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 풀
트라이 풀 (Tri Pool Casino Tech) · 1981 · Nom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당구대를 화면에 올리겠다는 생각은 오락실 초창기부터 있었습니다. 공이 굴러가고 부딪치고 튀는 것은 기계가 계산하기에 딱 맞는 일이었으니까요. 다만 실제 당구의 맛을 내려면 공이 서로 제대로 맞아야 하고, 각도를 아주 조금만 틀어도 결과가 달라져야 합니다. 1981년에 나온 이 게임은 그 물리를 당시 기판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구현해 놓고, 그 위에 여러 종목을 얹었습니다.
트라이 풀(Tri-Pool)은 제목 그대로 세 가지 방식의 포켓볼을 한 기계에 담은 게임입니다. 화면 위에서 내려다본 당구대가 나오고, 큐볼을 조준해 공을 쳐서 구멍에 집어넣는 것이 전부입니다. 규칙은 저마다 다르지만 기본 동작은 같아서, 하나만 익히면 나머지도 바로 붙을 수 있습니다.
조준하고 세기를 정하는 흐름
한 번 치는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방향을 정하고, 다음으로 얼마나 세게 칠지를 정하고, 마지막에 버튼을 눌러 보냅니다. 방향은 큐볼에서 뻗어 나가는 선으로 보이므로 눈으로 대충 맞출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선이 처음 부딪히는 공까지만 알려 준다는 점입니다. 그 공이 어디로 튀는지는 머릿속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세기 조절은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습관적으로 최대한 세게 치게 되는데, 그러면 공이 벽을 여러 번 맞고 돌아다니다가 엉뚱한 자리에 멈추거나 큐볼 자체가 구멍에 빠집니다. 실제 당구와 똑같이, 넣고 나서 큐볼이 어디에 서는지를 생각하고 세기를 줄이는 쪽이 훨씬 점수가 잘 납니다.
세 종목을 골라 보는 재미
같은 당구대를 쓰면서도 목표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 어떤 방식은 정해진 순서대로 공을 넣어야 해서 한 번 순서를 놓치면 판이 꼬이고, 어떤 방식은 제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넣는 쪽으로 흐릅니다. 자기 성향에 맞는 종목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라, 처음에는 세 가지를 다 한 번씩 해 보고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오락실 기계 하나가 여러 종목을 담는 것은 당시로서는 손님을 오래 붙잡아 두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한 종목이 질리면 다른 것을 고르면 되니, 같은 기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제목에 숫자 셋을 박아 넣은 것도 그 점을 앞세운 이름입니다.
실수가 나오는 자리
가장 뼈아픈 실수는 큐볼을 빠뜨리는 것입니다. 목표한 공을 넣더라도 큐볼이 따라 들어가면 그 성과가 날아가거나 벌점이 붙습니다. 그래서 구멍 바로 앞에 목표 공이 놓여 있을 때는 오히려 조심해야 합니다. 세게 밀어 넣으면 큐볼이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살짝 각도를 주어 옆으로 빠지도록 쳐야 합니다.
벽을 이용한 뱅크샷은 익숙해지면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공이 벽에 맞고 나오는 각도가 규칙적이라 몇 판 해 보면 감이 잡히고, 직접 겨냥이 막힌 상황에서 길을 하나 더 얻게 됩니다. 다만 벽을 두 번 이상 태우는 계산은 오차가 커지니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초창기 오락실 게임의 얼굴
1981년이면 화면에 색이 많지 않고 소리도 단순하던 시기입니다. 이 게임 역시 당구대와 공, 점수 표시만으로 화면을 채웁니다. 그런데 당구라는 소재는 그 단출함이 오히려 잘 어울립니다. 어차피 실제 당구도 초록 천 위에 공 몇 개가 전부이니, 그림이 화려할 필요가 없었던 셈입니다.
당시에는 스포츠를 그대로 옮긴 게임이 한 무더기 쏟아졌습니다. 야구, 축구, 볼링, 그리고 당구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규칙을 이미 아는 손님을 곧바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 흐름 위에 서 있습니다.
지금 해 볼 때
요즘 당구 게임의 정교한 물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공의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회전을 걸어 공의 진로를 비트는 섬세한 조작은 기대하기 어렵고, 각도와 세기라는 두 가지 값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대신 그만큼 규칙이 투명해서, 실수했을 때 왜 실수했는지가 바로 보입니다.
한 판이 길지 않으니 잠깐 짬이 났을 때 붙잡기 좋습니다. 둘이서 번갈아 가며 점수를 겨루면 분위기가 살고, 옆 사람이 어려운 각을 성공시키는 순간의 반응은 실제 당구장에서 나오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