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룬 파이트
벌룬 파이트 (Vs Balloon Fight SET bf4 a 3) · 1984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게임의 조작이 딱 두 가지뿐인데도 몇 시간을 붙잡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게임이 그렇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좌우로 움직이는 것과 팔을 퍼덕이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퍼덕임이 만들어 내는 관성 때문에 캐릭터는 생각대로 멈추지 않고, 원하는 자리에 정확히 가는 일 자체가 기술이 됩니다. 조작이 단순한 게임과 쉬운 게임은 전혀 다른 말이라는 것을 이 작품만큼 잘 보여 주는 예도 드뭅니다.
벌룬 파이트(Balloon Fight)는 닌텐도가 만든 액션 게임입니다. 등에 풍선 두 개를 매단 캐릭터를 조종해 하늘에 떠 있으면서, 마찬가지로 풍선을 달고 날아다니는 적들의 풍선을 위에서 터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풍선이 하나 터지면 조종이 훨씬 어려워지고, 둘 다 터지면 떨어집니다. 이 게임은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로도 나왔는데, 화면 하나를 여럿이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이 이 작품의 진짜 매력입니다.
관성이 곧 게임이다
이 게임의 물리는 대단히 특이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위로 뜨는데, 그 힘이 즉시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계속 밀어 올립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언제나 목표 지점보다 위로 지나쳐 버립니다. 반대로 가만히 두면 스르르 가라앉습니다.
결국 이 게임을 잘한다는 것은 퍼덕이는 횟수와 간격을 몸에 익혔다는 뜻입니다. 높이를 유지하려면 일정한 박자로 짧게 끊어 눌러야 하고, 빠르게 올라가려면 연타해야 하며, 내려가려면 손을 아예 떼고 기다려야 합니다. 좌우 이동도 마찬가지여서 방향을 바꾸려면 반대쪽으로 미리 힘을 줘야 합니다.
이 감각이 잡히기 전까지는 적보다 자기 몸에 당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일단 익숙해지면 좁은 틈으로 파고들거나 상대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며 풍선만 정확히 따는 일이 가능해지고, 그 순간부터 게임이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위를 잡는 쪽이 이긴다
규칙은 명쾌합니다. 높이 있는 쪽이 유리합니다. 상대의 풍선은 위에서 아래로 닿아야 터지기 때문에, 싸움은 언제나 고도 경쟁이 됩니다. 두 캐릭터가 서로 위를 잡으려고 빙빙 도는 장면이 이 게임의 전형적인 광경입니다.
그래서 정면으로 달려드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같은 높이에서 부딪치면 둘 다 튕겨 나갈 뿐 아무 소득이 없고, 그 혼란 틈에 제삼자에게 당하기 십상입니다. 잘하는 사람은 거리를 두고 빙 돌아 올라간 다음, 상대가 고도를 잃는 순간을 노려 한 번에 내려옵니다.
풍선 하나를 잃은 상태도 중요합니다. 부력이 절반이 되어 자꾸 가라앉기 때문에 그대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싸움을 피하고 안전한 자리에서 자세를 정돈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과 바닥, 진짜 위험
이 게임에서 적보다 무서운 것이 화면 아래쪽입니다.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고, 물에 닿는 것도 치명적입니다. 실제로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 나오는 죽음의 상당수는 적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실수해서 아래로 빠진 것입니다.
그래서 화면 하단 근처에서는 절대 과감해지면 안 됩니다. 상대를 잡겠다고 저공으로 따라 내려가다 둘 다 빠지는 장면이 자주 나오고, 그것이 이 게임이 여럿이 할 때 유독 웃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을 노리는 것보다 자기가 안 떨어지는 것이 먼저입니다.
함께할 때 완성되는 게임
혼자 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이 게임의 본령은 여럿이 한 화면을 쓸 때 드러납니다. 협력과 방해의 경계가 흐릿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적을 노리다 서로 부딪치고, 도와주려다 상대를 물에 빠뜨리고, 그러다 웃음이 터집니다.
조작이 두 가지뿐이라 처음 보는 사람도 설명 한 줄이면 바로 붙을 수 있다는 점이 큽니다. 잘하는 사람과 처음 하는 사람의 격차가 존재하지만, 물리 특성 때문에 고수도 어이없게 떨어지는 일이 생겨 판이 뒤집힙니다. 규칙은 단순하고 결과는 매번 다른, 좋은 대전 게임의 조건을 그대로 갖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