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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쓰료쿠 프로야구

지쓰료쿠 프로야구 (Jitsuryoku Pro Yakyuu Japan) · 1989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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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게임을 오락실에서 한다는 것은 집에서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한 판이 길어지면 뒷사람 눈치가 보이고, 동전 하나에 걸린 이닝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오락실 야구 게임은 실제 야구처럼 아홉 이닝을 느긋하게 굴리는 대신, 짧은 시간 안에 승부가 나도록 다듬어졌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오락실 야구의 문법 위에 서 있습니다.

지쓰료쿠 프로야구(Jitsuryoku Pro Yakyuu)는 1989년 자레코가 내놓은 일본 아케이드 야구 게임입니다. 8방향 레버와 버튼 세 개로 투구와 타격, 그리고 수비의 송구까지 모두 처리합니다. 공격과 수비가 번갈아 돌아가는 야구 게임의 기본 구조를 따르되, 조작을 최대한 단순하게 눌러 담은 구성입니다.

지쓰료쿠 프로야구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던지고 치는 조작

투수를 맡으면 먼저 구종과 코스를 정하고 공을 던집니다. 이 시절 야구 게임의 특징은 공을 던진 뒤에도 레버로 궤도를 어느 정도 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변화구를 흉내 낸 것이기도 하고, 조작할 거리를 주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 조작에 익숙해지면 같은 구종으로도 전혀 다른 공을 만들 수 있습니다.

타석에서는 공이 오는 코스를 보고 레버로 배트 위치를 잡은 뒤 버튼으로 휘두릅니다. 관건은 타이밍입니다. 화면에 공이 그려지는 속도가 실제 야구보다 훨씬 압축되어 있어서, 눈으로 좇아서는 늦습니다. 투수가 던지는 모션이 시작되는 순간을 기준으로 삼아 리듬으로 치는 편이 정확합니다.

수비는 타구가 뜬 뒤 야수를 움직여 잡고, 버튼으로 던질 베이스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곳이 여기입니다. 공을 잡는 데 정신이 팔려 어느 베이스로 던질지 늦게 정하면 주자가 한 베이스씩 더 갑니다. 타구가 뜨는 순간 이미 어디로 던질지 정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오락실 야구의 압축된 리듬

오락실 야구 게임은 대부분 이닝 수를 줄여 놓습니다. 동전 하나로 한 게임이 끝나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이닝의 무게가 실제 야구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초반에 몇 점을 내주면 만회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뜻이고, 반대로 초반에 앞서 나가면 그대로 굳히기 싸움이 됩니다.

이 압축 때문에 전략도 달라집니다. 실제 야구라면 착실히 주자를 쌓아 가는 것이 좋지만, 오락실 야구에서는 한 방을 노리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남은 이닝이 적으니 기대치를 높게 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번트나 도루 같은 세밀한 작전은 상대적으로 쓸 자리가 좁습니다.

두 명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야구 게임의 핵심입니다. 컴퓨터를 상대로 하면 패턴을 읽고 나서 금방 시들해지지만, 사람끼리 붙으면 서로 구종을 읽고 속이는 수싸움이 생깁니다. 오락실에서 야구 기판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넘어야 할 곳

야구 게임을 처음 잡는 사람이 겪는 벽은 대개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타격 타이밍이고, 둘째는 변화구 대응이며, 셋째는 수비 판단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것은 타격 타이밍입니다.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게임이 재미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타격이 안 맞을 때는 배트를 크게 휘두르려는 욕심부터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코스를 정확히 맞히는 데 집중하면 안타가 나오기 시작하고, 안타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감이 붙습니다. 변화구는 처음 몇 번은 그냥 보내면서 궤도를 눈에 익히는 편이 빠릅니다.

수비에서는 공을 잡은 뒤 던지는 판단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전부입니다. 주자가 없으면 1루, 1루에 주자가 있고 땅볼이면 2루, 이런 식으로 기본 원칙을 세워 두고 그대로 따르면 실책이 크게 줄어듭니다.

자레코와 일본 야구 게임의 시대

자레코는 이 시기 일본에서 야구 게임을 여러 편 만든 회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프로야구의 인기는 대단했고, 게임 회사들은 그 인기를 오락실과 가정용 양쪽에서 나누어 가졌습니다. 야구 게임이 해마다 새로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이 게임은 일본 국내를 겨냥해 만들어졌고, 화면에 나오는 글자도 일본어입니다. 다만 야구는 규칙이 세계 공통이라 언어를 몰라도 무엇을 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퀴즈 게임과 달리 야구 게임이 국경을 잘 넘는 이유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야구 게임은 슈팅이나 격투에 비하면 소수파였습니다. 한 판이 길고 회전이 느려 업주 입장에서 반가운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야구를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 동네에는 한 대씩 놓여 있었고, 그 앞에서 둘이 붙어 이닝을 주고받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