이덴, 마이클 맥스, 타이 룽, 리처드 마이어, 빌리 케인 같은 인물들이 차례로 나오고, 마지막에 기스 하워드가 기다립니다. 기스의 열풍권과 상대의 공격을 되받아치는 잡기는 이 시리즈를 대표하는 기술이 됐습니다.

이식판의 사정

네오지오 원판에 비하면 스프라이트 크기와 애니메이션 매수가 줄었고, 배경 연출도 단순해졌습니다. 두 줄 시스템은 유지됐지만 줄을 오갈 때의 동작이 다소 뻣뻣합니다. 대전에서 테리, 앤디, 죠 외의 캐릭터를 고를 수 없다는 원작의 제약도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필살기 커맨드와 기본기의 감각은 살아 있어서, 가정에서 아랑전설을 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였습니다. 배경음악도 원곡을 옮겨 두어 분위기가 상당 부분 유지됩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때

이후 나온 아랑전설 2나 스페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1편은 여러모로 단출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시리즈의 골격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두 줄 무대라는 아이디어가 처음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습니다.

기본기 사거리를 익히고 줄 이동을 언제 쓸지 판단하는 것이 승패를 가릅니다. 상대가 장풍을 쓰려는 순간 뒷줄로 빠지는 감각을 잡으면, 이 게임이 왜 당시에 신선하다고 평가받았는지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