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슈퍼스타즈
WWF 슈퍼스타즈 (Wwf Superstars Europe) · 1989 · Tech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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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프로레슬링을 하려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진짜 레슬링은 길고, 오락실은 짧게 끝나야 돈이 됩니다. 이 게임이 택한 답은 태그 매치였습니다. 둘이서 한 팀을 이루어 상대 팀과 맞붙게 하고, 링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규칙 위반이 아니라 전술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판이 늘어지지 않으면서도 프로레슬링 특유의 난장판 느낌이 살아났습니다.
WWF 슈퍼스타즈(WWF Superstars)는 실존하는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등장하는 격투 스포츠 게임입니다. 선수 두 명을 골라 팀을 만들고, 상대 팀을 차례로 꺾어 올라가는 구조로 진행합니다.
태그 매치의 흐름
한 경기는 두 명씩 붙는 태그 형식입니다. 링 위에는 각 팀에서 한 명씩만 서고, 나머지는 코너에서 기다립니다. 싸우다가 체력이 떨어지면 코너로 가서 동료와 손을 맞대 교대할 수 있습니다.
이 교대가 이 게임의 핵심 자원입니다. 체력이 바닥난 채로 계속 버티면 결국 눕게 되지만, 제때 교대하면 멀쩡한 선수로 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대 타이밍을 놓치면 코너까지 가는 사이에 붙잡혀 그대로 마무리당합니다.
승부는 상대를 눕히고 카운트를 세게 만들어 결정됩니다. 이때 상대 팀 동료가 링에 뛰어들어 카운트를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마무리는 상대 코너에서 먼 자리에서 거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런 부분이 실제 프로레슬링의 규칙을 게임 규칙으로 옮긴 대목입니다.
잡기와 때리기
조작은 버튼 몇 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기본은 치고 차는 타격이고, 상대에게 붙으면 잡기로 넘어갑니다. 잡은 상태에서는 던지거나 조르는 기술이 나갑니다.
타격은 안전하지만 깎이는 양이 적습니다. 잡기는 크게 깎지만 붙는 순간 상대에게도 잡힐 위험이 있습니다. 서로 붙어 있을 때 누가 먼저 잡느냐를 두고 짧은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이 순간의 판정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링 밖으로 나가는 것도 전술입니다. 밖에서는 무기 비슷한 것을 쓰거나 상대를 링 기둥에 부딪히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밖에 오래 있으면 카운트가 올라가 불리해지므로, 짧게 쓰고 돌아오는 것이 요령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잡기에 욕심을 내는 것입니다. 잡기 기술이 화려하고 크게 깎이니 자꾸 붙게 되는데, 실패하면 반대로 당합니다. 초반에는 타격으로 거리를 두며 상대 체력을 깎아 두고, 확실히 유리해졌을 때만 붙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두 번째는 교대를 늦게 하는 것입니다. 체력이 절반쯤 남았을 때 이미 코너 쪽으로 움직여 두어야 하는데, 다 깎일 때까지 버티다 보면 이동할 힘도 없이 붙잡힙니다.
세 번째는 카운트 방해를 잊는 것입니다. 상대가 우리 팀 선수를 눕혔을 때 대기 중인 동료로 뛰어들어 끊을 수 있는데, 이걸 놓치면 이길 수 있던 경기를 그냥 내주게 됩니다.
테크노스라는 회사
이 게임을 만든 테크노스는 이 시기 오락실에서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게임을 잘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벨트스크롤 액션과 스포츠 액션 양쪽에서 이름이 있었고, 캐릭터를 크고 두툼하게 그려 타격감을 살리는 방식이 특기였습니다.
그 특기가 이 게임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선수들의 몸집이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기술이 들어갈 때 화면이 흔들리는 연출이 붙어 있어서 한 대 한 대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실존 선수의 이름과 모습을 쓴 것도 당시로서는 큰 무기였습니다. 프로레슬링 중계를 보던 사람이 자기가 아는 선수를 화면에서 발견하는 순간의 반응은, 창작 캐릭터로는 만들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도 프로레슬링 중계가 나오던 시기라 이 게임은 이름이 통했습니다. 선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덩치 큰 사람들이 서로 던지는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둘이 붙어 앉아 한 팀으로 싸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잘 맞았습니다. 대전 격투처럼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함께 상대를 상대하는 구조라, 친구와 같이 하기에 부담이 적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은 투박하지만, 교대 타이밍을 재는 긴장감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