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매치
워터 매치 (Water Match 315 5064) · 1984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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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부수던 시절의 스포츠 게임
1980년대 중반 오락실에는 버튼을 최대한 빠르게 두드리는 것이 곧 실력인 게임들이 한 무리 있었습니다. 육상, 수영, 자전거 같은 종목을 다룬 스포츠 게임들이 그랬습니다. 워터 매치는 그 무리에 속한 세가의 수영 게임입니다.
이런 게임의 기억은 대개 손에 남습니다. 손가락이 아프고, 동전 몇 개를 연달아 넣고 나면 손목이 얼얼해집니다. 기판보다 버튼이 먼저 망가지는 게임이라, 오락실 주인이 반가워하지 않는 종류이기도 했습니다.
연타로 나아가는 수영 경기
워터 매치(Water Match)는 수영 경기를 소재로 한 스포츠 게임입니다. 화면에는 레인이 그려진 수영장이 나오고, 내 선수와 상대 선수가 나란히 출발합니다. 버튼을 빠르게 두드릴수록 선수가 빨리 나아가고, 규정 시간이나 상대보다 앞서 도착해야 다음 종목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단순하지만 요령은 종목마다 다릅니다. 그냥 속도만 내면 되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출발 신호에 맞춰 뛰어드는 타이밍이나 턴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는 순간처럼 별도의 입력이 필요한 구간이 있습니다. 이 짧은 순간을 놓치면 아무리 빨리 두드려도 앞선 것을 다 까먹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짧고 분명합니다. 종목 하나가 몇십 초 안에 끝나고, 기준을 통과하면 계속 이어지고 못 넘기면 거기서 끝납니다. 실패가 빠르게 오는 만큼 다시 시작하는 문턱도 낮아서, 동전이 빨리 나가는 구조였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연타 속도 그 자체입니다. 손가락 하나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는 기준 기록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두 손가락을 번갈아 쓰거나, 손날로 버튼 위를 문지르는 식의 요령이 오락실에서 돌아다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계에 따라 이런 방식이 잘 먹히기도 하고 아예 안 먹히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체력 배분입니다. 사람 손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므로, 초반에 전력으로 두드리면 후반에 속도가 떨어집니다. 턴이나 마무리처럼 결정적인 구간을 위해 힘을 남겨 두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출발입니다. 신호보다 먼저 반응하면 부정 출발로 처리되고, 늦으면 그만큼 뒤처집니다. 연타 실력과 무관하게 여기서 한 판을 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호를 보고 누르는 게 아니라 신호가 오는 박자를 미리 세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연타 스포츠 게임이라는 장르
이 계열의 게임은 기술이나 전략보다 신체 능력을 직접 측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화면 속 선수가 잘 뛰는 게 아니라, 앉아 있는 사람이 잘 두드리는 것이 그대로 기록이 됩니다. 그래서 옆에서 보는 재미도 컸습니다. 누가 하고 있으면 사람이 모여들고, 기록이 나오면 다음 사람이 바로 도전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2인용으로 나란히 앉아 겨룰 때가 이 장르의 정점이었습니다. 화면을 볼 필요도 없이 옆 사람 손 움직임만으로 승부가 보이고, 팔꿈치가 부딪히고, 결국 웃으면서 끝납니다. 혼자 기록에 도전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세가와 1980년대 오락실
세가는 이 시기 오락실 사업 전반을 끌고 가던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슈팅과 액션뿐 아니라 스포츠, 체감형 기계까지 폭넓게 만들었고, 손과 몸을 직접 쓰게 하는 기계에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워터 매치 같은 연타 스포츠물도 그 방향 위에 놓여 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같은 계열 중에서도 육상 종목을 다룬 게임들이 훨씬 널리 알려졌고, 수영을 다룬 이 게임은 상대적으로 덜 보였습니다. 그래도 기계 앞에 앉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이 장르는 어느 동네에서든 통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그 즉각적인 재미는 거의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