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어택
좀비가 우리 이웃을 먹었다 (Zombies Ate My Neighbors USA) · 1993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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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 하나로 좀비 떼를 상대합니다
주인공이 들고 나오는 첫 무기가 총이 아니라 물총입니다. 좀비에게 물을 뿌리면 진흙처럼 녹아내리고, 그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이 게임의 성격을 한 문장으로 말해 줍니다. B급 호러 영화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겨 놓은 듯한 화면 안에서, 반바지 입은 소년과 3D 안경 쓴 소녀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잔디깎이 기계에 쫓기고, 거대한 아기 인형에게 밟히고, 체인소를 든 사내에게 쫓깁니다. 무섭기보다는 계속 웃음이 나는 쪽입니다.
배경 음악도 한몫합니다. 오르간과 테레민 소리를 흉내 낸 멜로디가 흐르는데, 낡은 심야 호러 영화의 오프닝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는 정작 화면에서는 물총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 어긋남을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게임입니다.
이웃을 구해 내는 게 목표입니다
좀비 어택(Zombies Ate My Neighbors)은 스테이지마다 흩어져 있는 이웃 주민들을 괴물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찾아내 구출하는 게임입니다.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화면 위에 남은 이웃의 수가 표시되고, 한 명이라도 살려서 만나면 문이 열리며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전부 죽으면 게임 오버입니다.
즉 이건 적을 다 잡는 게임이 아니라 시간을 다투는 구조 게임입니다. 수영장에서 튜브 타고 노는 아저씨, 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아이, 바비큐 그릴 앞의 아빠까지 각자 자기 자리에서 태평하게 놀고 있고, 그 옆으로 괴물이 다가갑니다. 플레이어가 늦으면 그 자리에서 잡아먹히고 구출 인원이 하나 줄어듭니다.
한 판이 끝날 때까지 살려 낸 인원은 다음 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한 판에서 몇 명 놓치더라도 게임이 곧장 끝나지는 않지만, 남은 인원이 줄어들수록 실수의 여유가 사라집니다. 후반부에 인원이 한두 명만 남아 있으면 스테이지 시작과 동시에 뛰어야 합니다.
무기가 전부 생활용품입니다
물총 다음으로 손에 들어오는 것이 토마토, 접시, 폭죽, 소화기, 얼음 폭탄, 그리고 그중 최고인 바주카입니다. 어느 것도 정통 총기가 아닙니다. 토마토는 던져서 맞히면 잠깐 굳게 만들고, 접시는 벽에 튕겨 나가고, 소화기는 몸을 감싸는 연기를 만들어 잠시 무적에 가깝게 버티게 해 줍니다.
무기마다 잘 듣는 적이 따로 있는 게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물총은 좀비에게, 십자가는 늑대인간에게, 얼음은 불덩이 괴물에게 잘 통합니다. 아무 무기나 난사하면 탄이 금방 떨어지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빈손이 됩니다. 초보와 숙련자를 가르는 지점이 바로 이 무기 관리입니다.
아이템 중에는 몸을 잠깐 거대하게 만드는 물약과, 화면 전체를 훑어 주는 보조 도구도 있습니다. 아껴 두다가 못 쓰고 죽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아끼는 것보다 위험한 판에서 과감히 터뜨리는 쪽이 대체로 이득입니다.
미로 같은 지형이 진짜 적입니다
괴물보다 사람을 더 괴롭히는 건 지형입니다. 교외 주택가, 쇼핑몰, 피라미드, 해적선, 성 같은 배경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통로가 꼬여 있고, 화면 밖에 있는 이웃이 어디 있는지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레이더가 방향을 알려 주기는 하지만 벽 너머로 돌아가는 길은 직접 찾아야 합니다.
문을 열 열쇠가 반대편 구석에 놓여 있고, 그 사이에 괴물이 깔려 있는 배치가 자주 나옵니다. 초보자가 가장 자주 막히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요령은 스테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무작정 싸우지 말고 먼저 한 바퀴 돌면서 통로 구조와 이웃 위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싸움은 대부분 피할 수 있고, 피하는 편이 탄약도 아낍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지형이 넓어지고 이웃이 서로 멀리 떨어져 배치됩니다. 한쪽을 구하러 가는 동안 반대쪽이 잡아먹히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때는 전부 구하려 욕심내지 말고 가까운 쪽부터 확실히 챙기는 게 낫습니다.
두 명이 함께할 때 제일 재미있습니다
이 게임은 2인 동시 플레이를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둘이 갈라져서 각자 다른 이웃을 맡으면 구출 속도가 확실히 빨라지고, 무기를 나눠 들면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도 정리하기 수월합니다. 한 명이 미끼로 괴물을 끌고 도는 사이 다른 한 명이 이웃을 데리고 나오는 식의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다만 화면이 하나라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서로 끌려다니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티격태격하는 것까지가 이 게임의 재미라, 옆에 앉은 사람과 같이 할 때 평가가 확 올라가는 작품입니다.
코나미가 슈퍼패미컴에 내놓은 액션 중에서도 성격이 뚜렷한 쪽이라, 정통 액션에 지친 사람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좀비물을 무섭게 다루지 않고 끝까지 농담처럼 밀고 나간 태도가 지금 다시 해 봐도 낡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