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맨
푸시맨 (Pushman Korea SET 1) · 1990 · C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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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안 될까
이 게임의 규칙은 한 줄로 끝납니다. 상자를 밀어서 길을 막고 있는 구멍을 메우고, 출구까지 가면 됩니다. 그런데 처음 몇 판을 지나면 어김없이 막힙니다. 상자를 잘못된 방향으로 한 번 밀어 벽에 붙여 버리면, 그 상자는 다시는 원하는 자리로 갈 수 없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한 수가 판 전체를 망가뜨리는 구조라, 밀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여기에 아케이드다운 압박이 얹혀 있습니다. 판마다 시간 제한이 있고, 화면 안에는 돌아다니며 방해하는 적까지 있습니다. 차분히 앉아 궁리하는 퍼즐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동시에 쫓기는 퍼즐이라는 점이 이 게임의 성격을 정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푸시맨(Pushman)은 한 화면 안에 놓인 상자를 밀어 정해진 자리를 메우고 출구를 여는 퍼즐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화면 속 인물을 움직여 상자 뒤에 서서 밀고, 밀린 상자는 다른 상자나 벽에 막힐 때까지 미끄러져 갑니다. 여기에 특정 조건에서는 상자를 당길 수도 있어서, 밀기만 가능한 계열의 퍼즐보다 되돌릴 여지가 조금 더 있습니다. 이 당기기가 있느냐 없느냐가 이 게임의 난이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화면을 보고 어떤 순서로 상자를 옮길지 정한 다음, 그 순서대로 인물을 움직입니다. 판이 올라갈수록 상자 수가 늘고 통로가 좁아지며, 상자를 놓아야 할 자리가 서로 방해되도록 배치됩니다. 나중에는 어느 상자를 먼저 옮기느냐가 유일한 갈림길이 되어, 순서 하나만 틀려도 그 판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 장르의 요령
이런 형식의 퍼즐에는 몇 가지 공통된 요령이 있습니다. 첫째, 구석에 몰린 상자는 대개 죽은 상자입니다. 두 면이 벽에 붙으면 어느 방향으로도 밀 수 없으니, 그 상자가 아직 제자리가 아니면 그 판은 이미 끝난 것입니다. 상자를 밀기 전에 밀린 결과가 구석으로 가는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둘째, 순서를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 빠릅니다. 어느 상자가 마지막에 놓여야 하는지를 먼저 정하고, 그 상자를 옮기려면 앞서 어떤 자리가 비어 있어야 하는지를 역으로 따라 올라갑니다. 앞에서부터 되는 대로 밀면 나중에 길이 막히는 일이 반복됩니다.
셋째, 내 위치도 자원입니다. 상자를 밀려면 그 반대편에 설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상자를 옮기는 것에만 신경 쓰다가 정작 내가 들어갈 통로를 막아 버리는 실수가 아주 흔합니다. 상자를 옮긴 뒤 내가 어디로 돌아 나올 수 있는지까지 그려 두어야 합니다.
넷째, 시간이 있는 게임이니 완벽한 답을 다 세운 뒤에 움직이려 하면 늦습니다. 확실한 앞부분 몇 수를 먼저 두고 나머지를 그 다음에 생각하는 식으로 나눠 가는 편이 낫습니다.
아케이드 퍼즐로서의 성격
같은 뿌리를 둔 상자 밀기 퍼즐은 원래 조용히 앉아 푸는 컴퓨터용 게임에 가까웠습니다. 시간 제한도 방해하는 적도 없이, 몇 시간이고 붙잡고 생각하다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뼈대를 오락실로 가져오면서 성격을 바꿨습니다. 시간을 걸고 적을 넣어, 생각하는 시간 자체를 압박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변형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락실 기계는 한 사람이 오래 앉아 있으면 회전이 안 되므로, 어떤 형태로든 판을 끝내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순수한 퍼즐이라면 없었을 긴장이 생겼고, 판을 통과했을 때의 성취감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반면 차분히 궁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시간 제한이 꽤 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사정
이 게임을 만든 곳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아케이드 기판을 내놓던 국내 회사입니다. 이 시기 한국의 게임 개발사들은 대형 회사와 같은 규모의 물건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림과 소리에 크게 기대지 않고 규칙만으로 성립하는 장르를 자주 골랐습니다. 퍼즐은 그런 조건에 잘 맞는 분야였습니다. 화면이 한 장이면 되고 움직이는 것도 몇 개 안 되니, 적은 인력으로도 완결된 게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해외에도 다른 회사를 통해 유통되었습니다. 이 시기 국내 개발사들이 만든 아케이드 기판이 해외 유통사를 거쳐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래서 지역에 따라 캐비닛에 붙은 회사 이름이 다른 일이 흔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퍼즐 게임은 한국 오락실에서 늘 조용한 자리를 지켰습니다. 격투 게임 앞에는 사람이 몰려 서 있고, 퍼즐 기계 앞에는 한 사람이 오래 앉아 있는 풍경이 익숙했습니다. 손이 빨라야 하는 게임이 아니니 나이와 상관없이 붙잡을 수 있었고, 동전 하나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점도 컸습니다.
옆에서 구경하기에도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화면이 한 장에 다 들어오니 지나가던 사람이 답을 먼저 보고 훈수를 두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 상자 말고 왼쪽 것부터 밀어야 한다는 말이 오가는 동안, 정작 앉은 사람은 시간에 쫓겨 손이 꼬이곤 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게 된 지금은 옆에서 재촉하는 사람 없이, 한 판씩 차분히 풀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