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드 포메이션
아무드 포메이션 (Armed Formation) · 1988 · Nichibu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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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오락실 슈팅에는 저마다 하나씩 '이 게임만의 장치'가 있었습니다. 아무드 포메이션이 내세운 것은 제목 그대로 포메이션, 곧 대형입니다. 기체 곁을 따라다니는 보조 유닛을 앞으로 세울지 뒤로 돌릴지 옆으로 벌릴지를 플레이어가 직접 정하고, 그 배치에 따라 총알이 나가는 방향과 몸을 지켜 주는 방향이 통째로 바뀝니다. 화력을 올리는 게 아니라 화력의 모양을 바꾸는 슈팅입니다.
대형을 바꿔 가며 싸우는 종스크롤 슈팅
아무드 포메이션(Armed Formation)은 화면이 위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자기 기체를 조작해 밀려오는 적을 쏘고, 파워업을 주워 강해지고, 구간 끝에서 보스를 잡아 다음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여기까지는 이 시기 슈팅의 표준 문법입니다.
차이는 옵션 운용에 있습니다. 기체에 붙는 보조 유닛은 단순히 총알을 늘려 주는 장식이 아니라, 배치를 바꿔 여러 방향으로 사격하게 만들 수 있는 조종 대상입니다. 앞이 뚫려야 할 상황과 뒤에서 적이 파고드는 상황, 좌우로 넓게 훑어야 하는 상황이 구간마다 다르게 오기 때문에, 어떤 대형을 언제 쓰느냐가 곧 실력이 됩니다.
이 장치는 총알을 더 많이 뿌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던 당시 슈팅 흐름과는 조금 다른 선택이었습니다. 화력 총량은 크게 늘지 않는 대신, 같은 화력을 어디로 보낼지 플레이어가 계속 판단하게 만듭니다. 그만큼 손이 바쁘고, 잘 굴러갈 때의 만족감도 큽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대형을 하나 정해 놓고 끝까지 그대로 가는 것입니다. 앞쪽만 두껍게 해 두면 뒤나 옆에서 들어오는 적을 그대로 맞습니다. 이 게임은 방향을 바꾸라고 만들어 놓은 게임이라, 대형 전환을 아끼면 게임이 준비해 둔 답을 스스로 버리는 셈이 됩니다.
두 번째는 파워업을 잃었을 때의 대처입니다. 이 시기 슈팅 대부분이 그렇듯 죽으면 강화가 날아가고, 벌거벗은 기체로 이미 빡빡해진 구간을 다시 뚫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적을 다 잡으려 하지 말고 생존을 우선해야 합니다. 화면 아래쪽에 붙어 좌우로 작게 움직이면서 다음 파워업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게 정석입니다.
세 번째는 보스전입니다. 종스크롤 슈팅의 보스는 대체로 공격 패턴이 정해져 있고, 안전한 자리가 반드시 한두 군데 있습니다. 처음 만나면 무리해서 딜을 넣기보다 한 번은 패턴을 끝까지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피하기만 해 보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어느 자리가 비는지 알고 나면 같은 보스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어디서 난이도가 튀는가
이 게임을 포함한 80년대 후반 종스크롤 슈팅은 대체로 앞 두세 구간까지는 순하다가 중반부터 적탄의 밀도와 속도가 함께 올라갑니다. 특히 화면 아래쪽이나 옆에서 튀어나와 순식간에 붙는 적들이 사고의 주된 원인입니다. 화면 위쪽에 붙어 적을 빨리 지우려는 습관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기습에 자주 당합니다.
권할 만한 기본자세는 화면 아래 3분의 1 지점에 머무는 것입니다. 시야가 넓어져 위에서 내려오는 편대를 미리 볼 수 있고, 피할 공간도 넉넉합니다. 화력이 아쉬우면 대형을 앞으로 몰아 사거리를 벌면 됩니다. 자리를 위로 올리는 것보다 대형으로 해결하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니치부츠라는 이름
만든 곳은 니치부츠, 일본물산입니다. 문 크레스타나 테라 크레스타처럼 기체를 합체시켜 강해지는 슈팅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입니다. 이 게임의 대형 개념도 그 계보 위에 있습니다. 여러 유닛을 조합해 하나의 기체를 만들어 쓴다는 발상을 계속 다듬어 온 회사였던 셈입니다.
니치부츠는 이 시기 이후로 슈팅보다는 마작 게임 쪽으로 무게를 옮겨 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 회사가 정통 슈팅에 힘을 실었던 마지막 시기의 작품 중 하나로 읽히기도 합니다. 훗날 이 회사의 판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서 가정용 기기로 다시 나왔고, 덕분에 지금은 옛 오락실 기판 중에서도 접하기 쉬운 축에 들게 되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1988년 무렵 국내 슈팅 자리는 이미 대형 히트작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업소 주인들은 손님이 확실하게 붙는 기판을 선호했습니다. 이런 중간 규모의 슈팅은 들어와도 몇 달 있다가 조용히 다른 게임으로 교체되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래도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해 볼 값어치가 충분한 게임입니다. 화력을 쌓아 밀어붙이는 슈팅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총알을 어디로 보낼지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이 게임의 방식이 신선하게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