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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커

하커 (Hoccer SET 1) · 1983 · Eastern Micro Electron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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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가 하키와 사커를 붙여 만든 말입니다. 1983년이라는 해에는 이런 게임이 흔했습니다. 아직 장르라는 것이 굳지 않아서, 스포츠를 소재로 삼되 실제 경기 규칙은 절반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만든 사람 마음대로 채워 넣는 작품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하커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자유롭게 만든 축에 듭니다. 링크 위에서 하는 경기인데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고, 목표는 골을 넣는 것뿐 아니라 그 로봇을 부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커(Hoccer)는 하키 링크를 닮은 화면에서 혼자 뛰는 선수를 조작해 공을 쳐 점수를 얻는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맡은 선수는 팀 동료가 없는 한 명짜리 팀이고, 링크 안에는 그를 없애려는 로봇 둘이 돌아다닙니다. 로봇은 선수를 벽으로 몰아붙이거나 직접 부딪쳐 오는데, 반대로 플레이어가 공을 잘 맞히거나 벽으로 몰아 로봇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골대에 공을 넣는 것, 옆면의 표적을 맞히는 것, 로봇을 부수는 것이 전부 점수가 됩니다.

하커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3)

점수가 어디서 나오는가

이 게임을 이해하는 열쇠는 골이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골대에 넣으면 점수가 크게 들어오고 잠깐 로봇이 멈춰 서지만, 그것만 노려서는 점수가 잘 안 오릅니다. 옆면에 있는 표적을 맞히는 것도 점수가 되고, 회전하는 장치를 먼저 돌린 다음 표적을 때리면 점수가 몇 배로 뛰기 때문입니다.

로봇을 처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점수원입니다. 공으로 로봇을 맞히거나 벽 쪽으로 밀어붙여 부술 수 있고, 한 번 친 공으로 로봇을 연달아 맞히면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점수가 커집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로봇을 피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로봇 둘이 일직선으로 겹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 선을 따라 공을 밀어 넣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겁이 많은 사람과 욕심이 많은 사람의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안전하게 골만 노리면 오래 살지만 점수가 안 오르고, 위험을 감수하고 로봇을 노리면 점수는 뛰지만 반격당하기 쉽습니다. 1983년 게임치고는 판단할 거리가 꽤 있는 편입니다.

하커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3)

처음 잡으면 헷갈리는 것

가장 먼저 헷갈리는 것은 공이 어디로 튈지입니다. 링크 안에서 공은 벽에 부딪혀 계속 튀기 때문에, 내가 친 공이 한 바퀴 돌아 나를 향해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을 친 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이 위험합니다. 치고 나서 어디로 튈지 눈으로 좇으며 미리 자리를 옮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벽에 붙는 습관입니다. 로봇을 피해 도망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장자리로 밀려나는데, 이 게임의 로봇은 플레이어를 벽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노립니다. 벽에 붙으면 도망갈 방향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때 로봇 둘이 양쪽에서 오면 빠져나갈 길이 없습니다. 링크 가운데를 지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세 번째는 로봇이 잠깐 멈춘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골을 넣으면 로봇이 얼어붙는 짧은 틈이 생기는데, 이 시간이야말로 옆면 표적을 정리하거나 회전 장치를 돌려 다음 표적 점수를 키워 둘 기회입니다. 그 틈에 아무것도 안 하면 그냥 시간을 버리는 셈입니다.

1983년이라는 시점

이 게임이 나온 해는 화면 대부분이 단색 도형에 가깝고, 소리는 몇 개의 전자음으로 처리되던 시절입니다. 그런 조건에서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려면 그림이 아니라 규칙으로 승부해야 했습니다. 하커가 골과 표적과 로봇 처치와 회전 장치라는 네 개의 점수원을 겹쳐 놓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단순한데 점수를 올리는 방법은 여러 갈래로 만들어, 같은 화면을 보면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놀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당시 미국 시장에는 이런 중소 규모 제조사가 많았습니다. 큰 회사의 히트작을 따라가되 자기만의 뒤틀림을 하나씩 넣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으려 했고, 하커의 경우 그 뒤틀림이 스포츠 경기에 적을 집어넣은 것이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지금 기준으로는 한 판이 아주 짧고, 화면도 소박합니다. 그래서 오래 붙잡을 게임은 아닐 수 있지만, 몇 판만 해도 이 게임이 무엇을 노렸는지가 분명히 보입니다. 튀는 공의 궤적을 읽는 재미, 로봇 둘을 한 줄에 세워 한 방에 처리했을 때의 만족감이 그것입니다.

목표를 정하고 하면 훨씬 낫습니다. 처음에는 죽지 않고 골을 넣어 보고, 익숙해지면 한 번 친 공으로 로봇 둘을 연달아 맞히는 것을 노려 보는 식입니다. 40년도 더 된 게임이지만, 노림수가 성공했을 때의 손맛은 지금도 그대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