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왜기
위기 왜기 (Wiggie Waggie) · 1994 · Pro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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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판에서 나온 벽돌깨기
오락실 게임 목록을 훑다 보면 제작사 칸에 낯선 이름이 적힌 물건들이 있습니다. 이 게임의 제작사로 적힌 프로맷은 1990년대에 국내에서 아케이드 기판을 만들던 곳입니다. 해외 대형 제작사의 이름이 빼곡한 목록 사이에서 국내 회사 이름을 발견하는 일은 그 자체로 반갑습니다.
그 시절 국내 기판 제작사들은 대체로 규칙이 분명하고 개발 부담이 크지 않은 장르를 골랐습니다. 블록 격파는 그 조건에 잘 맞는 장르였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고, 동전을 넣은 사람이 화면만 보고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게임이었으니까요.
어떤 게임인가
위기 왜기(Wiggie Waggie)는 1994년에 나온 블록 격파 게임입니다. 화면 아래 막대를 좌우로 움직여 공을 받아 치고, 위쪽에 쌓인 벽돌을 깨 나갑니다. 공을 놓치면 목숨이 줄고, 벽돌을 다 없애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눈여겨볼 점은 두 명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혼자 하는 블록 격파와 둘이 하는 블록 격파는 체감이 꽤 다릅니다. 옆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으면 공을 놓쳤을 때의 아쉬움도, 마지막 벽돌을 깼을 때의 기쁨도 나눠 갖게 됩니다. 오락실에 둘이 가서 한 대 앞에 나란히 앉는 풍경이 이런 기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한 판의 흐름
판이 시작되면 공이 하나 튀어 오릅니다. 막대로 받아 올려 벽돌에 맞히고, 튕겨 나온 공을 다시 받습니다. 이 반복이 한 판의 전부입니다. 벽돌이 줄어들수록 공이 지나다닐 빈 공간이 넓어지고, 그만큼 공이 한 번 위로 올라가면 오래 돌아오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벽돌이 빽빽해서 공이 금방금방 되돌아옵니다. 손이 바쁘지만 예측하기는 쉽습니다. 문제는 후반입니다. 몇 장 남지 않은 벽돌을 맞히려면 공이 화면을 크게 가로질러야 하고, 그동안 막대는 어느 쪽으로 갈지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마지막 한 장이 구석에 남았을 때가 가장 애를 먹는 구간입니다.
각도를 다루는 요령
블록 격파에서 실력은 결국 각도를 다루는 능력입니다. 공을 막대 가운데로 받으면 거의 곧게 올라가고, 끝으로 받으면 옆으로 크게 꺾입니다. 이 차이를 손에 익히면 공이 어디로 갈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효율이 좋은 수는 한쪽 옆으로 길을 뚫는 것입니다. 벽돌 벽의 한 귀퉁이를 집중해서 깨 통로를 만들면, 공이 그 틈으로 빠져 벽 위쪽에 갇힙니다. 그러면 공이 혼자 튀어 다니며 벽돌을 알아서 걷어 냅니다. 손을 대지 않아도 점수가 올라가는 이 구간이, 이 장르를 하는 사람들이 노리는 순간입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습관도 있습니다. 공이 화면 위쪽에 있을 때부터 막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정작 내려올 때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공이 올라가는 동안에는 손을 쉬고, 내려오는 궤적이 보일 때 한 번에 옮기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둘이 할 때의 재미
두 명이 함께 하는 블록 격파는 혼자 할 때와 리듬이 다릅니다. 내 차례가 끝나고 상대 차례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화면을 보며 쉬게 되는데, 이 쉬는 시간이 은근히 중요합니다. 남이 공을 다루는 걸 보다 보면 내가 놓쳤던 각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경쟁하듯 점수를 겨루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같은 배치의 벽돌을 두고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누가 벽 뒤로 공을 먼저 넘기는지가 그대로 실력 비교가 됩니다. 말을 섞지 않아도 승부가 성립하는 구조라, 처음 만난 사람과 나란히 앉아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소박하지만 정직한 재미
이 게임에는 긴 이야기도, 화려한 연출도 없습니다. 규칙 하나로 시작해서 그 규칙만으로 끝까지 갑니다. 그래서 처음 하는 사람도 첫 판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잘 못해도 왜 실패했는지 바로 압니다. 공을 놓친 건 손이 늦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국내 제작사가 만든 기판이라는 점도 오래 기억될 이유가 됩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그 시절 국내에서도 이런 게임들이 만들어져 동네 오락실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는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짧게 한 판씩 끊어 하기 좋고, 옆에 한 사람 앉히면 더 좋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