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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스키퍼

스카이 스키퍼 (Sky Skipper) · 1981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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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남은 정식 캐비닛이 단 한 대뿐인 게임이 있습니다. 닌텐도가 만들었지만 닌텐도조차 팔기를 포기했고, 이미 출하한 기계들은 대부분 뜯겨서 뽀빠이 기판으로 바뀌었습니다. 살아남은 한 대는 닌텐도 아메리카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한참 뒤에야 발굴됐습니다. 스카이 스키퍼가 그 게임입니다.

스카이 스키퍼(Sky Skipper)는 복엽기를 조종해 고릴라에게 붙잡힌 동물과 왕족을 구해내는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화면 안을 비행기로 돌면서 고릴라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뜨려 기절시키고, 그 틈에 열린 우리로 급강하해 갇힌 이들을 태워 나오면 한 판이 끝납니다.

스카이 스키퍼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1)

동키콩과 뽀빠이 사이

이 게임이 만들어진 시점이 흥미롭습니다. 동키콩을 완성한 직후이자 뽀빠이를 내놓기 전, 닌텐도가 아케이드 시장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실험하던 시기의 산물입니다. 고릴라가 무언가를 붙잡아 두고 있다는 설정에서 동키콩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문제는 실험이 지나쳤다는 데 있습니다. 비행기를 몰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연료를 관리하고, 급강하해서 구조 대상을 태우고, 다시 이륙한다는 다섯 가지 일을 한꺼번에 시킵니다. 1981년 오락실에서 동전 하나 넣고 앉은 손님에게 이 정도 복잡도는 과했습니다.

닌텐도는 로케이션 테스트 반응이 나쁜 것을 확인하고 일본에 소량만 내보낸 뒤 나머지 지역 출시를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그 캐비닛들을 뽀빠이로 개조해 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닌텐도 아케이드 중 가장 구하기 힘든 물건이 됐습니다.

스카이 스키퍼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1)

연료가 곧 목숨입니다

실제로 해 보면 이 게임의 중심 자원은 목숨이 아니라 연료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날고 있는 동안 계기가 계속 줄어들고, 바닥나면 추락합니다. 그리고 이 연료를 채우는 유일한 방법이 구조 대상을 태우는 것입니다.

즉 구조는 점수를 벌기 위한 선택지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 행동입니다. 안전하게 돌면서 상황을 살피는 소극적 플레이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시간을 끌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니 계속 아래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처음 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폭탄을 던지고 나서 고릴라가 정말 기절했는지 확인하려고 한 바퀴 더 도는 것입니다. 그 한 바퀴에 연료가 깎이고, 기절한 고릴라는 시간이 지나면 일어납니다. 폭탄을 맞혔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내려가는 편이 낫습니다.

스카이 스키퍼 액션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1)

조종 감각과 지형

복엽기라 방향 전환이 즉각적이지 않고, 뒤집혀 나는 상태와 정상 비행 상태가 구분됩니다. 이 관성 때문에 우리 바로 위로 정확히 붙이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급강하 각도를 잡으려면 우리에 닿기 한참 전부터 고도를 준비해야 합니다.

화면 안에는 나무나 구조물 같은 지형이 배치돼 있어서 비행 경로가 자유롭지 않습니다. 폭탄을 던질 위치와 내려앉을 위치를 같이 계산해야 하고, 그 둘이 지형 때문에 한 번의 진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배치가 종종 나옵니다. 그럴 때는 한 번에 다 하려 하지 말고 폭탄만 던지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두 번의 진입으로 나누는 편이 안전합니다.

발굴된 뒤

2010년대에 들어 수집가들이 남은 한 대를 실측하고 사진으로 남기면서 이 게임은 다시 알려졌습니다. 몇 장 남지 않은 기판을 구해 캐비닛을 복원한 작업이 화제가 됐고, 그 뒤로 닌텐도의 잊힌 초기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됐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본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됩니다. 일본에서도 극소량만 돌았으니 국내 유입 경로 자체가 없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해 본다는 것은 당대의 추억을 되살리는 일이라기보다, 동키콩을 만든 사람들이 그다음에 무엇을 시도하려 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도 몇 판 해 보면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