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야드 파이트
10야드 파이트 (10 Yard Fight) · 1985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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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를 처음 게임으로 만든 축에 듭니다
지금은 스포츠 게임이라면 규칙이 세세하게 구현되어 있는 게 당연하지만, 80년대 중반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0야드 파이트는 미식축구라는 복잡한 종목에서 핵심만 뽑아내 아주 단순한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공을 들고 달려서 상대 진영 끝까지 가면 점수가 나고, 그게 전부입니다.
규칙을 모르는 사람도 화면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에 내 선수와 상대 수비가 점처럼 놓여 있고, 그 사이를 빠져나가면 됩니다. 미식축구를 한 번도 본 적 없던 국내 이용자들도 이 게임은 바로 이해했습니다.
공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입니다
10야드 파이트(10-Yard Fight)는 미식축구의 공격 장면만 떼어 낸 스포츠 게임입니다. 공을 받은 선수를 조작해 달려드는 수비수를 피해 앞으로 전진하고, 상대 진영 끝의 구역에 들어가면 득점합니다.
공격 기회는 정해진 횟수만 주어집니다. 그 안에 일정 거리를 전진하지 못하면 공격권을 잃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얼마나 나아갈지를 계산하며 움직이게 됩니다.
달리기 말고 패스도 있습니다. 앞으로 나간 동료에게 공을 던지면 한 번에 큰 거리를 벌 수 있지만, 상대에게 가로채이면 그대로 공격이 끝납니다. 안전한 달리기와 위험한 패스 사이에서 고르는 것이 이 게임의 판단 요소입니다.
수비를 뚫는 요령
처음 하면 앞으로 곧장 달리다가 바로 붙잡힙니다. 수비수는 공을 든 선수를 향해 정확히 다가오기 때문에, 직선으로 달리면 반드시 잡힙니다.
요령은 옆으로 빠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가는 대신 좌우로 크게 돌아서 수비수가 몰려 있는 쪽을 비우고, 빈 공간이 생기면 그때 앞으로 꺾습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잡히지 않는 것이 이득입니다.
동료 선수를 방패로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에서 달리는 동료 뒤에 붙어 가면 수비수가 그 동료에게 막혀 잠시 지연됩니다. 그 틈에 옆으로 빠져나가면 큰 거리를 벌 수 있습니다. 혼자 뛰는 것보다 동료 뒤에 붙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실력 차이를 만듭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상대가 강해집니다
이 게임은 상대 수준이 단계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학생 수준의 팀과 붙고, 이기면 더 강한 팀이 나오고, 최종적으로 최상위 팀까지 이어집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수비수의 속도가 빨라지고 대응이 정확해집니다.
앞 단계에서 통하던 좌우로 돌아 나가는 방식이 뒤에 가면 잘 안 통합니다. 수비수가 미리 옆을 막아 서기 때문에, 그때는 오히려 패스를 섞어 상대의 배치를 흔들어야 합니다.
시간 제한도 압박입니다. 남은 시간 안에 점수를 내야 하는데, 돌아가는 주행은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안전하게 조금씩 가는 것과 위험을 감수하고 크게 가는 것 사이에서 계속 선택하게 되는데, 이 긴장이 단순한 규칙에 비해 게임을 오래 붙잡게 만듭니다.
초기 스포츠 게임의 표본
이 게임을 만든 아이렘은 이후 슈팅 쪽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초기에는 이런 스포츠 게임도 만들었습니다. 오락실 기판으로 먼저 나온 뒤 여러 가정용 기기로 옮겨졌고, MSX판도 그중 하나입니다.
MSX는 국내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널리 보급됐던 기기라, 이 시기의 게임들을 집에서 접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화면이 소박하고 소리도 단출하지만, 그만큼 게임의 뼈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게임이 남긴 또 하나는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종목의 규칙을 전부 넣으려 하지 않고, 가장 재미있는 한 장면만 뽑아 게임으로 만든다는 접근은 이후에도 계속 쓰였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내용이 얇지만, 규칙이 단순한 덕분에 처음 잡아도 곧장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번의 돌파가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화면이 소박한 것과 상관없이 그대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