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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카벤

도카벤 (Dokaben Japan) · 1989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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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만화가 오락실로

일본에서 야구 만화는 하나의 장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덩치 큰 포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1970년대부터 오래 연재되며 세대를 아우르는 이름이 됐습니다. 그 만화가 1989년에 오락실 기판이 되어 나왔고, 만든 곳이 캡콤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지금 캡콤을 아는 사람에게는 낯선 조합입니다. 이 회사가 세계적인 이름이 된 것은 같은 해 말부터 이어진 대전 격투와 액션 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캡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판을 찍어 내던 회사였고, 만화 판권을 빌려 야구 게임을 만드는 일도 자연스러운 사업이었습니다.

도카벤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어떤 게임인가

도카벤(Dokaben)은 야구 게임인데, 흔히 떠올리는 야구 게임과는 조작이 다릅니다. 이 작품은 야구와 카드를 결합한 방식입니다. 원작 만화를 소재로 한 카드 게임이 따로 있었고, 그 구조를 오락실 기판에 옮겨 놓은 형태입니다.

투수와 타자가 직접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승부가 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가 결과에 크게 작용합니다. 공을 어디로 던질지,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르고, 그 조합에 따라 결과가 나옵니다. 반사신경으로 타이밍을 맞히는 야구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무엇이 승부를 가르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붙어 대전할 수 있고, 혼자 하면 컴퓨터를 상대로 한 경기를 치릅니다. 한 경기를 이기는 것이 일차 목표입니다.

도카벤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감을 잡는 요령

처음에는 화면에 나오는 선택지를 하나씩 눌러 보며 무엇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익히는 것이 빠릅니다. 야구 게임이라고 해서 무작정 강하게 치려 들기보다, 상황마다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관찰하는 편이 낫습니다.

야구 자체의 상식은 그대로 통합니다. 주자가 없을 때와 있을 때 노려야 할 것이 다르고, 아웃 카운트가 쌓이면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줄어듭니다. 수비할 때는 상대가 크게 한 방을 노리는지 아니면 주자를 진루시키려는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집니다. 이런 판단은 실제 야구를 아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일본어 표시가 많다는 점도 미리 알아 두면 좋습니다. 선택지의 뜻을 모르면 결과를 보고 역으로 익혀야 하는데, 몇 경기 반복하면 자리와 배치로 기억하게 됩니다.

캡콤의 1989년

이 게임이 나온 1989년은 캡콤에게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해에 회사는 새 아케이드 기판 체계를 내놓았고, 그 위에서 이후 몇 년간 회사를 먹여 살릴 작품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파이널 파이트가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나왔습니다.

그 커다란 흐름 옆에서 이 야구 게임은 조용히 만들어졌습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지 같은 해 안에 후속작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런 계열은 판권과 일본어 문장에 크게 기대는 물건이라 해외로 나가기 어려웠고, 실제로 일본 밖에서는 유통되지 않았습니다. 캡콤의 이름값이 세계로 퍼진 뒤에도 이 작품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봤다는 사람은 드뭅니다. 일본어를 읽어야 하는 게임은 한국 오락실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습니다. 손님이 화면을 읽지 못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그러면 두 번째 동전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락실 사장 입장에서는 들여놓을 이유가 없는 기판이었습니다.

국내에 자리를 잡은 것은 화면만 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게임들이었습니다. 레버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때리거나 쏘면 되는 액션과 슈팅, 그리고 대전 격투가 오락실을 채웠습니다. 야구 게임 자체도 국내에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이밍으로 승부가 나는 직관적인 쪽이었습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이 작품은 한국 오락실과 결이 맞지 않는 물건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