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룬 파이트 (게임보이컬러)
벌룬 파이트 GB (Balloon Fight Gb Japan Np) · 2000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버튼을 누르는 만큼만 떠 있습니다
이 게임의 조작은 버튼 하나로 요약됩니다. 누르면 팔을 한 번 퍼덕이고, 그만큼 몸이 위로 뜹니다. 누르지 않으면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제자리에 떠 있으려면 계속 일정한 간격으로 눌러 줘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조차 노력이 드는 조작계입니다.
이 단순한 규칙이 만들어 내는 감각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한 번 많이 눌러 위로 확 솟았다가는 다시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아끼다가는 아래 물에 빠집니다. 좌우로 움직일 때도 관성이 붙어서 방향을 바꾸려면 반대쪽으로 미리 퍼덕여 둬야 합니다. 처음 잡으면 원하는 자리에 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 되는데, 그 어색함이 풀리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기분 좋은 지점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벌룬 파이트(Balloon Fight)는 풍선을 매단 캐릭터를 조종해 같은 방식으로 날아다니는 적의 풍선을 터뜨리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한 장에 담기는 고정 화면이고, 아래쪽에는 물이 있습니다. 내 캐릭터는 풍선을 두 개 달고 시작하는데, 적에게 부딪혀 하나가 터지면 뜨는 힘이 약해지고 둘 다 터지면 아래로 떨어집니다.
승부를 가르는 규칙은 간단합니다. 상대보다 위쪽에서 부딪히면 내가 이깁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부딪히면 내 풍선이 터집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에서 하는 일은 결국 상대보다 높은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화면 위쪽을 차지한 쪽이 유리하고, 아래로 밀리면 계속 불리해집니다.
떨어뜨린 다음이 진짜입니다
적의 풍선을 터뜨렸다고 끝이 아닙니다. 풍선을 잃은 적은 낙하산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물에 닿기 전에 처리하지 않으면 다시 풍선을 달고 올라옵니다. 그래서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아래로 쫓아 내려가 확인 사살을 해야 하고, 그러는 동안 다른 적에게 위쪽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이 딜레마가 판을 긴장감 있게 만듭니다.
물도 단순한 바닥이 아닙니다. 아래로 떨어져 수면에 가까워지면 물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와 끌고 들어갑니다. 풍선이 멀쩡한 상태여도 수면 근처에서 어물거리면 그대로 당합니다. 그래서 낙하산을 쫓아 내려갈 때도 어느 선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초보가 자주 하는 실수
첫 번째는 버튼을 너무 많이 누르는 것입니다. 불안하니까 계속 퍼덕이게 되는데, 그러면 천장 근처까지 올라가 버리고 좌우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오히려 필요한 만큼만 눌러 중간 높이를 유지하는 쪽이 다루기 쉽습니다. 뜨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늦다는 점을 기억하면 됩니다.
두 번째는 정면으로 달려드는 것입니다. 상대와 같은 높이에서 부딪히면 결과가 불확실합니다. 확실히 이기려면 위쪽으로 한 번 돌아 올라간 다음 내려찍듯 접근해야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것이 빠릅니다.
세 번째는 화면 가장자리를 잊는 것입니다. 이 계열의 화면은 좌우가 이어져 있어서, 한쪽 끝으로 나가면 반대쪽에서 나옵니다. 쫓기고 있을 때 이 성질을 쓰면 단번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데, 반대로 적도 같은 방법으로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납니다. 화면 끝 근처에서는 반대편도 한 번씩 봐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오래된 규칙이 휴대기기로 옮겨 왔습니다
이 게임의 바탕이 되는 규칙은 가정용 기기 초창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화면 한 장, 버튼 하나, 그리고 위아래 높이 싸움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때나 지금이나 설명에 3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오래 살아남은 고전들이 대개 그렇듯 규칙이 적고 그 안에서 나오는 상황이 많습니다.
이 휴대기기판은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작은 화면에 맞게 다듬은 쪽입니다. 짧게 한 판씩 끊어 하는 데 잘 맞고, 풍선이 터지는 순간의 손맛도 그대로입니다. 일본 지역에서 특정한 경로로만 배포되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 판을 직접 본 사람은 드물지만, 원래 규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손이 바로 기억해 낼 것입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의 어색함이 결점이 아니라 설계라는 걸 알게 됩니다. 마음대로 안 되는 몸을 다루는 재미, 그리고 상대보다 한 뼘 위를 차지하려고 눈치 싸움을 하는 재미가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