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렐 턴
패럴렐 턴 (Parallel Turn) · 1984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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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아래로 흐르는 스키 게임
이 게임을 켜면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계속 흘러내립니다. 눈밭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고, 그 안에서 스키를 탄 사람이 좌우로 몸을 틀며 내려갑니다. 앞에는 깃발이 세워져 있고, 나무와 바위가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부딪히지 않고, 깃발 사이를 놓치지 않고, 아래까지 내려가는 것입니다.
스키를 소재로 한 게임은 이 시기 아케이드에 종종 있었습니다. 화면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구조라 만들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겨울 스포츠라는 소재 자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타 본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화면으로나마 산을 내려가 보는 감각이 신선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패럴렐 턴(Parallel Turn)은 눈 덮인 비탈을 내려가며 장애물을 피하는 스키 게임입니다. 조작은 좌우 방향이 중심입니다. 레버를 왼쪽으로 밀면 왼쪽으로 파고들고 오른쪽으로 밀면 반대로 갑니다. 제목에 붙은 패럴렐 턴은 스키에서 양쪽 판을 나란히 둔 채 방향을 바꾸는 기술의 이름입니다. 게임의 조작 감각이 바로 그 좌우로 몸을 기울여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화면이 저절로 흘러 내려가고, 나는 그 속도를 감당하면서 진로를 고릅니다. 장애물에 부딪히면 넘어져 시간을 잃고,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 그대로 끝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얼마나 매끄럽게 내려오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번 크게 넘어지면 그 판은 사실상 회복이 어렵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눈앞의 장애물만 보고 급하게 꺾는 것입니다.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지금 화면 위쪽에 보이는 것이 곧 내가 지나갈 자리입니다. 시선을 내 캐릭터가 아니라 화면 위쪽에 두고, 미리 진로를 정해 두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편해집니다. 이건 세로로 흐르는 화면을 쓰는 게임들에 공통으로 통하는 요령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자리
이런 구조의 게임은 대개 두 가지 방식으로 어려워집니다. 하나는 흐르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물이 촘촘해지는 것입니다. 속도가 빨라지면 판단할 시간이 줄고, 장애물이 촘촘해지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좁아집니다. 이 둘이 겹치는 구간이 진짜 고비입니다.
이때 초보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좌우로 크게 크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폭이 좁은 길에서 크게 꺾으면 피하려던 것 대신 반대편 장애물에 부딪힙니다. 오히려 작게 여러 번 나누어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스키에서 급한 회전보다 짧은 회전을 이어 붙이는 것이 안정적인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은 욕심입니다. 점수를 노리고 깃발 사이나 좁은 틈을 무리해서 통과하려다 넘어지면, 잃는 시간이 얻는 점수보다 큽니다. 안정적으로 완주하는 것이 먼저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점수를 챙기는 순서가 맞습니다.
자레코와 그 시절
이 게임을 만든 자레코는 1980년대 일본 아케이드 시장의 중견 회사였습니다. 대형 회사들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간판작을 여럿 남기지는 않았지만, 여러 장르에 꾸준히 손을 대며 물량을 채운 곳입니다. 스포츠 소재를 다룬 게임들을 여럿 냈고, 나중에는 국내 오락실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작품을 내놓습니다.
이 시기 아케이드 시장은 신작이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때였습니다. 큰 성공을 거둔 게임 하나가 나오면 비슷한 소재의 게임이 곧바로 여럿 따라 나왔습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개발 기간이 길 수 없었고, 대신 소재의 신선함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겨울 스포츠라는 소재도 그런 맥락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해 보면
지금 기준으로 이 게임은 무척 담백합니다. 무기도 없고 특수 기술도 없으며, 오직 좌우로 피하는 것 하나로 끝까지 갑니다. 그래서 몇 판만 해 보면 이 게임이 가진 것을 거의 다 보게 됩니다. 대신 그만큼 처음 잡는 사람이 부담을 느낄 구석이 없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돌아가니 설치할 것은 없습니다. 짧게 몇 판 내려가 보면, 화면이 흐르고 피하는 것만으로 게임이 성립하던 시절의 감각이 어떤 것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요즘 게임에 익숙한 손으로 잡아 보면 오히려 그 단순함이 새롭게 느껴지는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