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트
터보트 (Turboat) · 1984 · ASC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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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를 달리는 쾌속정
MSX 초창기 게임 중에서 유난히 평이 좋은 작품입니다. 화면 안쪽으로 뻗어 나가는 강을 따라 쾌속정 한 척을 몰고 올라가는데, 배가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지는 느낌과 방향을 세밀하게 틀 수 있는 조작감이 그 시절 기준으로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협이 한 방향에서만 오지 않는다는 점이 이 게임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앞에서는 적 함정이 달려오고, 양쪽 강기슭에서는 포대가 쉬지 않고 포탄을 날립니다. 게다가 강 한복판에는 작은 섬들이 떠 있어서 적탄을 피하다가 그대로 섬에 처박히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어떤 게임인가
터보트(Turboat)는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쾌속정을 조종하는 액션 슈팅입니다. 배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플레이어는 방향을 틀어 장애물과 적탄을 피하면서 동시에 앞쪽을 향해 사격합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조준과 조종이 서로 자원을 빼앗는다는 데 있습니다. 적을 맞히려고 배를 그쪽으로 틀면 진행 방향이 흐트러지고, 진로에만 집중하면 적이 그대로 남아 계속 쏘아 댑니다. 어디를 볼 것인가를 매 순간 선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방향 전환이 여덟 방향으로 뚝뚝 끊기지 않고 꽤 세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좁은 틈을 비스듬히 빠져나가는 조작이 가능합니다. 이 미세한 조종이 이 게임의 손맛입니다.
스테이지 구성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처음은 좁은 강입니다. 양쪽이 뭍으로 막혀 있어 좌우로 피할 공간이 제한되고, 강기슭에 박힌 포대가 계속 사격해 옵니다. 여기서는 넓게 도는 것보다 벽에 가깝게 붙어 각도를 좁히는 편이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을 벗어나면 넓은 호수가 펼쳐집니다. 좌우로 도망칠 공간이 생겨 숨통이 트이는 대신, 이번에는 위협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항공기가 날아와 폭탄을 떨어뜨리고 미사일이 줄지어 날아옵니다. 갇힌 공간의 압박이 열린 공간의 물량 공세로 바뀌는 셈입니다.
목표는 레이더 부표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열린 구간에서 모든 적을 상대하려 들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을 쏘고 무엇을 지나칠지 정하고, 도달 자체를 목표로 삼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화면에 나타난 적을 전부 처리하려는 것입니다. 앞을 보지 않고 조준만 하다가 섬에 부딪히는 것이 초보자의 전형적인 사망 원인입니다. 이 게임은 진로 확보가 사격보다 우선입니다.
두 번째는 강기슭 포대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니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좁은 강에서는 이쪽이 지나갈 길을 정확히 겨누고 있어서 그냥 달리면 반드시 맞습니다. 통과 직전에 미리 없애 두거나 반대쪽으로 크게 돌아가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호수 구간에서는 폭격기의 그림자를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폭탄이 떨어질 자리가 예고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미리 벗어나면 대부분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아스키와 MSX 초창기
이 게임을 만든 곳은 매스 타엘이라는 작은 개발사이고, 실제로 판매한 곳은 아스키입니다. 아스키는 MSX라는 규격 자체를 만드는 데 관여한 회사여서, 초창기에는 자사 게임뿐 아니라 여러 작은 개발사의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유통했습니다.
MSX가 막 나온 시기에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팔 게임이 없으면 기계도 팔리지 않으니, 규격을 주도한 회사가 앞장서서 소프트웨어 목록을 채워 나갔습니다. 터보트 같은 작품이 그 목록의 한 칸을 채웠습니다.
같은 게임이 스펙트라비디오 계열 기계로도 나왔는데, 이는 MSX 규격이 그 기계의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식이 어렵지 않았던 사정이 초기 MSX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MSX가 대우와 삼성을 통해 보급되면서 이 시기 게임들이 문방구와 대리점에 들어왔습니다. 다만 초창기 작품은 뒤에 나온 화려한 게임들에 밀려 금방 잊혔고, 터보트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초기작치고 조작이 얼마나 잘 다듬어져 있는지가 오히려 놀랍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