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디그
미스터 디그 (Mr Dig) · 2000 ·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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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게임은 보통 위에서 내려오는 블록을 아래에서 받아 처리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캐릭터가 블록 더미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발밑을 뚫고 계속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면 위에 있던 블록들이 무너져 내려오고, 잘못 판 자리에서는 그게 그대로 머리 위로 떨어집니다. 파는 재미와 깔리는 공포가 한 화면에서 동시에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미스터 디그(Mr Dig)는 선이 2000년에 내놓은 낙하 퍼즐 액션 게임입니다. 남코의 미스터 드릴러가 만든 형식을 그대로 따르는 게임으로, 색이 같은 블록끼리 붙어 있으면 함께 사라진다는 규칙 위에서 아래로 파내려가는 깊이를 겨룹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파기 버튼이 전부라 규칙을 익히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파면서 내려가는 규칙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같은 색 블록이 네 개 이상 붙으면 한꺼번에 사라진다는 것, 다른 하나는 블록이 중력을 받아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둘이 만나면 한 칸을 뚫었을 뿐인데 위쪽 덩어리가 통째로 무너지고, 그 과정에서 색이 맞아 연쇄로 터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단순히 빨리 파는 게임이 아닙니다. 어느 칸을 뚫으면 위가 어떻게 무너질지를 한 수 앞서 보는 게임입니다. 큰 덩어리를 무너뜨려 길을 여는 판단과, 그 무너짐에 깔리지 않는 위치 선정이 실력의 전부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산소 개념이 시간 압박을 겁니다. 가만히 서서 고민만 하면 자원이 줄어들어 결국 게임이 끝나고, 중간중간 나오는 회복 아이템을 챙기려면 어느 정도는 계속 내려가야 합니다. 신중함과 속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 이 형식의 긴장입니다.
처음 하면 어디서 죽나
가장 흔한 죽음은 위를 보지 않고 파는 것입니다. 발밑만 보며 계속 뚫으면 언젠가 머리 위에 커다란 덩어리가 매달린 상태가 되고, 그 지지대를 스스로 치우는 순간 깔립니다. 뚫기 전에 위쪽 블록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한 번 훑는 습관이 첫 번째 요령입니다.
두 번째는 옆으로 도망칠 길을 남겨 두는 것입니다. 좌우로 벽에 갇힌 상태에서 위가 무너지면 피할 수가 없습니다. 항상 한쪽에는 빠져나갈 칸을 두고 파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단단한 블록입니다. 특정 블록은 한 번에 부서지지 않아 여러 번 파야 하고, 그 사이에 시간이 흐릅니다. 급할 때 이런 블록에 붙으면 위에서 무너지는 것을 그대로 맞습니다. 급한 상황에서는 돌아가는 길을 찾는 편이 낫습니다.
낙하 퍼즐 안에서의 위치
같은 시기 퍼즐 게임과 견주면 성격이 뚜렷합니다. 테트리스 계열은 위에서 내려오는 조각을 어떻게 놓느냐를 묻고, 뿌요뿌요식 대전 퍼즐은 연쇄를 쌓아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묻습니다. 이 형식은 방향을 뒤집어, 이미 쌓여 있는 더미 속으로 들어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조작 감각이 퍼즐보다 액션에 가깝습니다. 판이 조용히 흘러가지 않고, 계속 무너지고 떨어지는 것을 피하며 움직여야 합니다. 퍼즐 게임을 어려워하던 사람도 이 게임은 쉽게 붙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2000년의 국산 아케이드 사정
2000년 무렵의 국내 아케이드는 이미 힘이 빠지던 시기였습니다. 가정용 콘솔과 PC방이 오락실 손님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었고, 큰 개발비를 들인 신작을 오락실 기판으로 내는 일 자체가 줄었습니다. 남은 것은 저렴한 기판으로 확실히 팔리는 형식을 만드는 쪽이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성능이 높지 않은 국산 보드에서 돌아가도록 만들어졌고, 이미 인기가 검증된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 시기 국산 아케이드 상당수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오락실 업주 입장에서도 손님이 규칙을 이미 아는 게임이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지금 잡아 보면
이 게임의 장점은 한 판이 짧고 결과가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깊이 내려갔는지가 숫자로 남으니, 실패한 뒤에 곧바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오락실 퍼즐 게임의 가장 좋은 성질을 그대로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익숙해지면 판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아래로 파던 사람이, 나중에는 어느 색 덩어리를 언제 터뜨려 길을 낼지 계획하며 내려갑니다. 그 차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기록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