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2010 북미판
스트리트 파이터 2010 (Street Fighter 2010 the Final Fight USA) · 1990 · Cap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스트리트 파이터인데 격투 게임이 아닙니다
제목만 보면 오락실에서 줄 서서 하던 그 대전 격투 게임의 패미컴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카트리지를 꽂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전혀 다른 물건이 나옵니다. 우주복 같은 강화복을 입은 주인공이 외계 행성을 뛰어다니며 손에서 에너지탄을 쏘아 대는 액션 게임입니다.
시대 배경도 낯섭니다. 2010년, 그러니까 발매 시점 기준으로 먼 미래에 주인공은 이미 격투가를 그만두고 과학자가 되어 있습니다. 동료가 살해당하고 연구 성과를 빼앗기자 복수를 위해 우주로 나선다는 설정입니다. 대전 격투와의 연결 고리는 사실상 이름뿐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트리트 파이터 2010(Street Fighter 2010: The Final Fight)은 옆으로 흐르는 액션 플랫폼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점프와 사격만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데, 이 사격이 이 게임을 다른 액션 게임과 구별 짓는 핵심입니다.
주인공은 정면뿐 아니라 위, 아래, 그리고 대각선 방향으로도 탄을 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로 쏘면서 그 반동으로 체공 시간을 벌거나, 벽에 붙어 대각선으로 쏘아 좁은 틈의 적을 잡는 동작이 자주 요구됩니다. 방향키와 버튼을 동시에 정확히 넣는 손놀림이 그대로 실력이 되는 구조입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문이 하나 있고, 그 문을 열려면 조건을 채워야 합니다. 정해진 수의 적을 처치하거나 특정 구역까지 도달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오른쪽으로 달리는 게임이 아니라, 스테이지를 왕복하며 조건을 채우는 흐름이 됩니다.
악명 높은 난이도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난이도입니다. 패미컴 액션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가혹하다는 평을 오래 들어 왔습니다.
첫째 이유는 한 대만 맞아도 죽는 구간이 흔하다는 점입니다. 강화복의 상태에 따라 버티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상태가 나빠지면 접촉 한 번에 잔기가 날아갑니다. 둘째는 적의 배치입니다. 화면 밖에서 갑자기 들어오거나, 착지 지점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보는 구간은 거의 반드시 한 번은 죽고 시작합니다.
셋째는 발판입니다. 좁은 발판 사이를 건너뛰는 구간이 많은데, 점프 궤도가 짧고 무겁습니다. 여기에 아래쪽 사격 반동을 섞어 거리를 조절해야 하는 곳까지 나오면 난도가 한 번 더 뜁니다. 결국 이 게임은 외워서 넘기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나오는지 기억하고, 그에 맞춰 미리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넘기는 요령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대각선 사격입니다. 정면으로만 쏘면 절대 닿지 않는 위치의 적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방향키를 대각선으로 밀면서 쏘는 감각을 초반 스테이지에서 미리 몸에 익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스테이지 진행 조건이 시간 제한과 얽혀 있어 마음이 급해지지만, 급하게 달리다 죽으면 오히려 손해가 큽니다. 화면을 조금씩 밀어 가며 적의 등장 위치를 확인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세 번째는 강화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좋은 상태일수록 한 번의 실수가 치명타가 되지 않으므로, 무리하게 점수를 노리기보다는 안전하게 상태를 지키는 쪽이 완주에 유리합니다.
이름을 빌린 사연과 국내에서의 기억
원래 이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와 무관한 별개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만든 회사가 같고 첫 스트리트 파이터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발매 단계에서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일본판과 해외판은 주인공 설정과 이야기 배경이 서로 다르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 게임은 오랫동안 오해를 사 왔습니다. 격투 게임을 기대하고 잡은 사람은 실망했고, 반대로 아무 기대 없이 잡은 사람은 완성도 높은 액션에 놀랐습니다. 지금은 후자의 평가가 더 힘을 얻는 편입니다.
국내에서는 복사팩 목록에서 제목만 보고 고른 사람이 많았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글자를 보고 기대에 부풀어 시작했다가, 우주복 입은 주인공이 나오고 몇 분 만에 잔기가 다 날아가서 카트리지를 뽑았던 경험담이 흔합니다. 그래도 조작을 익히고 나면 손맛이 확실한 게임이라, 브라우저에서 바로 다시 켜서 그때 못 넘긴 구간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