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부
피카부 (Peek a Boo) · 1993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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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벽돌깨기 게임에는 오래된 곁가지가 하나 있습니다. 벽돌을 다 깨면 그 뒤에 그림이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보다 무엇이 나올지가 동기가 되는 구조인데, 이런 판은 그 성격 때문에 오락실 한복판이 아니라 구석이나 어른들이 가는 곳에 놓이곤 했습니다. 자레코가 1993년에 내놓은 이 게임이 그 부류입니다.
피카부(Peek-a-Boo!)는 자레코가 1993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벽돌깨기 게임입니다. 화면 아래의 받침대를 좌우로 움직여 공을 튕겨 올리고, 위에 쌓인 벽돌 배치를 전부 지우면 그 판이 끝납니다. 조이스틱이 아니라 돌리는 손잡이로 받침대를 조종하는 방식이라, 손끝 감각이 그대로 성적으로 이어집니다.
벽돌깨기의 기본기
이 장르의 전부는 공이 어디로 튈지를 미리 아는 것입니다. 받침대의 어느 지점에 맞히느냐에 따라 반사 각도가 달라지므로, 공이 오는 걸 그냥 받아 내는 게 아니라 다음에 보내고 싶은 방향을 정해 놓고 그 자리로 받침대를 가져가야 합니다. 이걸 의식하기 시작하면 실력이 확 달라집니다.
가장 값어치 있는 기술은 공을 벽돌 무더기 위쪽으로 밀어 넣는 것입니다. 위층에 한 번 올라간 공은 벽과 벽돌 사이에서 저절로 튀며 여러 개를 연달아 지웁니다. 그동안은 받침대를 거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한 판을 빠르게 끝내는 지름길입니다. 옆쪽 벽 근처의 벽돌부터 뚫어 통로를 만드는 것이 그 준비 작업입니다.
반대로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은 공이 거의 수평으로 오가는 것입니다. 각도가 눕기 시작하면 벽돌은 안 깨지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이럴 때는 받침대의 가장자리로 일부러 받아 각도를 세워 주는 조작이 필요합니다.
손잡이 조작이라는 것
이 게임은 조이스틱이 아니라 회전식 손잡이로 받침대를 움직입니다. 좌우 방향만 주는 조이스틱과 달리 손잡이는 돌린 만큼 즉시 그만큼 움직이므로, 반응 속도와 정밀도가 비교가 안 됩니다. 아케이드 벽돌깨기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의 절반이 이 조작 장치에 있습니다.
문제는 오락실 밖에서입니다. 키보드나 게임패드로 하면 받침대가 일정한 속도로만 움직이니, 급하게 반대쪽 끝까지 가야 하는 상황에서 손잡이만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원래보다 체감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이걸 감안해서 공을 극단적인 각도로 보내지 말고, 되도록 화면 가운데 쪽으로 되돌리는 안전한 반사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공만 쳐다보는 것입니다. 눈이 공을 따라다니면 판단이 항상 한 박자 늦습니다. 공이 위로 올라간 순간에 받침대를 미리 착지 예상 지점으로 옮겨 두고, 공이 내려오는 동안에는 미세 조정만 하는 리듬을 만들어야 합니다.
떨어지는 아이템도 양날의 검입니다. 이런 게임에는 받침대가 넓어지거나 공이 늘어나는 것 같은 도움이 되는 것과 반대로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눈에 보인다고 다 받으러 가다가 정작 공을 놓치는 일이 흔하니, 지금 공의 위치가 안전할 때만 움직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마지막 몇 개의 벽돌이 유독 오래 걸리는 것도 이 장르의 숙명입니다. 남은 게 화면 구석에 하나둘 붙어 있으면 각을 만들기가 까다로워집니다. 이럴 때는 조급하게 굴지 말고 각도를 세우는 반사를 반복해서 차분히 접근하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자레코와 그 시절 기판
자레코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아케이드와 가정용을 오가며 게임을 만든 일본 회사입니다. 이 게임은 자레코가 그 시기에 여러 작품에 두루 썼던 자체 기판 계열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검증된 기판을 계속 재사용하면서 게임을 빠르게 찍어 내는 방식은 그 시절 중견 업체들의 일반적인 생존법이었습니다.
1993년이라는 시점은 오락실이 대형 격투 게임에 완전히 쏠려 있던 때입니다. 그런 판에서 벽돌깨기 같은 옛 장르가 살아남으려면 무언가 다른 유인이 필요했고, 이 게임이 택한 방향은 클리어 보상이었습니다. 게임성 자체보다 그쪽이 앞세워진 판이었던 셈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국내에서 벽돌깨기라고 하면 대개 아케이드의 정통 계열이나 이후 컴퓨터로 퍼진 판들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은 놓이는 장소가 제한적이어서 일반 오락실에서 마주치기는 어려웠고, 이름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보상 요소를 걷어 내고 순수하게 벽돌깨기로만 보면 기본기는 갖춰져 있습니다. 공의 반사가 명확하고 판 구성이 다양해서, 각도 재는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몇 판은 붙잡게 됩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오래된 벽돌깨기의 손맛을 확인하는 정도로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