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시블 사커 마스터시스템판
센시블 사커 (Sensible Soccer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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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콩알만 합니다
이 게임을 처음 켜면 당황합니다. 축구 게임인데 선수가 화면에서 아주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머리 하나에 몸통 하나, 다리는 거의 점입니다. 얼굴은 당연히 안 보이고, 등번호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선수를 작게 그리니 경기장이 넓게 보입니다. 내 앞에 누가 있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축구 게임에서 공을 든 선수만 크게 보이느라 놓치던 전체 그림이, 여기서는 항상 화면에 있습니다. 축구는 원래 공간을 보는 경기라는 점을 게임 화면으로 증명한 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센시블 사커(Sensible Soccer)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축구 게임입니다. 팀을 골라 친선전을 하거나, 여러 팀이 붙는 대회를 치를 수 있습니다. 화면은 공을 따라 위아래로 흐르고, 나는 공에 가장 가까운 선수를 조종합니다.
조작은 방향키와 버튼 하나가 거의 전부입니다. 버튼을 짧게 누르면 짧은 패스, 오래 누르면 길게 차는 공이 나갑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진짜 조작은 버튼을 놓은 다음에 있습니다. 공을 찬 직후에 방향키를 기울이면 공에 회전이 걸려 궤도가 휘어집니다. 이것이 이 게임을 다른 축구 게임과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만듭니다.
공을 휘게 하는 감각
이 회전 조작이 처음에는 실수처럼 느껴집니다. 똑바로 차려 했는데 공이 옆으로 휘어 나가니까요. 그런데 이게 의도된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게임이 열립니다.
수비벽 뒤로 감아 넣는 슛, 골키퍼 손끝을 스치며 반대편 구석으로 도는 공, 앞으로 달려가는 동료 발밑에 정확히 떨어지는 곡선 패스가 전부 이 조작 하나로 나옵니다. 얼마나 오래 기울이느냐, 얼마나 세게 찼느냐에 따라 휘는 정도가 달라져서,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대신 익히고 나면 손맛이 다른 축구 게임과 비교가 안 됩니다.
요령은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차기 전에 공이 어디로 어떻게 휘어야 하는지 그림을 그려 두고, 찬 직후에 그 방향으로 기울입니다. 차고 나서 결과를 보며 고치려 하면 이미 늦습니다.
속도가 다릅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빠르다는 것입니다. 선수가 작으니 이동 거리가 짧게 느껴지고, 공이 굴러가는 속도도 실제 축구보다 빠릅니다. 그래서 경기가 끊이지 않고 계속 굴러갑니다.
대신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공을 받자마자 다음 패스를 어디로 보낼지 정해져 있어야 하고, 망설이면 곧바로 뺏깁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공을 받기 전부터 다음 두 수를 정해 놓고 움직입니다.
수비도 마찬가지로 빠릅니다. 상대에게 공이 넘어가면 순식간에 우리 진영까지 밀려오니, 공을 잃은 직후에 곧바로 되찾으러 가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천천히 물러나 진을 치겠다는 계획은 이 속도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 번째는 선수 선택입니다. 공에 가장 가까운 선수가 자동으로 잡히는데, 화면에서 그 선수를 눈으로 찾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조종 중인 선수 밑에 표시가 있으니, 공이 아니라 그 표시를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슛의 세기입니다. 골대 앞에서 버튼을 오래 누르면 공이 하늘로 솟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짧게 눌러 낮게 밀어 넣는 편이 훨씬 잘 들어갑니다.
세 번째는 회전을 아예 쓰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려우니 무시하고 직선으로만 차게 되는데, 그러면 골키퍼가 거의 다 막습니다. 연습 경기에서 일부러 회전만 걸어 보며 감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게임이 남긴 것
같은 시기의 축구 게임들이 선수를 크게 그리고 화려한 동작을 넣는 쪽으로 갈 때, 이 게임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그림을 줄이고 시야를 넓히고 속도를 올렸습니다. 그 선택 덕분에 지금 다시 잡아도 느리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조작이 단순해서 둘이 붙기에 특히 좋습니다. 배울 것이 사실상 하나뿐이라 처음 잡는 사람도 몇 분이면 따라오고, 그다음부터는 회전을 얼마나 잘 쓰느냐로 실력이 갈립니다.