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프렌지
풋볼 프렌지 (Football Frenzy Ngm 034 Ngh 034) · 1992 · SNK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네오지오 기판에는 SNK가 자기 손으로 만든 스포츠 게임 계열이 따로 있었습니다. 야구, 농구, 축구, 그리고 미식축구까지. 규칙을 곧이곧대로 옮기는 대신 관중석이 들썩이는 소리와 과장된 몸싸움으로 밀어붙이는 부류였고, 풋볼 프렌지는 그 계열에서 미식축구를 맡은 작품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정작 규칙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도, 화면이 시원하고 소리가 커서 옆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이 늘 있던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풋볼 프렌지(Football Frenzy)는 미식축구를 아케이드식으로 압축한 스포츠 게임입니다. 실제 미식축구처럼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맡고, 한 번의 공격 기회 안에 정해진 거리를 전진해야 다음 기회를 얻습니다. 다만 선수 구성이나 전술이 실제 경기만큼 복잡하지 않고, 플레이 하나하나가 짧게 끊어지며 몸싸움과 태클이 크고 화려하게 표현됩니다. 규칙을 몰라도 레버와 버튼 몇 번 눌러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오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 번의 공격이 굴러가는 순서
경기는 짧은 단위로 끊깁니다. 먼저 어떤 작전으로 갈지 고르는 화면이 나오고, 공을 던지는 쪽으로 갈지 들고 뛰는 쪽으로 갈지를 정합니다. 그다음 실제 플레이가 시작되면 공을 받은 선수를 직접 조작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상대 수비수에게 붙잡히면 그 자리에서 플레이가 끝나고, 전진한 거리만큼 다음 시작 위치가 앞으로 갑니다.
핵심은 정해진 횟수 안에 필요한 거리를 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몇 번 시도해서 충분히 못 나가면 공격권이 상대에게 넘어갑니다. 그래서 짧게 확실히 전진할지, 한 번에 크게 던져 볼지를 계속 선택하게 됩니다. 짧게 가는 쪽은 안전하지만 기회를 소모하고, 길게 던지는 쪽은 성공하면 단숨에 상황이 뒤집히지만 상대에게 가로채이면 그 자리에서 공격권이 넘어갑니다.
수비 차례에는 반대편에서 같은 계산을 합니다. 상대가 어느 쪽으로 올지 짐작해 수비수 한 명을 조작해 달려듭니다. 이 게임의 손맛이 가장 좋은 대목이 여기입니다. 태클이 들어갈 때의 소리와 화면 흔들림이 과장되어 있어서, 규칙을 몰라도 잘 막았다는 것이 몸으로 전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미식축구 규칙을 모르는 상태로 잡으면 가장 먼저 헷갈리는 것이 왜 갑자기 공격권이 넘어가느냐입니다.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몇 번의 시도 안에 일정 거리를 못 나가면 공을 뺏깁니다. 그래서 매 플레이마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고, 뒤로 밀리는 것은 두 배로 손해입니다. 뒤로 도망치다 잡히면 전진 거리가 오히려 줄어듭니다.
두 번째로 막히는 곳은 패스입니다. 공을 던지려면 받을 선수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잠깐 버텨야 하는데, 초보는 던질 타이밍을 놓치고 그대로 태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패스를 줄이고 들고 뛰는 쪽으로 단순하게 가는 편이 낫습니다. 조작이 하나뿐이라 실수가 적고, 몸싸움을 뚫는 감을 먼저 익힐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습관입니다. 앞에 수비수가 몰려 있으면 옆으로 크게 돌아가는 편이 훨씬 많이 전진합니다. 비어 있는 가장자리를 따라 달리다가 막히기 직전에 안쪽으로 꺾는 것이 이 장르의 기본기고, 이 게임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네오지오 스포츠 게임이라는 계열
SNK는 네오지오 기판으로 대전 격투만 만든 회사가 아닙니다. 야구와 농구, 축구 계열의 스포츠 게임을 꾸준히 냈고, 그 게임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규칙을 정확히 재현하기보다 한 판을 짧게 끊고, 캐릭터를 크게 그리고, 소리를 크게 넣어 오락실이라는 시끄러운 공간에서 눈에 띄게 만드는 방향이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하는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옆 사람과 붙어서 십 분 안에 승부를 보는 게임을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풋볼 프렌지도 같은 설계입니다. 실제 미식축구의 두꺼운 전술서 대신 몇 개의 작전만 남기고, 대신 부딪치는 순간의 연출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미식축구 시뮬레이션으로 기대하면 얇게 느껴지지만, 스포츠를 소재로 한 대전 게임으로 보면 이해가 됩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자리
한국에서 미식축구는 낯선 종목이었습니다. 규칙을 설명해 줄 사람도, 텔레비전에서 경기를 볼 기회도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네오지오 다게임 기판의 목록 안에 들어 있는 채로, 다른 게임을 고르다 우연히 눌러 보는 자리에 놓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잡아 본 사람들의 반응은 꽤 좋았습니다. 규칙을 몰라도 앞으로 달리면 되고, 부딪치면 시원하고, 한 판이 짧았기 때문입니다. 종목을 몰라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케이드 스포츠 게임의 목표라면, 이 게임은 그 목표를 한국에서 실제로 증명한 셈입니다. 지금 다시 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을 몰라도 몇 판이면 감이 오고, 그때부터는 전진 거리를 재는 재미가 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