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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 스포츠 클럽 렌탈판

캡콤 스포츠 클럽 (Capcom Sports Club 970722 Japan Rent Version) · 1997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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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기판에서 나온 스포츠 게임

1997년의 캡콤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트리트 파이터를 떠올립니다. 실제로 그해 오락실의 캡콤 자리는 격투 게임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회사가 같은 기판에 테니스와 농구와 축구를 얹어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그래서 화면을 켜면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캐릭터의 굵은 윤곽선과 과장된 동작, 알기 쉬운 표정 같은 것들이 격투 게임에서 보던 그 감각 그대로입니다. 공을 치고 던지고 차는 동작인데도 필살기를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포츠를 소재로 삼았을 뿐, 만든 사람들의 손버릇은 숨겨지지 않습니다.

캡콤 스포츠 클럽 렌탈판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7)

어떤 게임인가

캡콤 스포츠 클럽(Capcom Sports Club)은 세 가지 종목을 한 기판에 담은 스포츠 모음집입니다. 테니스와 농구, 축구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그 종목만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는 구조입니다. 세 종목을 이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을 넣을 때마다 오늘은 무엇을 할지 고르는 방식입니다.

어느 종목을 골라도 진행은 토너먼트입니다. 대표할 나라를 하나 고르고, 상대를 이기며 위로 올라갑니다. 지면 그 자리에서 끝이라 한 경기 한 경기가 짧고 팽팽합니다. 혼자 컴퓨터를 상대로 올라가도 되고, 옆자리에 사람이 앉으면 곧바로 맞대결로 넘어갑니다.

테니스는 열여섯 나라 가운데 선택해 겨루는 방식이고, 축구는 여덟 나라 가운데 고릅니다. 축구 쪽은 열한 명이 뛰는 정식 경기가 아니라 골키퍼를 포함해 다섯 명이 좁은 경기장에서 붙는 형태라, 흐름이 훨씬 빠르고 정신없습니다. 농구는 상대 골대에 공을 넣어 점수를 쌓는, 역시 인원을 줄인 간이 경기입니다.

종목마다 다른 재미

테니스는 셋 중 가장 정통에 가깝습니다. 좌우로 뛰어 공을 받아넘기고, 상대를 반대편으로 몰아 빈자리를 만드는 기본이 그대로 통합니다. 다만 캐릭터마다 발이 빠른 쪽과 힘이 센 쪽이 갈려서, 자기 방식에 맞는 나라를 고르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축구는 인원이 적은 만큼 공이 한번 넘어가면 순식간에 골문 앞까지 갑니다. 수비하다 한 박자만 늦어도 실점하는 일이 흔해서, 공을 잡았을 때 무리하게 전진하기보다 옆으로 돌리며 자리를 만드는 편이 안전합니다. 팀마다 성향이 정해져 있으니, 공격적인 팀과 지키는 팀 가운데 어느 쪽이 손에 맞는지 몇 판 해 보고 고르면 됩니다.

농구는 셋 중 가장 시원합니다. 좁은 코트에서 곧바로 골대까지 밀고 들어가 던지는 흐름이라, 규칙을 몰라도 버튼을 누르다 보면 점수가 납니다. 대신 상대도 같은 속도로 들어오기 때문에, 넣고 나서 곧장 돌아서는 습관이 없으면 계속 주고받다 끝납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세 종목 모두 컴퓨터 상대가 뒤로 갈수록 확연히 강해집니다. 초반 상대는 손이 느려서 대충 해도 이기지만, 몇 경기 지나면 빈틈을 정확히 노리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버튼을 빨리 누르는 것보다 언제 누를지가 중요해집니다.

특히 테니스에서 많이 막힙니다. 세게만 치면 코트 밖으로 나가고, 살살 치면 상대에게 기회를 줍니다. 강약을 나눠 쓰는 감각이 붙기 전까지는 랠리가 길어지다 실수로 끝나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몇 판을 손해 보더라도 약하게 넘기는 타법을 먼저 익히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축구와 농구는 반대로 수비가 관문입니다. 공을 가진 즐거움에 취해 앞으로만 나가면, 뺏긴 순간 그대로 실점합니다. 한 명은 뒤에 남겨 둔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면 경기가 안정됩니다.

스포츠 게임을 놓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스포츠 게임은 늘 애매한 위치였습니다. 격투와 슈팅이 자리를 차지하고 남는 한두 대에 놓이는 식이었고, 손님도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잠깐 하는 게임으로 여겼습니다. 캡콤 스포츠 클럽 역시 그런 자리에 놓였습니다. 캡콤이라는 이름값이 있었지만, 같은 시기 같은 회사의 격투 게임이 워낙 강력해서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습니다.

그래도 둘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규칙을 아는 스포츠라 설명이 필요 없고, 한 경기가 짧아 여러 번 겨루기 좋습니다. 격투 게임처럼 커맨드를 외울 필요가 없으니, 실력 차가 크게 나는 친구끼리도 해 볼 만한 승부가 됩니다. 그 점에서 이 게임은 지금도 두 사람이 앉았을 때 가장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