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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올림픽 MSX판

하이퍼 올림픽 1 (Hyper Olympic 1) · 1984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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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 대고 문지르던 게임

이 게임에는 유명한 부작용이 하나 있습니다. 버튼을 얼마나 빠르게 연타하느냐가 성적을 결정하다 보니, 손가락으로는 한계가 온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온갖 도구를 동원했습니다. 플라스틱 자를 버튼 위에 대고 튕기거나, 동전 가장자리로 문지르거나, 빗을 대고 긁는 방법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 방법으로 기록이 확 올라갔습니다. 문제는 버튼이 남아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락실 사장이 이 게임 앞을 지날 때마다 눈을 흘겼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이퍼 올림픽 MSX판 스포츠 게임 화면 1 - MSX (1984)

어떤 게임인가

하이퍼 올림픽(Hyper Olympic)은 여러 육상 종목을 차례로 치르며 기준 기록을 넘겨 다음 종목으로 넘어가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조작은 대단히 단순합니다. 달리는 버튼을 최대한 빠르게 연타해 속도를 올리고, 도약이나 투척 버튼을 적절한 순간에 눌러 각도를 정합니다.

100미터 달리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같은 종목이 이어지고, 각 종목마다 통과해야 할 기준 기록이 있습니다. 못 넘기면 그대로 끝이라, 한 종목 한 종목이 시험처럼 느껴집니다.

하이퍼 올림픽 MSX판 스포츠 게임 화면 2 - MSX (1984)

연타와 각도

속도는 연타로 만들지만 기록은 각도가 함께 결정합니다. 멀리뛰기는 45도 부근에서 뛰어야 가장 멀리 가고, 창던지기도 마찬가지로 던지는 각도에 따라 거리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무작정 빨리만 누르면 안 됩니다. 도움닫기 구간에서 최대 속도를 만들어 놓고, 발판을 밟기 직전에 정확한 순간에 버튼을 떼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이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연타하면서 동시에 침착하게 타이밍을 재야 하니 쉽지 않습니다.

기준 기록이라는 벽

종목을 넘길 때마다 요구 기록이 올라갑니다. 초반 종목은 웬만하면 통과하지만, 뒤로 갈수록 기준선이 야박해져서 손이 느린 사람은 특정 종목에서 계속 막힙니다.

이 구조가 게임을 짧고 강렬하게 만듭니다. 한 번에 몇 분이면 끝나고, 실패한 종목이 명확하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집니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설계이기도 했습니다.

MSX로 옮겨진 판

이 게임은 원래 오락실용으로 나왔고,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가정용 기기로 옮겨졌습니다. MSX판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락실 기판만큼의 성능은 아니지만 규칙과 재미의 핵심인 연타 감각은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국내에서는 재믹스를 비롯한 MSX 호환기가 널리 퍼져 있어서, 집에서 이 게임을 하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락실 버튼 대신 집 키보드나 조이스틱을 혹사시켰다는 차이만 있었습니다.

규칙이 워낙 단순해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앉자마자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잘하고 못하고가 몇 초 만에 드러납니다. 여럿이 돌아가며 기록을 겨루기에 특히 좋습니다. 순서를 정해 한 명씩 시도하고 기록을 비교하는 구성이라, 옆에서 보는 사람도 같이 긴장하게 됩니다. 단순한 규칙 하나로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