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아머드 카

아머드 카 (Armored Car SET 1) · 1981 · Stern Electronics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미로 게임에서 미로가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게임의 화면은 가만히 있지 않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계속 흘러갑니다. 도시 전체가 옆으로 지나가는 셈이라, 지금 놓친 길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1981년에 나온 게임치고는 꽤 대담한 발상이었고, 덕분에 팩맨류의 정적인 미로 게임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아머드 카(Armored Car)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미로 게임입니다. 현금 수송차를 몰고 도시를 돌며 돈을 주워 은행에 배달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사이 쫓아오는 범죄자들을 따돌려야 합니다.

아머드 카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1)

도로 위의 규칙들

이 게임의 도시에는 지켜야 할 것이 여럿 있습니다. 교차로 중에는 방향 표시가 붙어 있는 곳이 있는데, 그 표시가 가리키는 대로 가야 합니다. 마음대로 꺾을 수 없다는 제약이 미로를 더 까다롭게 만듭니다.

연료도 계속 줍니다. 도시 곳곳에 주유소가 있어서 거기에 들러 채워야 하는데, 돈을 모으는 경로와 주유소로 가는 경로가 어긋나면 곤란해집니다. 돈이 많아도 연료가 떨어지면 끝입니다.

방어 수단으로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쫓아오는 차를 막는 용도인데, 무한정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아껴 써야 합니다. 궁지에 몰렸을 때를 위해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머드 카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1)

도시가 스스로 변한다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도로 위의 다른 차량들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도시의 상태를 바꿉니다.

로드롤러는 방향 표시를 바리케이드로 바꿔 놓습니다. 지나가려던 길이 갑자기 막히는 것입니다. 청소차는 반대로 바리케이드와 방향 표시를 쓸어 담아 없앱니다. 애써 깔아 둔 바리케이드가 사라지기도 하고, 막혔던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폭발물 트럭은 가장 위험합니다. 평소에는 직진만 하는데,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그대로 돌진해 옵니다. 다만 이 트럭이 벽에 부딪혀 터지면 큰 점수를 줍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유인해 벽으로 몰아넣는 고급 기술이 생깁니다.

아머드 카 액션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1)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욕심입니다. 화면 반대편에 돈이 보이면 가져오고 싶어지는데, 화면이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무리해서 되돌아가다가 벽에 갇힙니다. 지나간 것은 포기하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연료를 잊는 것입니다. 돈을 모으는 데 집중하다 보면 연료 눈금을 안 보게 되는데, 주유소는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자리에만 있습니다. 절반쯤 남았을 때 미리 다음 주유소 위치를 확인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기어 조작입니다. 버튼을 눌러 속도를 올릴 수 있는데, 빠르면 도망치기 좋지만 꺾을 자리를 지나치기 쉽습니다. 직선 구간에서만 올리고 교차로가 가까워지면 되돌리는 식으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스턴이라는 회사와 그 시절

스턴 일렉트로닉스는 1980년대 초반 미국 오락실 시장에서 활동하던 회사입니다. 일본 게임을 들여와 미국에 내놓는 일도 했고, 자체 개발도 병행했습니다. 이 게임은 자체 개발 쪽에 속합니다.

1981년은 오락실 게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해였습니다. 팩맨의 대성공 이후 미로에 무언가를 모으는 게임이 쏟아졌는데, 그 홍수 속에서 눈에 띄려면 무언가 하나는 달라야 했습니다. 이 게임이 택한 차별점이 스크롤하는 미로와 도시를 바꾸는 차량들이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은 방향과 버튼 두 개로 간단하지만, 신경 쓸 것이 많아 처음에는 정신이 없습니다. 돈과 연료와 추격자와 흘러가는 화면을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판 하다 보면 요령이 잡힙니다. 화면 왼쪽 끝에 몰리지 않게 적당히 앞쪽에 위치를 잡아 두고, 다음에 갈 곳을 미리 정해 두는 식입니다. 이 감각이 붙으면 여유가 생기고, 그때부터 폭발물 트럭을 유인하는 것 같은 재미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국내에 들어온 초기 오락실 기계는 대체로 일본 쪽 물건이 많았고, 미국제 게임은 상대적으로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지금 접하면 익숙한 옛날 게임들과는 다른 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