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립소
칼립소 (Calipso) · 1982 · Tago Electronic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이 게임에는 남은 시간 대신 남은 공기가 있습니다. 화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건, 적이 무서워서라기보다 숨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보물은 바다 맨 아래에 있고 배는 맨 위에 있으니, 내려갔다 올라오는 왕복 자체가 시간과의 싸움이 됩니다. 게다가 둘이서 하면 상대 잠수부까지 쏠 수 있습니다.
칼립소(Calipso)는 잠수부를 조종해 바다 밑 보물을 건져 수면의 배까지 가져오는 세로 화면 액션 게임입니다. 사방에서 헤엄쳐 오는 바다 생물을 총으로 쫓아내며 내려갔다가, 보물을 챙겨 올라옵니다. 두 명이 동시에 할 수 있고, 협력이 아니라 서로를 방해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쏘려면 멈춰야 한다
이 게임의 조작에는 특이한 제약이 하나 있습니다. 사격 버튼을 누른 채 방향을 정해 쏘는데, 그동안에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쏘는 동안 잠수부는 그 자리에 고정됩니다.
이 제약이 게임 전체의 성격을 정합니다. 쏠 것인가 움직일 것인가를 매번 골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생물을 쏘려고 멈춘 사이에 다른 방향에서 두 번째가 붙습니다. 반대로 계속 헤엄쳐 피하기만 하면 앞길이 계속 막힙니다.
요령은 쏘기 전에 주변을 보는 것입니다. 한 마리만 오고 있을 때는 멈춰서 쏘고, 둘 이상이 다른 방향에서 오고 있으면 쏘지 말고 빠져나가는 쪽을 택합니다. 이 판단이 늦으면 대개 멈춰 선 자세 그대로 당합니다.
공기 관리
공기는 계속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가장 나쁜 플레이는 아래에서 오래 머무는 것입니다. 바닥까지 내려가 보물을 챙기고, 그 자리에서 적을 몇 마리 더 잡고, 그러다 올라오는 길에 숨이 끊깁니다.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미리 계산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내려갈 때 몇 초가 걸렸는지 대충 세어 두면, 공기가 절반 남았을 때 지금 돌아서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보물 하나 더 챙기려다 왕복을 통째로 날리는 것보다 확실히 하나만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올라오는 길이 내려가는 길보다 위험하기도 합니다. 보물을 들고 있으니 움직임이 제약되고, 이미 지나오면서 화면에 적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려갈 때 마주친 적을 어느 정도 정리해 두면 돌아오는 길이 편해집니다.
둘이 할 때
이 게임의 두 번째 플레이어는 동료가 아닙니다. 서로를 쏠 수 있고, 보물도 한정되어 있으니 실제로는 경쟁 관계입니다. 상대가 보물을 안고 올라오는 순간을 노리면 그동안의 노력을 통째로 빼앗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둘이 할 때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바다 생물보다 옆에 앉은 사람이 더 위협적이고, 보물을 언제 집을지도 상대의 위치를 보고 정하게 됩니다. 이 심리전이 이 게임이 오락실에서 통했던 이유일 것입니다.
혼자 하면 순수한 시간 관리 게임에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든 규칙은 같은데 체감이 크게 달라집니다.
1982년의 오락실 기판
1982년이면 오락실 기판이 아직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지던 때입니다. 화면 하나, 규칙 하나, 그리고 점수. 이 게임도 그 틀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틀 안에서 바다라는 소재를 골라, 산소라는 자원과 사격 중 정지라는 제약을 넣어 자기 색을 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오락실 게임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게임의 인상을 만듭니다. 화면 전체가 파란 배경이고, 그 안에서 위아래로 오가는 움직임이 이어집니다. 좌우로 흐르는 다른 게임들과는 몸에 걸리는 감각이 다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널리 깔린 기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규칙이 워낙 명확해서 지금 처음 잡아도 몇 판이면 익숙해집니다. 초기 오락실 게임이 얼마나 적은 재료로 긴장을 만들어 냈는지 확인해 보기에 좋은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