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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앤 바운스

팝 앤 바운스 (Pop N Bounce Gapporin) · 1997 · Video System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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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깨기라는 장르는 1976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판을 좌우로 움직여 공을 튕기고, 위에 쌓인 벽돌을 다 깨면 다음 판으로 갑니다. 이 규칙에 무엇을 더 얹을 수 있을까요. 1997년, 네오지오 기판 위에서 나온 이 게임의 답은 두 가지였습니다. 벽돌을 동물과 사물 모양으로 바꾸고, 둘이 마주 앉아 싸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팝 앤 바운스(Pop'n Bounce)는 일본에서 갓포린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벽돌깨기 게임입니다. 아래쪽 판으로 공을 받아 튕겨 올려 위에 늘어선 블록을 없애는 기본 규칙은 그대로입니다. 다만 그 블록들이 회색 사각형이 아니라 색색의 동물과 물건 모양이고, 하나가 여러 칸에 걸쳐 길게 늘어져 있기도 합니다.

팝 앤 바운스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7)

블록이 사각형이 아닐 때

블록 모양이 달라지면 게임이 달라집니다. 여러 칸에 걸친 긴 블록은 한 번에 다 없어지지 않고, 부딪힌 자리부터 깎여 나갑니다. 그래서 어느 각도로 때리느냐에 따라 남는 모양이 달라지고, 남은 모양이 다시 공의 반사 각도를 바꿉니다. 사각형 벽돌만 있던 옛날 벽돌깨기보다 화면이 훨씬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갑니다.

색이 나뉘어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화면을 보고 어느 색 덩어리부터 무너뜨릴지 정할 수 있고, 그러면 위쪽에 빈 공간이 생겨 공이 갇혀 돌며 여러 개를 연달아 깨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벽돌깨기에서 가장 통쾌한 순간이 바로 이 공이 위쪽에 갇혀 알아서 쓸어 담는 순간인데, 이 게임은 그 상황을 노려 만드는 재미가 큽니다.

팝 앤 바운스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7)

어택 시스템과 여러 개의 공

화면 위쪽에는 글자들이 놓여 있습니다. 공을 이 글자에 맞히면 글자가 채워지고, 다 모으면 공이 여러 개로 늘어납니다. 벽돌깨기에서 공이 여러 개가 되는 것은 단순한 보너스가 아니라 판을 뒤집는 사건입니다. 혼자 쫓아다니기 벅찰 만큼 화면이 정신없어지지만, 그만큼 블록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이 장치 덕분에 이 게임에는 명확한 목표가 하나 더 생깁니다. 눈앞의 블록을 깨는 것과 위쪽 글자를 노리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글자를 노리려면 공을 특정 위치로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판으로 받는 각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 조절이 이 게임의 실제 조작 실력입니다.

판으로 공을 받을 때 어디에 맞히느냐로 튕기는 각도가 바뀐다는 것은 벽돌깨기의 기본이자 전부입니다. 판 가운데로 받으면 곧게 올라가고, 끝으로 받으면 비스듬히 날아갑니다.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내는 것은 이 하나의 원리를 얼마나 몸에 익혔느냐로 결정됩니다.

팝 앤 바운스 액션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7)

둘이 붙는 벽돌깨기

이 게임에는 두 명이 대전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혼자 하는 벽돌깨기가 자기와의 싸움이라면, 둘이 붙으면 상대보다 빨리 깨는 경쟁이 됩니다. 이 형식은 1990년대 퍼즐 게임들이 널리 채택한 구조입니다. 테트리스와 뿌요뿌요가 만들어 놓은 대전 퍼즐의 문법을 벽돌깨기에 가져온 것입니다.

대전이 붙으면 조급함이 생기고, 조급하면 공을 놓칩니다. 벽돌깨기에서 공을 놓치는 것은 대개 판을 급하게 움직이다 반대편으로 지나쳐 버릴 때 일어납니다. 상대가 앞서 나가는 것을 곁눈질하다 자기 공을 놓치는 것이 초보자가 가장 자주 겪는 패배 방식입니다. 화면 아래쪽 자기 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원칙입니다.

비디오 시스템과 네오지오

비디오 시스템은 소닉 윙스 시리즈로 알려진 일본 회사입니다. 슈팅과 퍼즐, 스포츠를 오가며 개성 있는 기판을 여럿 남겼고, 이 게임도 그 목록에 들어갑니다. 흥미로운 것은 자사 슈팅 시리즈의 세계관과 이름을 나눠 쓰는 요소가 이 게임에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SNK의 네오지오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1997년이면 네오지오가 이미 세상에 나온 지 여러 해가 지난 시점이었고, 그 무렵 네오지오는 킹 오브 파이터즈와 메탈슬러그로 대표되는 대형 게임들의 무대였습니다. 그 사이에서 벽돌깨기 한 편이 나왔다는 것은 다소 뜻밖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게임은 오락실 기판으로만 나왔고, 네오지오 가정용이나 CD 쪽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네오지오 기판은 대단히 익숙한 물건이었습니다. 다만 그 위에 올라간 게임이 벽돌깨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네오지오 앞에 앉는 손님 대부분은 격투나 액션을 하러 온 사람들이었고, 벽돌깨기는 그 줄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많이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지금 잡아 보면 오히려 그 점이 장점입니다. 네오지오의 큼직하고 화사한 그림으로 만든 벽돌깨기는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