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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틀렛 II

건틀렛 II (Gauntlet 2 Players Japanese REV 2) · 1985 · Atari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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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쏘지 말라던 그 목소리

오락실에서 이 기계 앞을 지나가면 기판이 사람 말로 말을 걸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누가 죽어 간다고 알려 주고, 실수로 고기를 쏴 버리면 음식을 쏘지 말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기판이 또렷한 음성으로 상황을 중계한다는 건 그 자체로 구경거리였고, 그 목소리가 이 시리즈를 다른 게임과 구별 짓는 첫 번째 인상이었습니다.

두 번째 인상은 사람 수였습니다. 한 대에 조종간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모르는 사람끼리도 동전만 넣으면 같은 화면에 들어갔습니다. 혼자 하던 오락실에서 이건 꽤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건틀렛 II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5)

무슨 게임인가

건틀렛 II(Gauntlet II)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미로형 던전을 헤쳐 나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 가득한 통로와 방 사이로 적이 끝없이 쏟아지고, 플레이어는 그 사이를 지나 출구를 찾아 다음 층으로 내려갑니다. 전작에서 만들어진 틀을 그대로 이어받아 다듬은 작품입니다.

독특한 점은 체력이 시간처럼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맞지 않아도 가만히 있으면 체력이 계속 깎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천천히 안전하게' 라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멈춰 있는 것 자체가 손해이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고 계속 앞으로 가야 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우면 체력이 차는데, 그 음식을 실수로 쏴서 없애 버리면 그때 그 핀잔이 나옵니다.

건틀렛 II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5)

네 직업, 네 가지 방식

캐릭터는 네 종류이고 서로 잘하는 것이 다릅니다. 전사는 몸이 튼튼하고 근접전이 강하지만 원거리 공격이 시원찮고, 마법사는 반대로 몸이 약한 대신 마법이 강합니다. 발키리는 방어가 좋고, 엘프는 이동이 빠릅니다. 누구를 잡느냐에 따라 같은 층도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

여럿이 할 때는 이 차이가 역할 분담이 됩니다. 튼튼한 쪽이 앞에서 길을 열고, 빠른 쪽이 아이템을 주워 오고, 마법이 강한 쪽이 적이 몰릴 때 한 번에 정리하는 식입니다. 물론 실제 오락실에서는 그렇게 정연하게 굴러가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음식과 보물을 서로 먼저 먹으려다 싸움이 나는 쪽이 훨씬 흔했습니다.

적은 어디서 나오는가

이 게임의 핵심은 적이 아니라 적이 나오는 구멍입니다. 화면 곳곳에 생성기가 있고, 거기서 적이 계속 만들어집니다. 나오는 적을 아무리 열심히 잡아도 생성기가 살아 있으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적을 보지 않고 생성기를 봅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여기서 나옵니다. 눈앞에 몰려드는 적을 상대하느라 체력을 다 쓰고, 정작 생성기는 그대로 둔 채 시간만 보내는 것입니다. 요령은 적 무리를 정면으로 뚫지 말고 옆으로 돌아 생성기부터 부수는 것입니다. 한 번에 다 부수기 어렵다면 가장 많이 토해 내는 것 하나만이라도 먼저 처리하면 화면이 눈에 띄게 조용해집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좁은 통로입니다. 넓은 방에서 사방으로 둘러싸이면 빠져나올 길이 없지만, 통로 입구에 서면 적이 한 줄로 들어옵니다. 수가 많을수록 지형을 쓰는 쪽이 유리하다는 원칙은 이 게임에서 특히 잘 맞습니다.

끝이 없는 던전

이 시리즈에는 마지막 장면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습니다. 층은 계속 내려가고, 내려갈수록 적은 많아지고 체력은 빨리 줍니다. 그러니 목표는 깨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내려가느냐가 됩니다.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설계가 없었을 것입니다. 동전을 넣는 만큼 계속 이어서 할 수 있고, 끝이 없으니 그만둘 이유도 플레이어가 스스로 정해야 했습니다.

전작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층 구성과 변수가 늘었습니다. 같은 규칙 위에서 더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낸 쪽이고, 그래서 시리즈를 한 편만 잡아 본다면 이쪽을 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계를 만나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붙어야 제맛인 큰 기계라 자리를 많이 차지했고, 당시 국내 오락실의 주력은 대전 격투와 슈팅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켜 보면 익숙한 듯 낯선, 우리가 놓쳤던 계열의 재미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