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크래시
월 크래시 (Wall Crash SET 1) · 1984 · Mid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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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하나를 무너뜨리는 데 온 힘을 쏟습니다
화면 아래쪽에 짧은 막대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로 공이 튀어 오릅니다. 위쪽에는 벽돌이 줄줄이 쌓여 있습니다. 공을 받아 쳐 올려 벽돌을 하나씩 깨 나가고, 공이 막대를 지나쳐 바닥으로 떨어지면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규칙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규칙이 사람을 붙잡아 둡니다. 공은 막대의 어느 부분에 맞았느냐에 따라 튀는 각도가 달라지고, 벽돌이 줄어들수록 공이 지나다닐 길이 넓어져 속도가 붙습니다. 마지막 몇 장을 남겨 두었을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넓어진 공간에서 공이 오래 날아다니는 동안 막대는 계속 따라다녀야 하니까요.
어떤 게임인가
월 크래시(Wall Crash)는 1984년 미드코인이 내놓은 블록 격파 게임입니다. 1970년대 브레이크아웃이 세운 틀을 그대로 물려받은 작품으로, 1인용이며 조작은 막대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과 공을 쏘아 올리는 것뿐입니다.
이 장르의 게임이 오락실에 흔하던 시절의 물건입니다. 아케이드 기판 가격이 비싸지 않았고,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 누구나 동전을 넣고 바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을 한 번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 이런 게임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였습니다.
조작은 손끝의 문제입니다
좌우 이동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실력 차이는 전부 손끝에서 갈립니다. 공이 내려오는 자리를 미리 읽고 막대를 그 자리에 가져다 두는 것이 기본이고, 여기서 한 단계 올라가면 맞히는 위치를 조절해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게 됩니다.
막대 가운데에 맞으면 공은 거의 수직으로 올라갑니다. 끝부분에 맞으면 옆으로 크게 꺾입니다. 이 성질을 알고 나면 벽돌을 깨는 순서를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 길을 뚫어 공을 벽 뒤로 넘겨 보내면, 공이 위쪽에 갇힌 채 벽돌을 알아서 깎아 내립니다. 이 장르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자리
대부분 막대를 너무 많이 움직이다 놓칩니다. 공이 화면 위쪽에 있을 때부터 따라다니면, 정작 공이 내려올 때 방향을 바꾸느라 늦습니다. 공이 올라가는 동안에는 손을 멈추고, 내려오기 시작할 때 떨어질 자리로 한 번에 옮기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또 하나는 욕심입니다. 남은 벽돌이 몇 장뿐일 때 빨리 끝내려고 무리하게 각도를 만들다 목숨을 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공이 빨라진 상태에서는 각도를 고집하지 말고 일단 받아 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한 판을 넘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점수를 쌓는 방식
벽돌은 위치에 따라 값이 다릅니다. 위쪽 줄일수록 깨기 어렵고 그만큼 점수가 높습니다. 그래서 아래쪽 벽돌만 안전하게 걷어 내는 것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위쪽을 노리는 쪽이 최종 점수에서 앞섭니다. 점수를 다투는 사람들이 굳이 공을 벽 뒤로 넘기려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 넘어간 공은 위쪽 고득점 구간을 혼자서 훑어 주니까요.
목숨을 남기는 것도 실력입니다. 한 판을 깨끗하게 넘길수록 다음 판을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고, 뒤로 갈수록 공이 빨라지는 구조에서는 이 여유가 곧 점수로 바뀝니다. 초반에 무리해서 목숨을 쓰면 정작 점수가 붙는 후반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오래 남은 형식
블록 격파는 나온 지 오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새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손에 잡히는 규칙과, 실력이 붙는 만큼 점수가 따라오는 정직함 때문입니다. 이 게임 역시 그 계보 위에 놓여 있습니다. 화려한 연출이나 긴 이야기는 없지만, 공 하나와 막대 하나로 사람을 몇십 분씩 붙잡아 두는 힘은 그대로입니다.
같은 시기 오락실을 채우던 게임들과 견주면 이쪽은 확실히 조용한 축입니다. 부술 것도 피할 것도 많지 않고, 화면 구성도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 실수의 원인이 언제나 분명합니다. 공을 놓친 것은 손이 늦었거나 자리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지, 예상 못 한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와서가 아닙니다. 다시 한 판을 누르게 만드는 힘이 여기서 나옵니다.
짧은 시간에 한 판씩 끊어 하기에도 좋습니다. 잘 안 풀리면 금방 끝나고, 잘 풀리면 계속 이어지는 구조라 그만둘 자리를 찾기가 은근히 어렵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권하기에도 부담이 없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