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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Winkle

J.P. Winkle (J P Winkle) · 1984 · ASC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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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MSX에는 화면 한 장짜리 방을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게임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기계 사양이 넉넉하지 않으니 스크롤로 승부하기 어려웠고, 대신 한 화면 안에 머리 쓸 거리를 촘촘히 심어 두는 쪽으로 갔습니다. J.P. Winkle도 그 계열의 게임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한 방을 붙잡고 십 분씩 궁리하게 만드는 밀도가 있습니다.

J.P. Winkle은 아스키가 MSX용으로 내놓은 퍼즐 액션입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을 조작해 방에서 방으로 나아가는데, 각 방에는 문을 열기 위해 해결해야 할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적을 피하고 장치를 순서대로 건드려 길을 여는 것이 기본 흐름이라, 액션보다는 생각이 먼저 오는 게임입니다.

J.P. Winkle 액션 게임 화면 1 - MSX (1984)

이런 게임이 굴러가는 방식

한 화면이 하나의 문제입니다. 방에 들어가면 먼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밟으면 반응하는 바닥, 밀 수 있는 물건, 정해진 경로를 도는 적, 그리고 나가는 문. 이 요소들이 방마다 다른 조합으로 놓여 있고, 어떤 순서로 건드리느냐에 따라 풀리기도 하고 영영 막히기도 합니다.

이 장르에서 가장 조심할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행동입니다. 물건을 한 칸 잘못 밀어 놓거나, 열어야 할 것을 순서 없이 열어 버리면 방이 풀리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화면 안에 실패 표시가 뜨는 것도 아니라서, 한참 헤매다가 "아 이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손보다 눈이 먼저 움직입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뛰어들지 않고, 적의 순찰 주기를 몇 바퀴 지켜보고 나서 첫 발을 뗍니다. 이 습관 하나로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J.P. Winkle 액션 게임 화면 2 - MSX (1984)

처음 하는 사람이 붙잡을 요령

첫째는 적의 동선을 세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적은 정해진 길을 일정한 속도로 돕니다. 몇 초 만에 어디에 오는지가 눈에 들어오면, 그 사이 빈 시간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이 보입니다.

둘째는 되돌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 칸을 움직이기 전에 "이걸 하고 나서 원래 자리로 올 수 있나"를 한 번 자문하면, 스스로 막다른 상황을 만드는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는 막혔을 때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방 하나가 짧기 때문에, 잘못 꼬인 상태로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처음부터 다시 배치를 보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이 장르는 시행착오가 곧 공략 노트를 쌓는 과정입니다.

아스키라는 이름

아스키는 게임 회사이기 이전에 MSX 규격 자체와 깊이 얽힌 회사입니다. 잡지를 냈고, 소프트웨어를 냈고, 규격을 밀었습니다. 그래서 아스키가 낸 MSX 게임에는 이 기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려는 성격의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큰 스케일보다는 아이디어 하나를 깔끔하게 굴리는 쪽이 많았습니다.

그 시기 MSX 게임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대단히 검소합니다. 색은 몇 가지 안 되고, 소리도 단출하며, 설명은 거의 없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직접 부딪쳐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그 불친절함이 당시에는 당연한 것이었고, 오히려 방 하나를 스스로 풀었을 때의 성취감이 지금 게임보다 컸습니다.

한국에서의 MSX

한국에서 MSX는 오락실 다음가는 위치에 있던 기계입니다. 대우에서 만든 아이큐 시리즈가 학습용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팔렸고, 실제로는 게임기로 쓰였습니다. 문방구와 전자상가에서 테이프와 카트리지를 구했고, 잡지에 실린 프로그램 목록을 손으로 쳐 넣기도 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이런 무명 퍼즐 액션은 이름을 알기도 전에 손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목도 모르고 그냥 "그 방 나오는 게임"으로 기억되다가, 한참 뒤에야 정체를 알게 되는 식입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화면은 소박하지만, 한 방씩 풀어 나가는 리듬은 그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