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과 제리: 매직 링
톰과 제리: 매직 링 (Tom and Jerry the Magic Ring E Ro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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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그대로 조종하는 기분
고양이가 쥐를 쫓다가 문틀에 부딪히고, 쥐는 그 틈에 치즈를 챙겨 도망칩니다.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데, 이번에는 내가 레버를 쥐고 있습니다. 톰과 제리를 소재로 한 게임이 오래도록 계속 나온 이유는 이 단순한 만족감 때문입니다. 원작 자체가 대사 없이 몸으로만 웃기는 만화라, 게임으로 옮겨도 잃을 것이 별로 없습니다.
휴대기기용 만화 원작 게임은 대체로 짧고 가볍게 만들어집니다. 이 게임도 그 범주 안에 있고, 한 판을 붙잡고 몇 시간씩 씨름하기보다 잠깐씩 나눠서 진행하기에 알맞은 구성입니다.
무슨 게임인가
톰과 제리: 매직 링(Tom and Jerry: The Magic Ring)은 사라진 마법 반지를 되찾기 위해 저택 안을 돌아다니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을 옆에서 보는 구조로, 뛰고 올라타고 뛰어넘으며 길을 찾아 나아갑니다. 원작 그대로 톰이 제리를 쫓는 구도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조작은 방향키와 점프, 그리고 행동 버튼이 전부입니다. 복잡한 커맨드는 없고, 물건을 던지거나 밀어 치우는 식의 상호작용이 곳곳에 들어 있습니다. 대사보다 그림으로 상황을 알려 주는 구성이라, 글자를 읽지 않아도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대체로 감이 옵니다.
이런 게임을 어떻게 진행하는가
만화 원작 액션 게임의 진행은 대개 두 가지가 번갈아 나옵니다. 하나는 발판을 밟고 건너가는 구간이고, 다른 하나는 방 안을 뒤져 필요한 물건을 찾는 구간입니다. 앞쪽은 손이 필요하고 뒤쪽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진행이 막혔을 때 대부분의 원인은 뒤쪽, 그러니까 지나친 방에 뭔가 남아 있다는 쪽입니다.
그래서 처음 하는 사람에게 권할 요령은 한 방향으로 계속 달리지 않는 것입니다. 새 방에 들어가면 일단 양쪽 끝까지 가 보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가구 뒤나 화면 위쪽 선반처럼 눈에 잘 안 띄는 자리에 길이 숨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두 번째 요령은 적을 굳이 다 상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돌아다니는 방해물은 대개 처치 대상이 아니라 지나가야 할 장애물입니다. 때려잡으려다 오히려 체력을 깎이는 일이 많으니, 지나칠 수 있으면 지나치는 편이 낫습니다.
만화 원작 게임의 사정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휴대기기 시장에는 만화와 영화 원작 게임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아는 캐릭터를 표지에 올리면 일단 손에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물량은 많았지만 완성도는 천차만별이었고, 원작 팬들이 기대를 안고 샀다가 실망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다만 톰과 제리는 게임으로 옮기기 유리한 원작 축에 듭니다. 쫓고 쫓긴다는 구도 자체가 이미 게임의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를 억지로 붙일 필요도 없고, 대사를 번역할 일도 적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종에 걸쳐 꾸준히 게임이 나왔고, 대체로 무난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휴대기기용이라는 점도 감안할 부분입니다. 가정용 거치기 화면과 달리 작은 화면에 맞춰 만들다 보니, 한 화면에 담기는 범위가 좁고 발판 간격도 그에 맞춰 조정됩니다. 멀리 있는 것을 미리 보고 대비하기 어려운 대신, 눈앞의 상황만 처리하면 되니 부담은 덜합니다.
지금 해 본다면
휴대기기용 액션 게임의 좋은 점은 한 판이 짧다는 것입니다. 오래 붙잡고 있지 않아도 진도가 나가고, 중간에 끊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어려운 조작을 요구하지 않으니 오랜만에 게임을 잡는 사람에게도 문턱이 낮습니다.
반대로 기대치를 높게 잡으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거나 깊은 전투 체계를 즐기는 쪽의 게임은 아닙니다. 익숙한 캐릭터가 화면에서 익숙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가볍게 지나가는, 딱 그만큼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잡으면 즐겁게 끝낼 수 있습니다. 원작 만화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화면에 나오는 소품 하나하나에서 반가움이 먼저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