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TNT
미스터 TNT (Mr Tnt) · 1983 · Tech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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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이 사라집니다
미로 게임에서 보통 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건 언제나 가능한 선택지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전제를 뒤집습니다. 지나간 자리는 격자에서 지워지고, 다시는 그 길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적이 지나간 자리도 마찬가지로 없어집니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면 어느 순간 사방이 끊긴 자리에 혼자 서 있게 됩니다. 적이 오지 않아도 스스로 갇혀 버리는 겁니다. 이 규칙 하나 때문에 화면이 단순한데도 계속 머리를 쓰게 됩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미스터 TNT(Mr. TNT)는 격자로 이루어진 화면 위를 돌아다니며 흩어져 있는 다이너마이트 더미를 전부 모으는 미로 액션입니다. 열여섯 개의 더미를 다 챙기면 한 판이 끝납니다.
방해가 되는 것은 격자 위를 돌아다니는 불붙은 심지들입니다. 여기에 닿으면 그대로 터져서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공격 수단은 사실상 없고, 피해 다니면서 목표를 챙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조작은 레버로 상하좌우를 정하는 게 전부입니다. 규칙이 단순해서 화면을 처음 봐도 무엇을 하라는 건지 금방 알 수 있는데, 실제로 해 보면 길이 사라진다는 조건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빡빡합니다.
갇히지 않는 것이 실력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은 퇴로를 남기는 겁니다. 눈앞의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는 건 쉽지만, 그렇게 하면 지나온 길이 전부 사라지면서 자기가 들어간 구역이 통째로 고립됩니다.
요령은 화면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좁혀 들어가는 겁니다. 가장자리 쪽 목표를 먼저 챙기고 가운데로 모여드는 순서로 움직이면, 마지막까지 이동할 수 있는 폭이 남습니다. 반대로 가운데를 먼저 헤집어 놓으면 나중에 가장자리로 가는 길이 끊겨 있습니다.
갈림길에서의 판단도 중요합니다. 한 갈래로 들어가면 그 길은 사라지므로, 들어가기 전에 나올 때 쓸 다른 길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특히 끝이 막힌 구간에 목표가 놓여 있는 경우가 함정입니다. 챙기러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이 없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적을 다루는 법
불붙은 심지는 자기 나름의 경로로 돌아다닙니다. 정면으로 만나면 피할 수 없으니, 마주치기 전에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다만 방향을 트는 것도 길이 남아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이 이 게임의 잔인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적과의 거리를 항상 여유 있게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이동을 반복하면 언젠가 한 번은 걸립니다. 특히 좁은 구역에서는 적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빠져나오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적이 지나간 자리도 사라진다는 점은 양날의 검입니다. 적이 내 앞길을 지워 버리는 일도 생기지만, 반대로 적이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는 길을 스스로 끊어 주기도 합니다. 이 점을 이용해 적을 한쪽 구역에 몰아넣고 반대편에서 편하게 목표를 챙기는 진행도 가능합니다.
기판을 돌려 쓰던 시절의 물건
이 게임은 원래 다른 이름으로 나온 작품에 캐릭터를 바꿔 얹은 물건입니다. 같은 규칙과 같은 화면 구성에 등장인물의 모습만 다르게 그려 새 이름을 붙여 내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 오락실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기판 하나를 만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지역마다 판매를 맡는 회사가 달랐기 때문에 같은 게임이 이름을 바꿔 여러 곳에서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록을 보면 제작사와 배급사가 뒤섞여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도 이런 이름 바꾸기는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간판에 적힌 이름과 화면에 뜨는 이름이 다르거나, 같은 게임을 동네마다 다르게 부르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 작품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미로 게임은 이름 없이 그냥 다이너마이트 먹는 거라고 불리다 잊히기 쉬웠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면은 소박하지만, 길이 사라진다는 발상 하나로 끝까지 긴장을 만들어 내는 구조가 여전히 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