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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푸

아푸 (Appoooh) · 1984 · Sanri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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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상합니다. 알파벳 오가 세 개나 붙어 있는 이 이름은 일본어로 관중이 지르는 함성을 흉내 낸 것에 가깝습니다. 게임을 켜면 그 소리에 어울리는 화면이 나옵니다. 링 하나, 로프 세 줄, 그리고 여덟 명의 레슬러입니다.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가 아직 자리를 잡기도 전인 1984년에 나온 물건입니다.

아푸(Appoooh)는 여덟 명의 레슬러 중 하나를 골라 링 위에서 상대와 겨루는 프로레슬링 게임입니다. 혼자 컴퓨터를 상대할 수도 있고 둘이서 붙을 수도 있습니다. 8방향 조이스틱으로 링을 돌아다니고, 세 개의 버튼으로 공격합니다. 세 판을 먼저 이기면 승리입니다.

아푸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4)

레슬링을 게임으로 옮긴 방식

기술이 꽤 다양합니다. 펀치와 킥 같은 타격이 있고, 상대를 붙잡아 던지거나 파일드라이버를 거는 잡기 기술이 있습니다. 로프에 상대를 튕겨 보낸 다음 돌아오는 것을 팔꿈치로 받는, 프로레슬링 중계에서 익숙한 장면도 재현됩니다.

체력은 숫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쓰러진 레슬러의 몸에서 색깔 있는 파동이 퍼져 나오는데, 그 색으로 상태를 읽습니다. 노란 파동이면 잠깐 정신을 잃은 정도이고, 빨간 파동이 나오면 위험합니다. 이 상태에서 상대가 위에 올라타면 심판이 카운트를 세기 시작하고, 셋을 채우면 그대로 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확실한 마무리 개념이 있습니다. 계속 때리다 보면 이기는 게 아니라, 상대를 빨간 상태로 만들고 그 짧은 시간 안에 핀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타격만 하다가 상대가 일어나 버리면 처음부터 다시입니다.

아푸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4)

캐릭터 고르기

여덟 명은 생김새와 기술이 다릅니다. 당시 실제 미국과 일본 프로레슬링계의 유명 선수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인데, 정식 라이선스는 아니라 이름과 외양을 살짝 비틀어 놓았습니다. 그 시절 게임에서 흔했던 방식입니다.

캐릭터마다 손에 익는 기술이 다르니 처음에는 여러 명을 돌려 보는 게 좋습니다. 잡기가 잘 걸리는 쪽이 있고 타격 사거리가 넓은 쪽이 있습니다. 잡기를 잘 못 쓰겠다면 타격 위주 캐릭터로 시작하는 편이 덜 답답합니다.

다만 어느 캐릭터를 고르든 핀을 못 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 이 게임의 승부는 결국 상대가 쓰러진 순간을 놓치지 않는 데서 갈립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거리 조절입니다. 잡기 기술은 붙어야 나가고 타격은 조금 떨어져야 맞습니다. 어중간한 거리에서 버튼을 누르면 아무것도 안 나가거나, 헛손질하는 사이 상대에게 잡힙니다.

두 번째는 핀 타이밍입니다. 상대가 쓰러졌다고 바로 올라타면 튕겨 나옵니다. 파동 색을 확인하고, 위험 신호가 나온 뒤에 붙어야 카운트가 진행됩니다. 이 신호를 읽는 눈이 이 게임의 핵심 기술입니다.

세 번째는 로프입니다. 링 끝에 몰리면 도망칠 곳이 없어지고 연속으로 얻어맞습니다. 밀리기 시작하면 억지로 반격하려 들기보다 링 중앙 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전 게임의 앞자리에서

1984년이면 사람 대 사람이 붙는 대전 게임이라는 형식이 아직 흔치 않던 때입니다. 이 게임은 두 명이 동시에 링 위에서 겨룬다는 점에서 그 형식을 일찍 시도한 축에 듭니다. 나중에 나올 대전 격투 게임들의 뼈대 중 몇 가지가 여기 이미 들어 있습니다. 캐릭터를 고르고, 서로 다른 기술을 쓰고, 여러 판 중 먼저 이기는 쪽이 이긴다는 구조입니다.

산리쓰는 세가에 기판을 대주며 일하던 개발사였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세가 이름으로 나왔지만 실제 제작은 산리쓰가 맡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 협업이 드물지 않았고, 회사 이름과 실제 만든 사람이 다른 경우가 흔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 내수 위주로 나온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프로레슬링이 텔레비전에서 인기 있던 시절이라, 링 위에서 기술이 걸리는 화면 자체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잡아 보면 조작은 투박하지만 프로레슬링을 게임으로 옮기려던 초기 시도로서 볼거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