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 MOW
가로우 마크 오브 더 울브즈 (Garou Mark of the Wolves Ngm 2530) · 1999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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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죽인 남자의 손에 자란 아이
록 하워드는 사우스타운을 쥐고 흔들던 기스 하워드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기스를 빌딩 옥상에서 떨어뜨린 사람이 테리 보가드입니다. 아이는 그 테리의 손에 길러졌고, 이 게임에서 테리의 상징인 붉은 재킷을 걸치고 아버지의 기술을 함께 씁니다. 승리 화면에서 록이 짓는 표정에는 그 복잡한 사정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아랑 MOW(Garou: Mark of the Wolves)는 1대1로 붙는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아랑전설 시리즈의 계보를 잇지만 테리를 제외한 기존 캐릭터를 거의 전부 내려놓고, 십여 년이 지난 사우스타운에 새로운 얼굴들을 세웠습니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든 대신, 시스템은 시리즈 어느 작품보다 날카롭게 다듬었습니다.
한 프레임을 다투는 저스트 디펜드
이 게임을 대표하는 시스템은 저스트 디펜드입니다. 상대의 공격이 닿기 직전에 정확한 순간에 뒤로 밀면 일반 가드와 다른 판정이 나옵니다. 가드로 깎이던 체력이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체력이 조금 회복되며, 가드 경직이 짧아져서 상대의 연속기 사이를 비집고 반격을 넣을 수 있습니다. 성공하면 캐릭터 발밑에 파란 불꽃이 튀는데, 그 이펙트가 뜨는 순간 공수가 뒤집힙니다.
또 하나는 T.O.P. 시스템입니다. 게임 시작 전에 체력 게이지의 어느 구간에 표시를 둘지 직접 고릅니다. 체력이 그 구간에 들어와 있는 동안에는 공격력이 오르고 체력이 조금씩 차오르며, 전용 기술인 T.O.P. 어택을 쓸 수 있습니다. 초반에 몰아치고 싶으면 앞쪽에, 몰렸을 때 뒤집고 싶으면 끝쪽에 두는 식으로 자기 성격에 맞춰 판을 설계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필살기 모션을 도중에 끊는 페인트 동작이 더해집니다. 장풍을 쏘는 척하다가 멈추고 파고들거나, 큰 기술 모션을 흘리며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는 심리전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새 얼굴들과 낯익은 성
새 캐릭터들은 저마다 계보가 있습니다. 김갑환의 두 아들 김동환과 김재훈이 나란히 출전해, 형은 가볍고 화려하게 동생은 정석적으로 태권도를 씁니다. 안디 보가드의 제자 호쿠토마루, 남미에서 온 공수도가 마르코 로드리게스, 해적선을 이끄는 여자 도적 B. 제니, 프로레슬링 챔피언 티조크, 그리고 서로를 찾는 남매인 가토와 후타바 호타루가 있습니다.
거리를 두고 견제하는 캐릭터와 붙어야 사는 캐릭터가 뚜렷하게 갈리고, 저스트 디펜드 덕분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구도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흰 머리의 무법자 프리먼처럼 판정이 특이한 캐릭터도 있어서, 상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끝인 줄 알았던 마지막 장
최종 보스 카인 R. 하인라인은 사우스타운을 다시 손에 넣으려는 인물이고, 그 앞을 막아서는 충복 그랜트는 처음 만나면 벽처럼 느껴집니다. 록의 어머니와 얽힌 사연까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다음 편을 예고한 채 끝나는데, 그 다음이 오는 데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작화와 연출은 지금 봐도 밀리지 않습니다. 승리 포즈와 배경의 잔손질, 캐릭터가 숨 쉬는 대기 모션까지 도트로 촘촘하게 채워져 있어서, 옛 기판에서 뽑아낼 수 있는 표현의 끝을 보여 준 작품으로 자주 꼽힙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대전대의 마지막 세대를 함께한 게임이라, 지금도 대회가 열리면 사람이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