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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셔 마코짱

크러셔 마코짱 (Crusher Makochan Japan) · 1999 · Tak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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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으로 댐을 부수는 소녀

집에 불이 났습니다. 해결책은 소방차가 아닙니다. 소녀가 달려가서 댐을 주먹으로 부숴 물을 쏟아붓습니다. 다음 판에서는 커다란 바위를, 그다음에는 빙산을, 마지막에는 지구로 날아오는 운석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도구도 없고 필살 병기도 없고 오직 두 주먹입니다.

설정이 이 정도로 나가 버리면 게임 규칙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버튼을 두들기는 것 하나뿐입니다. 10초 동안 얼마나 많이 두들기느냐가 그 판의 전부입니다.

크러셔 마코짱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9)

어떤 게임인가

크러셔 마코짱(Crusher Makochan)은 버튼 연타로 대상을 부수는 메달 게임입니다. 마법소녀 차림의 마코짱이 각종 재난 현장에 출동해 주먹으로 장애물을 깨부수는 내용입니다. 대전 격투처럼 상대와 기술을 주고받는 게임이 아니고, 사람 대 사람이 붙는 구조도 아닙니다.

한 판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마코짱이 현장에 도착하고, 10초의 제한 시간이 시작됩니다. 그 안에 버튼을 충분히 두들겨 대상을 부수면 클리어입니다. 실패하면 메달을 더 넣어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전체는 세 판으로 구성됩니다. 앞의 두 판은 몇 가지 상황 중에서 무작위로 뽑히고, 마지막 판은 항상 운석입니다. 그래서 할 때마다 앞부분은 조금씩 달라지고 끝은 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결판이 나고 반복해서 다시 하게 만드는, 메달 게임다운 구성입니다.

연타에도 요령이 있다

연타 게임은 그냥 빨리 누르면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손가락 하나로 누르면 금방 근육이 굳어 후반에 속도가 떨어집니다. 두 손가락을 번갈아 쓰거나 손 전체를 튕기듯 쓰면 같은 10초 동안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이 요령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결과가 눈에 띄게 갈립니다.

두 번째는 배분입니다. 시작하자마자 전력을 쏟으면 중반부터 손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10초는 짧아 보여도 손목에는 긴 시간입니다. 처음 몇 초는 안정적인 속도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몰아치는 편이 총합이 큽니다.

세 번째는 자세입니다. 팔에 힘을 주고 어깨까지 굳으면 속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손목만 남기고 나머지는 힘을 빼는 것이 요령인데, 이것은 어느 연타 게임에나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옆에서 보면 우스워 보여도 성적은 확실히 다릅니다.

만든 곳과 그 계보

타쿠미는 1990년대 후반 오락실에서 슈팅으로 이름을 알린 개발사입니다. 정교한 점수 시스템을 가진 종스크롤 슈팅을 잇달아 내면서 슈팅 팬들 사이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회사에는 문을 닫은 유명 슈팅 개발사 출신 인력이 합류해 있었고, 그 계보가 게임의 성격에도 드러난다는 이야기가 오래 따라다녔습니다.

그런 회사가 버튼 연타 메달 게임도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1990년대 말 일본 오락실은 대전 격투와 슈팅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메달 게임과 경품 기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이쪽은 안정적인 일감이었습니다. 슈팅으로 이름을 남긴 회사들이 동시에 이런 물건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 그 시절의 실제 풍경입니다.

국내에서는 볼 일이 없던 물건

메달 게임은 한국 오락실에 자리 잡기 어려운 형식이었습니다. 메달을 사서 넣고 메달로 되돌려받는 구조가 국내 규제와 정서 양쪽에서 껄끄러웠고, 동네 오락실은 100원 넣고 판을 하는 방식으로 굳어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앞세운 일본식 메달 게임은 국내에 들어올 통로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한국에서 추억이 될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금 화면으로 만나면 게임을 한다기보다 기이한 발상 하나를 구경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실제로 잡아 보면 의외로 오래 붙게 됩니다. 규칙이 한 줄이고 결과가 즉시 나오며 아깝게 실패하면 반드시 한 번 더 하고 싶어지는 구조인데, 이것이 바로 메달 게임이 오랫동안 돈을 벌어 온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