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의 눈물
나일의 눈물 (Tear of Nile) · 1986 · 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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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촛불이 몇 개 놓여 있고, 그것을 전부 켠 다음 제단에 불을 붙이면 문이 열립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데, 여기에 배고픔이 붙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배가 고파지고, 배고픔이 한계에 이르면 죽습니다. 즉 이 게임은 정답을 찾는 문제이자, 정답을 몇 걸음 만에 찾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일의 눈물(Tear of Nile)은 고대 이집트를 무대로 한 방 단위 퍼즐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고고학자이고, 공주를 돕기 위해 나일의 눈물이라 불리는 보석을 찾아 유적을 헤맵니다. 방에 들어가면 그 안의 촛불을 모두 밝히고 제단에 불을 붙여야 하며, 그렇게 방을 하나씩 지워가며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방 하나를 푸는 방법
방마다 놓인 것이 다릅니다. 촛불의 위치, 장애물의 배치, 그리고 방을 돌아다니는 것들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떤 장애물은 플레이어가 서 있는 자리로 곧장 움직여 오고, 어떤 것은 플레이어를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면 먼저 무엇이 나를 쫓아오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어디로 유인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동선이 곧 성적입니다. 걸음마다 배가 고파지니 같은 촛불을 어느 순서로 도느냐가 생사를 가릅니다. 촛불 다섯 개를 순서 없이 오가면 한 방에서만 왕복이 몇 번이나 생기지만, 한 바퀴로 훑을 수 있는 순서를 찾아내면 절반의 걸음으로 끝납니다. 이 최적화가 이 게임의 진짜 재미입니다.
방을 풀면 고기가 나타나 배고픔이 회복됩니다. 즉 다음 방으로 갈 여유는 방을 푼 대가로 얻는 셈이고, 헤매면 헤맬수록 다음 방에서 쓸 수 있는 걸음이 줄어듭니다. 앞의 방을 얼마나 깔끔하게 풀었는지가 뒤의 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 한 방씩 끊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전체가 이어져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들어가자마자 움직이는 것입니다. 배고픔은 걸음에 비례하니 서서 생각하는 것은 공짜입니다. 방에 들어가면 촛불의 위치와 쫓아오는 것의 성격을 충분히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한 바퀴 그려본 뒤 발을 떼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두 번째는 쫓아오는 것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장애물은 피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유인하느냐에 따라 남은 동선이 달라집니다. 촛불이 몰려 있는 쪽으로 끌고 가면 나중에 그쪽을 돌 수 없게 되므로, 먼저 처리할 곳과 나중에 처리할 곳을 나누는 계산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되돌아가기입니다. 한 촛불을 켜려고 방 끝까지 갔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오는 동선이 가장 손해입니다. 가는 길에 있는 것을 모두 처리하면서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원칙만 지켜도 걸음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 시절 방 단위 퍼즐
한 화면에 문제 하나를 담는 형식은 8비트 시절 퍼즐 게임의 표준에 가까웠습니다. 스크롤이 없어 기계에 부담이 적고, 화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니 플레이어가 계산하기도 좋았습니다. 여기에 각 회사가 저마다의 제약을 하나씩 얹었는데, 이 작품이 고른 제약이 걸음 수에 연동된 배고픔입니다.
이 제약이 게임의 성격을 크게 바꿉니다. 시간 제한이 있는 게임은 서두르게 만들지만, 걸음 제한은 오히려 오래 생각하게 만듭니다. 가만히 있는 것은 벌이 없고 잘못 움직이는 것만 벌을 받으니, 신중함이 곧 실력이 되는 구조입니다.
국내에서의 흔적
이 게임은 국내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시절 국내 업체가 일본 MSX 게임을 그대로 복제해 카트리지로 팔던 일이 흔했고, 이 작품 역시 그런 경로로 돌아다녔습니다. 원제나 만든 곳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고 대부분 화면만 보고 기억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퍼즐이 오래 붙잡힌 이유는 명확합니다. 일본어를 몰라도 규칙이 화면에 다 나와 있고, 촛불을 다 켜면 된다는 목표가 한눈에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벽이 없다는 점에서, 그 시절 국내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접근하기 쉬운 종류의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