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즈 퀘스트 2
가고일즈 퀘스트 2 (Gargoyle S Quest Ii the Demon Darkness Europe) · 1992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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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촌의 적이 주인공이 되다
마계촌에서 가장 성가신 적을 꼽으라면 붉은 악마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공중에 떠서 벽에 달라붙고, 아서가 겨우 자리를 잡으면 불덩이를 뱉으며 끼어드는 그 날개 달린 괴물 말입니다. 그런데 그 적을 주인공 자리에 앉힌 시리즈가 실제로 만들어졌습니다. 붉은 악마 파이어 브랜드가 마계의 기사가 되어 자기 세계를 지키러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바뀌니 게임의 감각도 통째로 바뀝니다. 아서는 갑옷 두 대 맞으면 속옷 차림이 되고 세 대째에 죽는 유리 몸이었지만, 파이어 브랜드는 체력이 있고 공중에 잠시 떠 있을 수 있으며 벽에 매달릴 수 있습니다. 마계촌에서 사람을 괴롭히던 그 성가신 능력들이 이번에는 전부 내 손에 들어옵니다.
어떤 게임인가
가고일즈 퀘스트 2(Gargoyle's Quest II: The Demon Darkness)는 캡콤이 만든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필드 맵을 걸어 다니며 마을 사람과 대화하고 다음 목적지를 찾다가, 특정 지점에 들어가면 옆에서 보는 액션 스테이지가 시작되는 구조입니다. 롤플레잉 게임의 지도 이동과 액션 게임의 스테이지를 번갈아 붙여 놓은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액션 구간에서는 파이어 브랜드를 조작해 발판을 건너고 적을 처치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입에서 불을 뿜어 공격하고, 점프한 뒤 버튼을 유지하면 잠시 공중에 정지할 수 있으며, 벽에 붙어 있다가 반대편 벽으로 뛰어 옮겨 갈 수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능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사실상 게임 전체의 실력입니다.
능력을 모으며 넓어지는 세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파이어 브랜드는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뿜는 불의 성질이 바뀌어 예전에는 부술 수 없던 장애물을 없앨 수 있게 됩니다. 능력이 늘어나면 이전에 지나쳤던 곳으로 다시 갈 수 있게 되고, 그 지역이 새 길을 내줍니다.
이 구조 덕분에 게임을 하다 막히면 대개 답은 "아직 얻지 못한 능력"이 아니라 "이미 얻었는데 쓸 생각을 못 한 능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벽에 붙어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구간, 공중 정지로 긴 구덩이를 건너야 하는 구간을 놓치고 지나갔는지 되돌아보면 길이 보입니다. 필드 맵을 돌면서 대화를 다시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액션 스테이지 자체는 캡콤 액션답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발판이 좁고 아래는 낭떠러지인데 적이 정확히 착지 지점을 노리고 날아오는 배치가 반복됩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무작정 전진하는 대신, 공중 정지를 짧게 끊어 쓰면서 적의 이동 패턴이 한 바퀴 도는 것을 지켜본 다음 건너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스전에서도 같은 원칙이 통합니다. 대부분의 보스는 공격 패턴이 반복되므로 첫 시도는 맞을 각오를 하고 관찰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체력이 있는 만큼 한두 대 맞고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마계촌 본편과 크게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
이 시리즈는 게임보이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휴대용 기기에서 검증된 구성을 거치용 8비트 기기로 옮겨 오면서 화면이 넓어지고 색이 늘었고, 필드와 액션을 오가는 구조도 더 정돈되었습니다. 이후 슈퍼패미컴으로 이어지는 후속작에서는 액션 비중이 커지고 탐색이 촘촘해지는데, 그 방향의 출발점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마계촌 본가가 정면 돌파의 어려움으로 이름을 얻었다면, 이 곁가지는 조금 다른 재미를 팝니다. 죽고 외우는 반복 대신 능력을 늘려 가며 갈 수 있는 곳을 넓히는 감각입니다. 마계촌은 도저히 못 깨겠다는 사람에게도 이쪽은 끝까지 갈 여지를 남겨 두었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문턱을 낮춘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한국에서의 기억
국내에서는 마계촌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먹던 그 게임의 이름은 누구나 알았지만, 붉은 악마가 주인공인 곁가지가 따로 있다는 사실은 잡지나 소문을 통해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해 본 사람들 사이에는 "숨은 명작을 찾아냈다"는 감각이 남아 있습니다.
대사가 영어로 나오는 어드벤처 요소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맨 기억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필드를 한 바퀴 돌며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전부 들어가 보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면 결국 길이 열리는 게임이라, 언어의 벽을 밀어붙여 넘긴 경험담이 심심찮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