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츠
위츠 (Wits Japan) · 1989 · At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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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면짜리 미로에 네 명이 동시에 들어갑니다. 서로를 향해 뭔가를 쏘고, 길을 막고, 구석으로 몰아넣습니다. 오락실 기계 하나에 네 명이 달라붙어 서로 팔꿈치가 부딪히던 그 시절의 소란이 그대로 담긴 구성입니다. 혼자 할 때는 평범해 보이던 이 게임이, 사람 수가 늘어나는 순간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위츠(Wits)는 격자로 짜인 미로 안에서 상대를 먼저 없애는 쪽이 이기는 대전 액션입니다. 위아래좌우로 움직이고,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격을 내보냅니다. 상대가 사람이든 컴퓨터든 기본 규칙은 같습니다. 좁은 통로에서 마주치면 먼저 쏘는 쪽이 이기고, 넓은 방에서 마주치면 먼저 각을 잡는 쪽이 이깁니다.
미로가 곧 승부처다
이 게임에서 실력 차이는 조준이 아니라 위치 선정에서 갈립니다. 격자 위를 직각으로만 움직이니 대각선으로 도망칠 수 없고, 방향을 바꾸는 데도 아주 짧지만 분명한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막다른 골목에 들어간 순간 이미 절반은 진 것입니다. 반대로 상대를 막다른 길로 유도하고 입구를 막아서면 손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숙련자는 통로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교차점에 서 있으면 갈 수 있는 방향이 많아 도망칠 여지가 있고, 여러 통로를 한꺼번에 감시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긴 직선 통로 한가운데는 가장 위험한 자리입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조여 오면 빠져나갈 데가 없습니다.
네 명이 붙을 때 벌어지는 일
두 명이 붙는 대전은 비교적 정직합니다. 실력이 좋은 쪽이 대체로 이깁니다. 그런데 네 명이 동시에 들어가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누군가와 정면으로 붙는 순간 옆에서 제삼자가 끼어들고, 둘이 싸우는 동안 뒤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한 명이 둘 다 정리해 버립니다. 그래서 언제 싸움을 걸고 언제 물러날지가 실제 조작 실력만큼이나 중요해집니다.
말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잠깐씩 동맹 비슷한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제일 잘하는 사람 하나를 나머지가 자연스럽게 견제하게 되고, 그 사람이 정리되면 곧바로 다시 각자도생으로 돌아갑니다. 규칙에 그런 게 적혀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알아서 그렇게 움직입니다. 이 게임이 지금 봐도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짧게 끊어지는 한 판
한 판은 길지 않습니다. 방 하나에서 결판이 나고 곧바로 다음 판이 시작되니, 졌다고 오래 기다릴 일이 없습니다. 이 짧은 호흡은 여럿이 돌아가며 하는 오락실 환경에 딱 맞습니다. 한 판 지고 분해서 바로 다시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동전 통이 비어 있습니다.
미로 모양도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배치가 바뀌면 안전한 자리와 위험한 자리가 통째로 뒤집히기 때문에, 특정 구조를 외워 두는 것보다 눈앞의 통로를 빠르게 읽는 감각이 더 쓸모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지만 몇 판만 하면 어디가 함정이고 어디가 요충지인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처음 잡았을 때 익힐 것
처음이라면 먼저 공격을 남발하지 않는 연습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 데나 쏘면 내 위치만 알려 주는 꼴이 되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한 박자 늦습니다. 상대가 통로로 들어오는 길목을 잡고 기다리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습니다.
다음은 도망치는 법입니다. 불리하다 싶으면 미련 없이 빠지고, 열린 공간으로 나와 각을 다시 잡습니다. 이 게임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여서 이기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이깁니다.
조용히 지나간 작품
화려한 연출이나 큰 캐릭터로 승부하는 게임이 쏟아지던 시기에 나온 탓에, 이 작품은 국내 오락실에서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습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어야 진가가 나오는데 그만큼 자리를 차지하는 기계를 들여놓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금 다시 꺼내 보면 규칙이 단순해서 설명이 거의 필요 없고, 여럿이 모였을 때 곧바로 소란스러워집니다. 오래된 대전 게임의 미덕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