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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 볼 액션

에이트 볼 액션 (Eight Ball Action Pac Man Conversion) · 1985 · Seatongrove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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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 기판이 당구대가 된 사연

1980년대 중반 오락실 업계에는 묘한 관행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미 한물간 인기작의 기판을 싸게 사들여, 회로는 그대로 두고 롬만 갈아 끼워 전혀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 파는 것입니다. 새 기판을 찍는 것보다 훨씬 싸게 신작을 내놓을 수 있으니,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작은 회사들이 즐겨 쓰던 방법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팩맨의 기판 위에 당구 게임을 올렸습니다. 점을 먹으며 미로를 돌던 그 회로가, 이번에는 초록 천 위를 구르는 당구공을 그리고 있는 셈입니다. 화면의 해상도나 색 구성이 어딘가 팩맨을 닮아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에이트 볼 액션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5)

어떤 게임인가

에이트 볼 액션(Eight Ball Action)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당구 게임입니다. 화면 전체가 당구대이고, 그 위에 색이 다른 공들과 여섯 개의 구멍이 놓여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흰 공을 쳐서 목표한 공을 구멍에 집어넣는, 이른바 에이트 볼 방식의 당구를 진행합니다.

한 번 치는 과정은 두 단계입니다. 먼저 레버로 큐의 방향을 돌려 겨눌 곳을 정하고, 그다음 버튼을 눌러 세기를 결정해 칩니다. 세기는 보통 버튼을 누르고 있는 시간이나 화면의 게이지로 조절하게 되어 있어서, 딱 알맞은 순간에 손을 떼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공을 성공적으로 넣으면 계속 칠 수 있고, 실패하면 차례가 넘어가거나 남은 기회가 줄어듭니다. 혼자 하면 기계나 정해진 목표를 상대하고, 둘이 하면 번갈아 치며 승부를 가립니다.

겨누기와 세기, 두 가지 감각

처음 이 게임을 하면 방향은 맞췄는데 공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는 일이 잦습니다. 원인은 대부분 세기입니다. 세게 칠수록 공이 벽에 부딪혀 튀는 횟수가 늘어나고, 결과가 예측에서 멀어집니다. 구멍이 가까울 때는 겨우 굴러갈 정도의 약한 힘으로 치는 편이 훨씬 잘 들어갑니다.

겨눌 때는 목표 공이 아니라, 목표 공이 구멍을 향해 출발해야 할 방향의 반대편을 보는 것이 요령입니다. 흰 공이 목표 공의 어느 쪽을 때리느냐가 그 공이 굴러갈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구멍과 목표 공을 잇는 직선을 머릿속으로 그려 두고, 그 선의 연장선상에 흰 공을 보내는 그림을 그리면 성공률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초창기 당구 게임이라 물리 계산이 오늘날처럼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회전을 먹이는 기교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벽에 맞는 각도도 실제 당구와 미묘하게 다릅니다. 몇 판 쳐 보면서 이 게임 나름의 규칙에 손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흰 공을 빠뜨리지 않는 것

당구 게임에서 가장 아까운 실수는 목표 공을 넣으면서 흰 공까지 구멍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도 그 실수는 곧바로 손해로 돌아옵니다. 넣는 데 성공했더라도 흰 공이 따라 들어가면 차례를 잃거나 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숙달된 사람은 넣는 것만 보지 않고, 친 뒤에 흰 공이 어디에 멈출지를 함께 생각합니다. 지금 한 개를 넣는 것보다, 다음 한 개를 편하게 칠 수 있는 자리에 흰 공을 남기는 쪽이 결국 점수가 높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게임에 의외로 오래 붙잡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해 보면

이 게임은 대단한 명작으로 남지도, 시리즈로 이어지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오락실 산업이 어떻게 굴러갔는지 보여 주는 표본으로는 꽤 흥미롭습니다. 남은 기판을 활용해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 내던 실용적인 발상이 화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익숙해서, 당구를 쳐 본 적 있는 분이라면 별다른 설명 없이 바로 감을 잡으실 겁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겨누고 치는 그 단순한 재미가 40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