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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여신전생 if

진 여신전생 if... (Shin Megami Tensei If En) · 1994 · At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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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아니라 학교가 무대다

여신전생 시리즈라고 하면 도쿄가 파괴되고 신과 악마가 세계의 운명을 두고 다투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릅니다. 무대가 학교 하나입니다. 한 학생의 원한이 학교를 통째로 마계로 끌고 들어가고, 주인공은 그 안에 갇힌 채 밖으로 나갈 길을 찾습니다.

규모가 줄었다고 이야기가 가벼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익숙한 복도와 교실이 뒤틀린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세계 멸망보다 더 답답하고 불쾌한 압박감이 생깁니다. 시리즈에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진 여신전생 if RPG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4)

어떤 게임인가

진 여신전생 if...(Shin Megami Tensei if...)는 1인칭 시점으로 던전을 걸어 다니며 악마와 싸우는 RPG입니다. 마계로 떨어진 학교 건물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 구역을 돌파하며 원인을 만든 인물에게 다가가는 것이 큰 흐름입니다.

시리즈의 핵심인 악마 회화와 합체는 그대로 있습니다. 전투 중에 적 악마와 말을 걸어 설득하고, 동료로 삼은 악마들을 합체시켜 더 강한 악마를 만듭니다. 어떤 악마를 데리고 다니느냐가 곧 전략이 되고, 이 조합을 짜는 과정 자체가 게임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진 여신전생 if RPG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4)

가디언이라는 새로운 축

이 작품이 시리즈에 남긴 가장 큰 것은 가디언 시스템입니다. 특정 악마를 수호자로 지정하면 주인공의 성장 방향과 배우는 기술이 그에 맞춰 달라집니다. 같은 캐릭터라도 어떤 가디언을 붙이느냐에 따라 물리형이 되기도, 마법형이 되기도 합니다.

이 발상은 훗날 페르소나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학교라는 무대, 동료 학생들, 그리고 자신과 결합하는 존재라는 세 가지가 이미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페르소나를 먼저 접한 사람이 이 게임을 해 보면, 익숙한 조각들이 아직 다듬어지기 전 형태로 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또 하나 특징은 동료 선택입니다.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 누구와 함께 갈지 고를 수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진행 중 벌어지는 사건과 결말이 달라집니다. 한 번 클리어하고 다른 동료로 다시 시작하면 꽤 다른 경험이 되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설계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가장 고생하는 부분은 악마 회화입니다. 대화 선택지가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고, 악마의 성격에 따라 통하는 말이 다릅니다. 몇 번 실패하더라도 돈이나 아이템을 요구할 때 순순히 주는 편이 성공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주인공의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전투는 방심하면 전멸하기 쉽습니다. 이 시리즈는 예나 지금이나 약점 속성 하나로 판이 뒤집히는 구조라, 새로운 구역에 들어가면 먼저 적의 속성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악마로 편성을 바꾸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회복 수단을 아끼다 전멸하는 것보다, 자주 돌아가 정비하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던전 구조도 만만치 않습니다. 1인칭 화면에서 통로가 비슷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지도를 확인하지 않고 감으로 다니면 같은 자리를 몇 바퀴씩 돌게 됩니다. 함정과 순간이동 바닥도 있어서, 갑자기 엉뚱한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흔합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진 여신전생 1편과 2편 사이에 놓인 외전이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본편의 무거운 세계관 대신 좁은 무대와 개인적인 원한을 다루면서, 시리즈가 다른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실험작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이 성공해 이후 아틀라스의 대표 시리즈들로 이어졌습니다.

분량은 본편보다 짧은 편이고, 그만큼 밀도가 높습니다. 여신전생을 해 보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크기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기억

국내에서 여신전생 시리즈는 오랫동안 일부 마니아층의 것이었습니다. 일본어 실력이 필요했고 정식 발매도 없었기에, 잡지의 소개 기사나 입소문으로만 이름을 알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악마를 설득해 동료로 삼고 합체시킨다는 발상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아서, 실제로 해 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던 시리즈였습니다.

지금은 페르소나를 통해 이 계보를 먼저 알게 된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이 작품은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학교가 무대인 여신전생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여기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