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왕자 (슈퍼패미컴)
페르시아의 왕자 (Prince of Persia Europe) · 1992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60분이라는 잔인한 제한 시간
화면 어디에도 타이머가 크게 표시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에 쫓겨 본 기억이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60분, 그 안에 지하 감옥 맨 아래에서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 공주를 구해야 합니다. 죽어서 다시 시작해도 시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한 층에서 함정 하나를 못 넘겨 십 분을 까먹으면 그 십 분은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진짜 공략은 손놀림이 아니라 기억입니다. 어느 발판이 무너지는지, 어느 타일이 가시 함정인지, 어느 벽에 숨은 통로가 있는지를 몸으로 외운 다음 두 번째 판부터 시간을 줄여 나가는 식이었습니다. 처음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이 유독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는 지하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층층이 쌓인 미로를 올라가며 함정과 경비병을 뚫고 공주를 구하는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원래는 1989년 애플 II용으로 나와 여러 기종으로 퍼졌고, 슈퍼패미컴판은 화면과 음악을 새로 만들고 스테이지를 크게 늘린 확장 이식판입니다.
처음 보면 조작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방향키를 누르면 바로 뛰는 게 아니라 걸음을 떼고, 달리다 멈추면 미끄러집니다. 이건 버그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촬영해 옮긴 로토스코프 애니메이션이라, 관성과 예비 동작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오히려 이 무게감이 이 게임의 맛이 됩니다.
한 칸을 재는 감각
이 게임에서 가장 자주 죽는 원인은 적이 아니라 낙하입니다. 발판 끝에서 제자리 점프로 넘어갈 수 있는 거리인지, 달려서 뛰어야 하는 거리인지를 눈으로 재야 합니다. 잘못 재면 아래층으로 떨어져 체력을 잃거나, 운이 나쁘면 가시밭 위로 내려앉습니다.
발판 가장자리에 매달렸다가 다시 올라오는 동작이 목숨을 여러 번 살려 줍니다. 떨어지는 도중에 방향키 위를 눌러 턱을 잡으면 낙하 피해를 피할 수 있어서, 위험한 구간은 일부러 매달려 내려가는 편이 안전했습니다. 무너지는 발판은 밟는 순간 흔들리므로, 밟자마자 다음 동작을 이어 붙이는 리듬을 익혀야 합니다.
검을 뽑고 벌이는 신경전
경비병을 만나면 검을 뽑습니다. 공격, 막기, 뒤로 물러서기 세 가지뿐인 단순한 검술인데도 붙어 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무작정 찌르면 막히고 되받아치기를 당하니, 상대가 내미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막고 그 틈에 찌르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칼싸움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좁은 통로에서는 상대를 함정 쪽으로 밀어붙여 떨어뜨릴 수 있고, 어떤 구간은 아예 우회로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후반부의 그림자 분신과 마주치는 장면은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검으로 이기려 들면 절대 넘어가지 못합니다.
물약과 숨은 길
바닥 곳곳에 놓인 병에는 각각 다른 효과가 들어 있습니다. 붉은 병은 체력을 채우고, 큰 병은 최대 체력 자체를 늘려 줍니다. 초록빛이 도는 병 중에는 마시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도 섞여 있어서, 눈에 보인다고 다 마시면 안 됩니다. 화면이 뒤집히는 물약처럼 장난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숨은 길도 많습니다. 벽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가면 열리는 통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대신 일부러 아래로 떨어져야 진행되는 구간이 곳곳에 있습니다. 슈퍼패미컴판은 원작에 없던 스테이지가 여럿 추가되어 있어서, 원작을 외우고 있던 사람도 새로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