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클라이머 (오락실)
아이스 클라이머 (Vs Ice Climber) · 1985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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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로 건너간 얼음 산
아이스 클라이머는 가정용 패미컴의 초기 대표작으로 기억되는 게임이지만, 닌텐도는 이 게임을 오락실 기판으로도 내놓았습니다. 닌텐도가 자사 가정용 게임을 업소용 기판에 얹어 내놓던 계열의 하나로, 집에서 하던 그 게임이 동전을 넣는 기계 안에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락실판이 집에서 하던 것보다 확실히 사납다는 점입니다. 업소용은 손님이 오래 붙잡고 있으면 회전이 안 되니, 층 구성이 더 까다롭고 방해하는 것들이 더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집에서 꽤 올라가 봤다고 자신하던 분도 오락실판에서는 초반에 미끄러져 떨어지기 쉽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아이스 클라이머(Vs. Ice Climber)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전부인 세로 방향 액션입니다. 화면은 얼음으로 된 층이 겹겹이 쌓인 구조이고, 플레이어는 두꺼운 옷을 입은 등반가를 조작해 머리 위 천장을 망치로 깨고, 그 구멍으로 뛰어올라 한 층씩 위로 나아갑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점프, 그리고 망치 휘두르기로 끝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조작이 생각만큼 순순히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점프하는 동안에도 좌우 조절이 가능한 대신 관성이 강하게 붙고, 얼음 위에서는 발이 미끄러집니다. 이 미끄러짐을 계산에 넣지 않으면 발판 끝에서 그대로 흘러 떨어집니다.
한 판을 다 오르면 꼭대기에서 보너스 구간이 기다립니다. 여기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위로 뛰어오르며 채소를 챙기고, 가장 높은 곳에 매달린 것을 잡으면 큰 점수를 받습니다. 시간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정리되고 다음 산으로 넘어갑니다.
미끄러짐과 천장, 두 가지 벽
처음 하는 분이 가장 많이 당하는 것은 천장을 덜 깬 상태로 뛰어오르는 일입니다. 구멍이 좁으면 몸이 걸려 튕겨 나오고, 그사이 아래쪽에서 방해가 올라옵니다. 망치는 한 번 더 휘둘러 구멍을 넉넉하게 만들어 두는 편이 언제나 이득입니다.
두 번째 벽은 좌우로 흘러가는 발판입니다. 어떤 층은 얼음 덩어리가 옆으로 천천히 움직이는데, 여기에 올라탄 채 점프하면 자기가 서 있던 속도가 그대로 더해집니다. 멈춰 있는 줄 알고 뛰면 엉뚱한 곳에 떨어지니, 발판이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미리 자리를 잡고 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화면 아래쪽으로 떨어지면 목숨을 잃습니다. 위로만 올라가는 게임이라 화면이 따라 올라가면 아래는 그대로 낭떠러지가 됩니다. 욕심을 내서 아래층의 채소를 주우러 내려가다가 화면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 흔한 최후입니다.
둘이 하면 달라지는 게임
이 게임은 두 사람이 동시에 붙을 수 있고, 그 순간 성격이 바뀝니다. 같이 올라가면 서로 길을 열어 주며 빨라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깬 구멍 때문에 내 발판이 사라지고, 서로 몸이 부딪쳐 밀려납니다. 협력과 방해가 뒤섞이면서 옆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였습니다.
꼭대기 보너스 구간에서는 이 갈등이 절정에 이릅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가장 높은 곳의 상품은 하나뿐이니, 먼저 올라간 쪽이 다 가져갑니다. 사이좋게 시작했다가 마지막 몇 초에 서로를 밀어내는 장면이 늘 나왔습니다.
남은 인상
아이스 클라이머는 뒤에 나온 어느 닌텐도 게임보다도 조작이 뻑뻑하다는 평을 자주 듣습니다. 점프의 관성과 얼음의 미끄러짐이 요즘 기준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뻑뻑함을 손에 익히고 나면,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감각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락실판보다 가정용으로 기억하는 분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이제는 별도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볼 수 있으니, 예전에 익숙했던 감각이 오락실 기판에서는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